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사회

의원빼가기와 구태정치...

까칠부 2015. 12. 26. 05:16

당연히 다른 당에 이미 소속되어 있는 국회의원을 빼오려면 거래를 해야 한다. 대가를 약속해야 한다. 만일 당을 나와서 자신에게로 오면 이러이러한 것들을 해주겠다. 물론 당을 옮기지 않으면 얻을 수 없는 것들이어야 효과가 있을 것이다. 이를테면 공천이라든가, 유리한 지역구, 혹은 당직이나 상임위 같은 것들이 그것이다. 그런데 과연 그것들이 당대표 개인의 소유였던가.


이번 새정연에서 추진하고 있는 공천시스템의 혁신이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이유다. 이제까지 공천이라 하면 유력한 정치인 몇몇이 임의로 결정하여 내려보내는 것이었다. 제왕적 총재체제에서는 한 사람의 총재가, 지금처럼 유력한 계파 여럿이 공존하는 집단지도체제에서는 계파의 수장들이 모여 서로에게 돌아갈 몫을 정하고 나눈다. 지역구민을 위해서, 그리고 나라를 위해서 일하라고 뽑는 국회의원인데 정작 그런 국회의원에 출마할 자격을 정하고 부여하는 것은 오로지 계파의 수장을 비롯한 당의 몇몇 유력정치인들인 것이다. 그렇게 국회의원에 당선되어서 과연 누구의 눈치를 더 보고 누구를 위해 더 일하겠는가.


공당이라는 것이다. 사당이 아니다. 개인의 소유가 아니다. 그래서 한때 3김식 구태정치의 청산이 정치권에 중요한 화두로 등장한 것이었다. 김대중과 김영삼, 김종필, 이른바 3김이라 일컬어지는 시대의 거물들은 정당을 오로지 자신을 위한 수단으로만 여겼었다. 자기를 따르는 이들만을 이끌고 오로지 자신만을 위한 정당을 임의로 만들고 해산시켰다. 그때는 가능했었다. 공천도, 지역구도, 당직도, 심지어 상임위까지도 모두 이들 거물들에 의해 일방적으로 결정되었기 때문이다. 국민과 국가를 위한, 지역과 지역구민을 위한 국회의원이 되어야 하는데 단지 특정 정치인에 의해 동원되는 도구가 되어 있었다. 이래서는 안된다.


더구나 특정 정당에 소속되어 정당의 이름과 지원에 힘입어 당선된 정치인이 정작 당선되고 나자 지역구민의 동의도 받지 않고 임의로 당을 옮기고 있다는 것도 문제였다. 정당이란 정치인에게 자신의 정체성이다. 이념과 정책의 지향이기도 하다. 장차 어떤 정치인과 어떤 정치를 하겠다. 아무리 인물정치라 해도 유권자가 정치인 개인에 대해서만 투표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야당에 힘을 실어주려 표를 주었는데 당을 옮겨 여당소속이 되어 있었다. 여당이 하고자 하는 일에 도움을 주고자 표를 주었는데 정작 야당에 가서 여당을 반대하는 일을 하고 있다. 그래서 그런 결정을 하기 전에 자신에게 표를 준 유권자들에게 먼저 묻고서 탈당을 하든 당적을 옮기든 했었는가 하는 것이다. 유권자를 배신했다.


그래서 철새였다. 정치인으로서 약속과 신의를 저버리고 따뜻한 곳을 찾아 이곳저곳으로 옮겨다니는 정치인을 뜻하는 말이었다. 먹이감을 찾아 정치인으로서의 도의도 원칙도 저버린 채 이리저리 기웃거리며 정작 자신에게 표를 준 유권자를 우습게 여긴다. 그래도 되는 이유, 아무리 그래도 자신은 공천을 받을 것이고, 공천만 받는다면 당선될 것이기 때문이다. 다시 그런 철새를 만든다. 차라리 안철수가 먼저 탈당했을 때 함께 탈당했다면 용기있다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신념이 있다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안철수가 먼저 탈당하고 당을 만들어 지지율이 상당한 수준까지 오르자 그제서야 몸을 옮길 계산을 한다. 과연 그런 것들이 안철수가 말하던 새정치이고 혁신인 것인가.


호남의 한을 풀어줄 것이 아니라 국민의 어려움을 먼저 보살폈어야 했다. 호남에 대한 차별을 먼저 이야기하기보다 현재 대한민국이 가지는 문제와 과제들에 대해 먼저 이야기했어야 했다. 찾아간 곳이 호남이다. 먼저 손을 내밀어 끌어들이려는 것도 호남의 정치인들이다. 야권의 핵심지지기반인 호남을 가지겠다. 먼 이상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크고 멋진 꿈을 보여주는 것도 아니다. 단지 이미지다. 차라리 과거 카리스마 있던 거물들의 냄새를 풍기는 것이 멋있어 보이면 납득할 수 있을 것이다.


자기 마음대로 안된다고 탈당하는 자체부터 이미 구태였다. 당헌이 있고 당규가 있다. 당원들이 있고 그 당원들의 기구가 있다. 문재인만 바라보며 요구한다. 당대표만 바라보며 요구하다가 들어주지 않는다고 일방적으로 탈당한다. 그리고서 하는 것이 의원빼내기다. 호남의 지역감정에 호소하는 것이다. 그러고도 입에서는 새정치가 나오고 혁신이 나온다. 이걸 뭐라 해야 할 지...


원래 초짜들이 물들면 더 더러워진다. 싸움도 해 본 놈들이 깨끗하게 한다. 군대에서도 맞아본 놈들이 때리는 법도 안다. 아무것도 모르고 무작정 몽둥이부터 든다. 아무것도 모르는 채 어느새 자신이 대단한 것부터 알아버렸다. 딱 그 수준이다. 주위에서 잘한다 잘한다 하니 진짜 잘하는 줄 안다. 그런데 또 한국사회에서는 그것이 진짜 잘하는 것이기도 하다. 과거로 돌아간다. 어이없는 이유다. 잘 돌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