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와 비정규직...
간단히 현행법에 노조가 임금과 같은 노동조건과 관련한 이외의 이유로 파업하면 무조건 불법이다. 의료노조가 병원의 식단에 미국산 쇠고기를 쓰는 여부를 두고도 협상의 대상으로 삼을 수 없다. 철도노조 역시 철도민영화에 반대하는 파업을 할 수 없다.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 당시 많은 노조들이 비정규직 철폐를 앞세워 파업에 나섰었다. 덕분에 막대한 손해배상에 지도부는 구속되거나 해직되었다.
그나마 노조가 힘이 있으면 불법이라도 파업을 통해 주의를 환기하고 정책을 바꿔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노조가 힘이 있어봐야 정부나 사용자에 비해 한참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고, 정부와 사용자가 저지르는 불법등을 막기에도 버거운 것이 현실인 것이다. 국민의 지지라도 있으면 모르겠는데, 그러나 당시 비정규직 철폐나 노동조건의 개선을 요구한 파업에도 국민들은 단 한 번도 노조의 편에 섰던 적이 없었다. 비정규직 문제 해결하자고 파업에 나설 때는 아무도 지지하지 않다가 지금에 와서 노조를 반대하는 이유로 삼는다.
어째서 노조들이 갈수록 이기적이 되어 가는가. 공익적인 목적에서 투쟁에 나섰던 지도부는 김대중과 노무현 정부 당시 거의 제거되었다 보면 된다. 나머지도 이명박과 박근혜 정부를 거치면서 거의 솎아내졌다. 어차피 신규채용은 거의 비정규직으로만 한다. 새로운 피가 수혈될 가능성 없이 그렇지 않아도 노조의 힘이 약화되는 가운데 전면에 나서서 노조를 지휘할 지도부마저 사라졌다. 제 앞가림에만 급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하여튼 노조가 뭐라도 공익적인 목적으로 파업했을 때 지지하는 시늉이라도 해주었으면. 노조의 편에서 정부를 압박하는데 힘을 보태주기라도 했었더라면. 그러나 그때는 외면하고 지금은 이러쿵저러쿵 바라는 것만 많다. 폭력시위 어쩌고 하는 여론 신경쓰지 말라는 이유다. 말 뿐이다. 그래놓고 다시 노조가 비정규직 문제 해결하자고 파업하면 등돌리고 비난한다. 반복이다. 그러므로 노조는 필요없다.
한 마디로 대부분의 노조들은 현재 자기 앞가림하기도 버거운 상황이라는 것이다. 전반적인 노동환경 자체에 대한 투쟁에 나서기에는 너무 약해졌다. 국민의 지지를 이끌어낼 수 있으리라는 확신도 없다. 국민은 항상 노조의 반대편에 있었다. 노조를 비난하고 공격하는 입장에 있었다. 정부와 사용자 뿐만 아닌 국민과도 싸워야 한다. 그동안 학습한 내용이다. 어째야 할까? 요구만 많다. 먼저 살아남아야 한다. 답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