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사회

안철수와 이윤석...

까칠부 2015. 12. 13. 10:22

이윤석이 '강적들'에 나와 한 이야기를 어제서야 우연히 보게 되었다. 그런 프로그램까지 일일이 챙겨볼 정도로 내가 한가하지 않다. 전라도당이고 친노당이라는 이미지 때문에 야당에 표를 주기가 꺼려진다. 기존의 정치인들이 싫어서 지지하기가 꺼려진다. 한참을 웃었다. 어쩌면 이리도 닮아 있을까.


어쩌면 안철수와 그 지지자들이 이토록 격렬하게 친노에 대한 적대감을 드러내는 이유였을 것이다. 전라도당이라서 뭐가 문제인가? 친노당이어서 문제가 되는 것이 도대체 무엇인가? 그러면 새누리당은 독재의 후신인가? 영남당이고 IMF당인가? 차원이 다르지 않은가 말이다. 독재는 악이고 IMF는 한국전쟁 이후 초유의 국난이라 일컬어지던 재난이었다. 하지만 그래서 지지할 수 없다.


인상이다. 이미지다. 딱 거기서 멈춘다. 더 이상 알려고 하지 않는다. 전라도당이라 나쁘다 하니 그렇구나. 이윤석이 지역차별을 한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지역차별이든 뭐든 자신이 무언가 능동적이고 적극적으로 행동하려는 의지가 있어야 그런 것들도 가능하다. 그조차도 생각이 없을 것이다. 그냥 남들이 그렇다니까 아무생각없이 따라가는 것이다. 가장 안좋은 유형이다. 동의도 않지만 그렇다고 반대도 하지 않는다. 그러면서 이미 존재하는 사실이니 무의식적으로 영향을 받는다.


2차세계대전 당시 유대인이 학살당할 때도 많은 독일인들이 그랬었다. 미국에서 흑인들이 차별당할 때 모든 백인들이 그에 동의했던 것은 아니었다. 멀리 갈 것도 없다. 군사독재 당시 무고한 이들이 권력에 의해 억울하게 희생되었을 때도 더 많은 사람들은 그럴만한 이유가 있지 않았겠는가 더 자세히 알아볼 생각도 않고 단정부터 내리고 있었다. 바로 파시스트들이 가장 좋아하는 유형의 대중일 것이다. 노력도 않고 스스로 판단도 않고 그저 대세만을 따라간다. 내가 중용론자들을 싫어하는 이유다. 양비론자들을 혐오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언론이 나서서 전라도당이라 안좋다 하니까. 사람들이 힘을 모아 친노는 안된다고 하니까. 그러므로 새정연을 개혁하기 위해서는 친노가 물러나야 한다. 대통령후보 단일화협상을 할 때도 친노의 중진들이 물러나야 대선에서 이길 수 있다. 이해찬과 박지원을 날려버렸다. 이때는 박지원도 친노였다. 지금도 적극적으로 쓰고 있는 수사가 친노패권주의다. 운동권도 더해진다. 낡은 진보라는 레토릭은 어디에서 나왔을까? 그나마 호남은 싫어하지 않는 듯하니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어차피 기존의 정치인들은 다 틀리고 잘못된 인물들이다. 국회의원의 수를 극단적으로 줄여야 한다던 당시의 주장은 그런 점에서 매우 솔직했다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어쩌면 안철수와 이윤석이야 말로 한국 정치에서 중도라 불리는 이들의 실체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례일지 모르겠다. 정치에 관심이 없다. 그저 인상만으로 혐오하고 외면한다. 정치적인 지지를 선택하더라도 그것은 대개 대세라거나 이미지와 같은 드러난 표면에 이끌리는 것에 불과하다. 공약조차 보지 않는다. 당선되고 나서 공약대로 하는데도 오히려 화를 낸다. 왜 그러는가. 그러고서는 그것을 정치를 불신하고 혐오하는 이유로 삼는다. 내가 하자는대로 하지 않았다. 아, 진짜 닮아 있을까? 하지만 정치란 그렇게 떼쓴다고 다 들어주는 것이 아니다. 유권자만 이미 수천만이다.


안철수가 저토록 막무가내로 자신의 혁신을 새정연에 강요하는 이유였을 것이다. 새정연이란 자신과 함께 할 동지가 아니었다. 새정연의 정치인들은 자신과 함께 공동의 목표를 추구해 갈 동지적 존재가 아니었다. 단지 대상이었다. 자신이 생각하는 이상을 실현할 대상에 지나지 않았다. 그의 강경한 어휘는 그에게 주어진 사명이기도 하다. 그의 지지자들은 그가 그럴 수 있는 힘이다. 세상을 악으로 물들이는 적들을 홀로 싸워서 무찔러야만 한다. 시련은 선지자를 순교자로 만든다.


확실히 민주주의의 가장 큰 적은 게으름일 것이다. 무지고 무관심일 것이다. 그런 상태에서의 투표란 선동에 능숙한 이들을 위한 축제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그동안 투표행태가 그래왔다. 멀리는 박찬종부터, 그리고 이인제, 노무현, 문국현, 이제는 안철수까지. 반성한다. 노무현까지는 나도 그렇게 휩쓸리는 한심한 정치혐오층이었다. 그래서 더 잘 이해하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래서 더 정치에 관심을 가지기 겁이 난다. 너무 무섭다.


하여튼 이윤석 덕분에 많은 것을 이해하게 되었다. 막연하게는 알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저런 말을 아무렇지 않게 내뱉을 수 있는 현실의 토양이란 참으로 무섭구나 새삼 깨닫게 되었다. 새정연에 낡고 부패한 이미지를 띄우며 그를 개혁해야 할 사명을 이야기한다. 그를 지지한다. 이 모든 일들의 원인이었을 것이다. 흥미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