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라가 DSP에서 나와야 하는 이유...
엔터테인먼트란 비즈니스이면서 또한 그 자체로 하나의 크리에이트다. 대중의 기호를 읽고 장래를 예측한다. 대중이 좋아할만한 아티스트를 골라 적절한 훈련을 통해 가공하여 대중 앞에 내놓는다. 단순히 돈만 벌자고 해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당장 삼성이 엔터테인먼트에 뛰어든다고 SM을 능가할 수 있을까?
실제 당장 대중에 이름을 알리고 있는 연예기획사 가운데 상당수가 전직 아티스트였거나 혹은 그와 직간접적인 관계가 가직 직업에 종사한 경우였다. 물론 JYP의 경우만 보더라도 아티스트적인 감각만으로는 아무래도 무리고 비즈니스적인 감각 역시 추가되어야 할 것이다. 어떻게 하면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을 것인가. 그것은 곧 어떻게 하면 더 많은 대중이 좋아할만한 아티스트를 세상에 내놓고, 그 아티스트를 더욱 대중이 좋아하도록 전략을 짤 수 있을 것인가.
그래서 DSP는 안된다 말하는 것이다. 이호연이 건재할 때는 문제없었다. 자신은 아티스트가 아니었어도 매니저로서 잔뼈가 굵으며 연예계의 생리와 대중의 기호를 읽는 탁월한 감각을 지니게 되었다. 젝스키스, 클릭비, SS501, 카라 모두 이호연의 선구안이 걸러낸 인재들이었다. 여러 단점들에도 불구하고 대중이 좋아할 수밖에 없는 인재들이었고, 그것은 대중적 스타로서 그들이 거둔 성공으로 증명되고 있었다. 카라 1집과 미니 1집 사이의 멤버교체와 과감한 컨셉변화는 이호연의 감각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같은 이호연에 의해 선택된 멤버들임에도 정상의 문앞에서 항상 좌절하고 말았던 레인보우는 한 편으로 이호연의 부재가 의미하는 바를 또한 단적으로 말해주고 있을 것이다.
2년 전 카라의 재계약을 앞두고 DSP는 단지 감정적인 이유로 니콜과의 재계약을 포기하고 있었다. 아마 카라라는 브랜드에 대한 자신감이었을 것이다. 그같은 회사와 멤버 사이의 갈등은 결국 강지영마저 카라를 떠나도록 만들었다. 카라에 대한 애착이 강했던 박규리, 한승연, 구하라만이 남았다. 허영지가 들어왔다지만 이미 카라는 더이상 이전의 카라가 아니었다. 미안하다. 나도 상황을 너무 낙관하고 있었다. 니콜과 강지영이 없는 카라란 얼마나 허무하고 아쉬운 것인지. 진정 비즈니스에 충실하려 했다면 어떤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다른 멤버들이 반대하지 않는 이상 기존의 멤버들을 잡았어야 했다. 하물며 경영자로서의 역량이나 수완조차 한참 미치지 못한다. 그동안 새롭게 내놓은 아이돌들이 하나같이 실패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아티스트로서도, 더구나 경영자로서도 그들은 기준에 미치지 못한다.
카라가 DSP를 떠나야 하는 이유다. 지난 2년 동안 카라는 내 관심밖에 있었다. 단지 그들이 출연하는 프로그램이나 콘서트 등과 관련한 동영상이나 이미지등으로 그들에 대한 관심과 호감을 유지하고 있었을 뿐이었다. 그동안 무엇을 했던가. 구하라의 솔로앨범은 차라리 재앙이었다. 기획도 전략도 성의도 무엇도 없는 최악의 작품이었다. 이런 기획사를 믿고 아티스트로서 활동한다는 것은 자폭과 같다.
계약이 끝나간다기에 하는 말이다. 괜히 계약기간동안 무어라 말하기가 꺼려진다. 지난 카라사태 당시 너무 크게 당황했던 때문이다. 이미 더이상 다섯명이 함께 하지 못하는 한 이쯤에서 정리하고 새롭게 출발하는 것이 나을지 모른다. 앞으로 연예계에서 살아갈 날들이 적지 않다. 더 많은 기회와 가능성들이 있다. 연예인을 그만두더라도 이대로 가라앉다 끝나는 것은 자신을 위해서도 현명치 못하다. 기획사에만 전략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아티스트에게도 전략은 필요하다.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각 기획사마자 장단점이 있다. 자신이 장차 하고자 하는 분야가 무엇인가를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연기인가, 아니면 음악인가, 그도 아니면 예능인가. 아직 부족한 부분을 연마해야 하고, 한 편으로 충실한 서포트도 받을 필요가 있다. 알아서 잘들 하겠지만 말이다.
연예기획사로서 DSP는 이미 끝난 것이나 다름없다. 최근 보여주는 행보가 그것을 말해준다. 더이상 아무것도 새로운 것이 없고 기대할만한 것도 없다. 그동안 DSP라는 브랜드가 보여줘왔던 개성마저 깡그리 사라진지 오래다. 희망이 없다. 침몰하는 배는 먼저 탈출하는 게 생존의 비결이다. 그냥 가엾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