안철수의 승리...
정의당 심상정 대표가 적절한 때 적절하게 새정치민주연합을 위해 퇴로를 열어주고 있었다. 물론 그 퇴로는 정의당이 있는 그곳을 지나가는 퇴로다. 국정교과서만큼이나 중요한 현안들이 쌓여 있다. 필요한 일을 했고, 할 수 있는 만큼 했다. 이제 자기 자리에서 제 할 일을 할 때다. 그러면서도 시민사회단체와 새정치민주연합 사이에 선을 긋는 것은 매우 영리한 행보다. 새정치민주연합을 위해 모든 것을 내주지는 않겠다.
어째서 같은 말을 해도 안철수는 비난을 듣는가. 새정치민주연합의 유력한 대선후보 가운데 하나였다. 비록 초선이고 계파랄 것도 없는 처지지만 그렇더라도 50%의 지분을 가지고 새정치민주연합을 만든 당사자 가운데 하나이기도 하다. 그런데 정작 같은 당 국회의원들이 장외투쟁을 하는 동안 한 발 물러서서 그것을 부정하는 발언을 한다. 필요하지도 않고 적절하지도 않다. 장외투쟁을 시작하고 얼마 되지도 않아 새정치민주연합 스스로 언제까지 장외투쟁을 할 것인가 시한을 정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였다.
결국 모든 관심이 그리로 모이고 만다. 새누리당이 새정치민주연합의 장외투쟁에 대해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가 아닌, 새정치민주연합 스스로 장외투쟁에 대해 어떻게 결정할 것인가에 모든 관심이 집중되는 것이다. 공은 오히려 새정치민주연합에게로 넘어갔다. 그리고 역시나 중요한 현실의 문제로 생각이 많았던 새정치민주연합 내부에서도 다른 목소리들이 나오기 시작한다. 딱 모습이 되도 않는 싸움을 억지로 시작했다가 지레 알아서 굽히고 들어가는 모양새다. 여기에 안철수가 말했던 '총선의 승리'가 더해진다. 정략적이다.
그러나 결국 적절한 타이밍에 적절한 발언을 한 탓에 안철수의 의도는 관철되었다. 장외투쟁은 정략을 위한 선택이었고, 정략을 위해 알아서 새정치민주연합은 물러난다. 새정치민주연합에 대한 실망이 커진다. 차라리 외부에서 새정치민주연합을 끌어냈어야 했다. 국정교과서에 반대하는 여론이 새정치민주연합에게 국회에서의 역할을 요구한다. 그런 게 정치일 테지만. 그렇게 또 새정치민주연합은 꺾이고 만다.
때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적절한 모양새를 갖출 필요도 있었다. 끝까지 버티며 싸울 기세를 보이다가 어쩔 수 없이 농성을 풀며 대표와 소속국회의원들이 침통한 표정을 짓는다. 할 일을 다 마치지 못했다는 비감함도 보인다. 하지만 그러면 문재인에 대한 지지가 올라가겠지? 야당에 대한 지지도 높아질 것이다. 안철수에게는 안좋은 상황이다. 사람들은 때로 데코레이션을 보고 상품을 구입하기도 한다. 안타깝다. 지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