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사회

시위와 선거 - 야권지지자들의 익숙해진 비루함...

까칠부 2015. 11. 26. 06:52

이런 식의 시위는 불필요하다. 부적절하다. 왜? 선거에 도움이 되지 않으니까.


저들이 물어뜯을 것이다. 저들이 빌미로 삼을 것이다. 저들이 결집할 것이다. 그러므로 선거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가만히 선거때 나가서 한 표 행사하느니만 못하다.


자신이 먼저 시민의 당연한 권리인 시위의 자유를 부정하고 있다. 시위는 오로지 야권의 승리를 위해서만 해야 한다. 야권이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한 수단이며 전제로서만 존재해야 한다. 그러므로 그 이외의 시위는 인정할 수 없다. 그 이외의 시위에 대해서는 동의할 수 없다. 그러한가?


일단 거리로 나간 시민 가운데 그들이 지지하는 제 1야당의 지지자가 얼마나 될 것인가. 무엇보다 제 1야당 안에서 그들을 위한 정책을 얼마나 고민하고 실제 실천중에 있는가. 항상 입만 열면 하는 말이 중도. 더 오른쪽. 왼쪽을 버려야 한다. 고작 한 줌 밖에 안되는 그들로 인해 선거에서 질 수는 없다. 그런데 과연 시위대의 입장에서 제 1야당의 승리를 응원해야 할 이유가 어디에 있을까?


더 근본적으로 현대사회에서 개인은 곧 단위일 것이다. 누군가의 지지자로서가 아니다. 특정한 이념이나 성향을 쫓는 지지자로서가 아니다. 개인으로서 시위를 한다. 개인으로서 그 취지와 목적에 동의하기에 거리로 나선다. 그런 수많은 의지가 모여 이번 민중총궐기로 드러났다. 소수로는 안되기에 소수가 모여 더 큰 다수를 만들어 실력행사에 나섰다. 여기 어디에 제 1야당이 끼어들 여지가 있는가. 개인의 연대이니 제 1야당을 위한 동원일 수는 없는 것이다. 그 이해의 천박함을 비판한다.


더구나 과연 이와 같은 대규모 시위가 야당에게 반드시 불리하기만 한가. 한 번이라면 그렇다. 두 번 정도라면 모르겠다. 그러나 세 번, 네 번, 그리고 그 규모가 더 커지고, 방식도 더 과격해진다면 그 부담이 오전히 야당에게로만 돌아갈까? 그저 여당의 지지자들은 계속해서 결집하기만 할까? 잦은 시위와 소요로 인해 더 빨리 피로해지는 것은 바로 중도층이다. 사회적 갈등과 혼란이 심화될수록 여권지지자 내부에서도 상황을 제대로 수습하지 못하는 정부와 여당에 책임을 묻게 된다. 그것이 바로 시위의 이유다.


더 불편하게, 더 피곤하게, 그래서 염증을 느끼게, 그래서 더 정부와 여당에 대해 책임을 묻도록. 극단적으로 시위에 나서는 사람들을 모두 범법자로 몰아 체포하거나 사살하라. 상황이 변화한다. 단지 말 뿐이다. 거리에서 불법을 저지르고 폭력을 행사하는 시위대는 모두 테러리스트다. 그런데 그것이 실제 행동으로 옮겨진다. 언론이 포장하는 것도 한계가 있다. 언론을 통제하거나 개인의 자유를 억압하는 것도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당장 여권지지자 자신부터 그에 반응하게 된다.


노무현 정부 당시 정부에 반대하는 시위들이 정부지지율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 그저 지지자들끼리 뭉치고 끝났는가. 언론환경이 다르다 해도 원리는 비슷하다. 정부와 여당을 압박한다. 정부와 여당의 지지자드로부터도 반응을 이끌어낸다. 병법에 말하는 타초경사라는 것이다. 그래서 시위를 한다. 그런데 정부와 여당에 가해지는 압력을 야당에서 먼저 지레 두려워하면 어쩌자는 것일까.


겁먹었다. 지는 것이 습관이 되며 아예 주눅들어 버렸다. 먼저 눈치를 살핀다. 정부와 여당의 눈치를 살피고, 여당지지성향의 언론의 눈치를 살피고, 여당지지자들의 눈치를 살핀다. 그에 맞춰 무어라도 말과 행동에 조심하려 한다. 그래서 항상 나오는 말이 '역풍', 혹시라도 역효과가 날지 모르니 말과 행동을 조심하자. 야당이 왜 여당을 이기지 못하는가. 도대체 그런 놈들 뭘 믿고 나라일을 맡기란 것인가.


자신들부터가 시민을 믿지 않는다. 국민을 믿지 않는다. 그래서 지레 겁먹고 떨면서 움츠러든 자신을 변명한다. 내가 할 말은 아니다. 하지만 선거에서 이기려면 먼저 국민을 믿어야 한다. 시민을 믿어야 한다. 믿음을 얻어야 한다. 그로 인해 결국 시위대마저 고립되고 단발로 끝나고 만다. 동력을 얻어야 하는데 지레 꼬리자르기 하며 그대로 멈추고 만다. 그래서 야당 지도부가 차라리 낫다는 것이다. 폭력이든 불법이든 어쨌든 시민의 자유와 권리라는 명분 아래 시위대의 편에서 정부여당과 싸운다. 본질을 꿰뚫는다.


선거에서 이기고 지는 것으로 끝이 아니다. 왕을 뽑는 것이 아니다. 백성이 되려는 것이 아니다. 여전히 국가의 주권을 정의하는 최대주주는 국민 자신이다. 책임을 묻는다. 그것이 일상화된다. 그 권리를 인정한다. 지금 야당이 정권을 잡더라도 마찬가지다. 법을 지켜 불법은 엄단하되 그렇다고 시위의 자유라는 본질 자체를 건드리지는 않는다. 그럴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이해하고 귀기울인다. 원칙으로 돌아간다.


어째서 시위대를 향해 정부며 여당이며 극단적인 언어까지 사용해가며 요란을 떠는가. 지지자 결집용일까? 상황이 자신들에 유리해서 이용하려는 것일까? 그래서 인터넷 정치여론이란 우스운 것이다. 대개 말 뿐이다. 존엄은 두려움에서 나온다. 상대를 두렵게 하지 못하는 정의란 그저 잠꼬대에 지나지 않는다.


이래서 자칭 야권지지자들을 싫어한다. 진짜 싫어하는 놈들도 많다. 그러니 게시판보다 블로그에서 혼자 놀기를 즐긴다. 이제는 싸우기도 지겹다. 그럴 체력도 없다.


정부를 압박하는 것이 시위다. 반응케 하는 게 시위다. 그것을 두려워해서는 아무것도 안된다. 답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