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사회

안철수의 탈당 - 지랄염병에 대해...

까칠부 2015. 12. 13. 21:20

정치라는 게 전부 아니면 전무인 게 아니다. 문재인이 노동개악 5법 가운데 2개만 내용을 바꿔주면 나머지 3개도 통과시켜주겠다 제안했었다. 나머지 3개의 법안에 동의해서? 어쩔 수 없이 소수이기에 다수인 여당의 의도를 존중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바로 그것이 정치라는 것이다.


내가 100을 생각하고 있으니 그대로 다 하겠다. 그게 바로 독재다. 박근혜가 당장 그러고 있지 않은가. 내가 하려는 것이 옳다. 내가 하려는 것이 정의다. 내가 하고자 하는 것이 국민을 위한 것이다. 그러니까 닥치고 국회는 내가 하려는대로 법안을 다 통과시키라. 박정희가 그랬고, 이승만이 그랬고, 전두환이 그랬다. 어쩌면 그래서 이명박이든 그를 지지했던 국민들이든 여의도정치를 싫어하는지 모르겠다. 번거롭고 시끄럽다.


딱 그대로다. 혁신위원장은 내가 책임져야 하니 싫다. 그런데 혁신위에서 열심히 혁신안을 내놓았는데 그건 잘못되었고 내가 옳다. 그러고는 자기의 혁신안을 받아들이라며 끝임없이 압력을 행사한다. 일개 초선의원이고 평당원이다. 그러나 대선주자였고 전공동대표였다. 인지도가 높은 것을 이용하여 언론이 그를 전면에 내세운다. 아마 거기에 도취되었던 것은 아니었던가 싶다. 여전히 자신은 유력대선주자이고 당의 창당인이다. 


가장 어이가 없었던 것은 자기의 혁신안을 뒤늦게 받아들인 것을 두고 '모욕'이라 여기는 부분이었을 것이다. 그러면 법안 하나 통과시키겠다고 몇 달, 아니 몇 년을 세부내용 수정해가며 협상하는 국회의원들은 바보 병신들인가? 당장 혁신위의 혁신안만 하더라도 몇 달에 거쳐 위원들끼리 숙의하고, 다시 외부의 의견도 수용해가며 내놓은 결과물인 것이다. 그런데 시간이 늦었으니 이제는 의미없고 오히려 모욕이다.


얼마나 귀하게 자라왔는가를 알 것 같다. 얼마나 탄탄대로를 걸으며 실패없이 살아왔는가도 알 수 있었다. '은하영웅전설'의 앤드류 포크 준장을 떠올리게 만든다. 모르는 사람은 한 번 읽어 보도록. 그러고는 한다는 짓이 그동안 몸담았던 정당에 온갖 악담과 저주와 딱지를 붙이고 탈당하는 것. 지금까지 탈당쇼를 벌인 정치인이 아주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이런 식으로 더럽게 떠난 정치인은 안철수가 거의 유일할 것이다.


처음 무릎팍도사에 나왔을 때부터 위화감이 있었다. 아주 오래전에는 당연히 나도 안철수라는 사람을 좋아했었다. 그러나 마치 자신의 개인적 경험을 일반화하려 하고, 타인을 마치 자신이 무언가를 해주어야 할 대상으로 여기는 듯한 부분을 보면서 과연 개인은 몰라도 정치인으로 타당한가. 노무현과 문국현의 경우도 있어서 안철수 바람을 오히려 냉정하게 거리를 두고 지켜보았었다. 아니나 다를까. 같은 당의 동지들마저 안철수에게는 그저 대상이고 객체일 뿐이었다. 대화하고 공존할 수 있는 대등한 존재가 아니었다.


정치를 하려 했으면 양보라는 것도 할 줄 알아야 한다. 박근혜와 다르고 싶었다면 최소한 먼저 듣고 수용하려는 태도를 취했어야 한다. 공동대표시절 어째서 연판장이 돌게 되었는가. 최고위까지 모두 임명직이었다. 공동대표가 전권을 가지고 모든 사안을 결정했다. 정치가 아니었다. 그나마 당내에서 시끄러울 정도로 여러 의견들이 오가고 그 가운데 타협과 양보가 존재하는 지금이 더 정치같다. 정치를 싫어하는 사람들에게는 그저 시끄럽고 불편한 상황에 지나지 않겠지만. 서로 욕하면서 끝내 인정하는 것이 바로 정치라는 것이다.


굳이 떠난 사람에 대해 더 이상 미련을 두지 않으려 한다. 단지 나가서 당 욕만 하지 않았으면. 해당행위를 하는 순간 이미 안철수는 야당의 적이 된다. 최소한의 정치적인 도의라는 것이 있는 것이다. 아니면 박주선 급으로 만족하고 말거나. 아쉽다. 더 큰 정치인이 될 수도 있었을 텐데.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자기 할 몫일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