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개혁과 한국 대기업의 사정...
당연히 대기업도 안다. 국제경기도 많이 얼어붙었다. 당장 중국부터 심상치 않다. 유럽은 벌써부터 여러 문제들이 불거지고 있는 중이다. 미국으로부터 시작될 악재들도 있다. 상황도 좋지 않은데 국내기업의 기술경쟁력부터 중국의 그것에 비해 더 이상 우위에 있지 못하다. 경쟁이 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내수라도 키워 그에 의지해 버텨봐야 하지 않겠는가. 아주 생각이 없지는 않다. 그러나 그것이 가능하겠는가.
만일 대기업들이 앞으로도 계속해서 국제시자에서 경쟁해가며 살아남으려 한다면 당장 국내의 침체된 내수경기부터 살리려 할 것이다. 대수를 살리고, 내수를 기반으로 체력을 유지하며, 나아가 국제시장에서 다시 한 번 경쟁할 힘을 기른다. 그런데 정작 국내기업들이 지금 투자하는 분야라는 것은 경기를 거의 타지 않는 생존에 필수적인 것들이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공기업의 민영화에 관심을 가지는 이유도 그것이다. 대한민국 국민 다수가 노숙자가 되든 거지가 되든 수도와 전기는 써야 한다. 병에 걸리면 치료를 받아야 한다. 그것만 움켜쥐고 있으면 아무리 나라경제가 파탄나도 자기는 살아남을 수 있다.
지금처럼 계속해서 저임금에 고용이 불안한 비정규직이 늘어나면 내수경기는 침체된다. 업무에 대한 숙련도도 일정한 계약기간이 끝나면 교체되는 비정규직에 기대하기란 벌써부터 무리일 것이다. 내수시장도 기대할 수 없고, 숙련된 노동력에 의한 생산성 향상도 기대할 수 없다. 그저 노동자는 고용되어 시키는대로 혹사당하며 최소한의 소비만을 할 뿐이다. 그런 나라에 미래가 있겠는가. 그런데도 그같은 노동개혁을 전면적으로 추진하려 하고 있다. 심지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는 정부의 정책마저 면접등을 통해 측면에서 지원하고 있는 중이다. 그것이 의미하는 바다. 더 이상 국내의 대기업들은 국제시장에서 경쟁력을 유지할 수 없으며, 그럴 의지도 잃은 지 오래다. 그저 손쉽게 정부의 정책에 기대어 국민을 쥐어짠 돈으로 현재의 부와 사회적 지위만을 유지하려 하고 있을 뿐.
결국은 지나치게 보호하며 길렀기 때문이다. 국제시장의 험악함을 제대로 견뎌낼 만큼 국내에서 단련되지 못했다. 조금만 어려우면 포기하고 조금만 힘들어져도 그대로 좌절해 버린다. 버틸 체력조차 없다. 전근대적이고 비능률적인 기업구조는 최악의 효율을 자랑한다. 그런데도 그저 대기업이 살아야 한다며 음으로 양으로 지원만 해주었다. 그 지원에 기대려 한다. 엄마에 기대어 아예 포대기를 나가려 하지 않는다.
어쩌면 이번 정부여당이 추구하는 노동개혁이야 말로 기업들이 경쟁을 포기한 선언이 아닌가 여기게 된다. 더 이상 국제시장에서 다른 외국의 기업들과 경쟁하지 않겠다. 내수시장에서 소비자를 대상으로 경쟁하며 성장하기를 포기하겠다. 한국경제에는 희망이 없다. 한국경제에는 더 이상 미래가 없다. 그 미래를 대비한다. 그냥 이대로면 좋다. 아니기를 간절히 바라는 바지만. 우울한 생각만 머리를 떠돈다. 부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