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라와 DSP - 연예인과 연예매니지먼트...
아마 많은 연예매니지먼트 회사들이 그런 착각을 하고 있을 것이다. 연예인은 자신들 회사에 고용된 노동자다. 자신들 회사를 위해 일을 하고 돈을 벌어주는 수단적 존재들이다. 하지만 그럴까?
물론 연예매니지먼트 회사들이 버는 대부분의 돈은 연예인을 소비하는 대중으로부터 나온다. 음반과 음원을 구입하는 것도 대중이고, 출연한 프로그램을 시청하는 것도 대중이며, 행사와 CF 역시 대중을 타겟으로 기획되고 집행되는 것들이다. 그렇다면 대중이 소비하는 것은 연예인일까? 연예매니지먼트 회사일까?
같은 DSP에서 데뷔했지만 카라를 소비하는 대중이 레인보우까지 소비하지는 않는다. 신인걸그룹 하나 나왔다는데 솔직히 이름도 기억나지 않는다. SS501을 소비한 대중은 SS501만을 소비했지 에이젝스까지 소비하지 않았다. 가장 큰 팬덤을 가진 SM 역시 마찬가지다. 슈퍼주니어는 슈퍼주니어다. 소녀시대는 소녀시대다. 대중은 엑소에 돈을 지불하는 것이지 SM에 돈을 지불하는 것이 아니다. 엑소가 사라지면 누구도 엑소의 팬 누구도 더 이상 SM에 돈을 지불할 이유가 사라지게 된다.
실제 연예매니지먼트회사에 의해 기획되어 데뷔한 아이돌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연예인들은 자신의 소속사와 수익배분계약을 맺는다. 연예매니지먼트 회사가 벌어들인 돈을 연예인이 나누어가지는 것이 아니라, 정확히 연예인이 벌어들인 돈을 그동안 연예인의 일정과 일상을 관리하여 그 가치를 끌어올리거나 유지한 대가로서 연예매니지먼트 회사가 나누어가지는 것이다. 당연히 계약이 종료되거나 계약을 유지할 사유가 사라지게 되면 연예인은 다른 회사와 계약을 맺고 기존의 연예매니지먼트 회사는 수입원을 잃게 된다. 막대산 계약금까지 지불해가며 유명연예인을 잡으려 경쟁하는 이유다.
당장 카라가 DSP와 계약이 만료되어 해체되게 되었다. 아니 그 전에 강지영과 니콜이 DSP와의 재계약을 거부하거나 거부당하며 카라의 가치는 급전직하 주활동무대이던 일본에서도 침체기를 맞게 되었다. DSP가 기획해서 새로운 멤버로 하영지를 영입하고 적극적으로 푸쉬했다고 카라의 가치가 다시 올라가지는 않는다. 카라는 이미 DSP라는 기업과는 별개로 대중이 소비하는 컨텐츠이며 하나의 단위로써 주체로써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카라가 사라지면 그동안 카라를 통해 벌어들이던 돈은 어디로 가게 될까?
어쩌면 그동안 관행적으로 그리해왔을 것이었다. 아예 소속연예인과 계약이 만료되면 연예계에 발붙이지 못하도록 방해공작까지 펼쳤다. 김종국이 그래서 처음 소속사를 나와서 많은 어려움을 겪었었다. Ref역시 소속사의 농간에 멤버들이 분열되어 더이상의 활동을 이어가지 못했었다. 대중의 앞에서 어느 순간 흔적도 없이 사라진 많은 연예인들이 그렇게 사라져갔다. 그래서 남은 것이 무엇인가.
스타같은 건 얼마든지 자신들이 마음만 먹으면 만들어낼 수 있다. 하지만 최고의 스타란 그렇게 마음먹은대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당장 SM, YG, JYP같은 이름있는 기획사들마저 수많은 경험과 노하우에도 불구하고 상당한 시행착오를 겪고서야 몇 번의 성공을 거둘 수 있을 뿐이었다. 그에 따른 부침도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단 한 명이라도 대중적인 스타를 만들어낼 수 있다면 안정적인 수입을 보장받을 수 있다. 연예매니지먼트 회사가 소속연예인을 먹여살리는 것이 아니라 소속연예인이 연예매니지먼트 회사를 먹여살린다. 관계의 역전이다. 그렇다면 둘 사이의 관계에서 우위에 있어야 하는 것은 과연 누구인가.
인식을 바꾸어야 한다. 물론 자신들이 발탁해서 가르치고 훈련시키고 데뷔까지 시켜주었다. 하지만 바로 자신들이 거두는 수입의 대부분이 바로 자신들이 데뷔시키고 관리하는 연예인 자신에게서 나온다. 연예인을 어떻게 관리하는가에 따라 수입이 달라진다. 바로 그것이 연예매니지먼트 회사들이 파는 상품이다. 연습생이라는 존재 역시 단지 그를 위한 잠재적 고객을 길러내기 위한 장치다. 말 그대로 매니지먼트다. 자신들과 계약한 소속 연예인과 혹은 연예인지망생들을 철저히 관리하여 그들의 가치를 높이거나 혹은 유지함으로써 더 많은 수입을 얻을 수 있도록 전문적으로 보조하는 한 편 그에 따른 비용과 대가를 약속한대로 자신들의 수입으로 가져간다. 연예매니지먼트 회사에 있어 따라서 1차고객은 대중이 아닌 소속연예인과 지망생 자신인 것이다.
어째서 SM은 계약이 끝나고서도 여전히 인기가 상당함에도 소속연예인들이 떠나기보다 남기를 선택하는가. 바로 그런 것이 신뢰다. 존중하고 배려한다. 그리고 그런 것이 바로 프로페셔널인 것이다. 서운한 것이 없을 수 없다. 불편한 것이 없을 수 없다. 하지만 그럼에도 자신들이 하는 행동이 소속연예인들을 위한 최선이었다는 사실을 끊임없이 인지시킨다. 그것에 실패했을 때 HOT와 동방신기와 같은 사태가 벌어지는 것이다.
DSP역시 따라서 떠나려는 카라의 멤버들을 서운해할 것이 아니라 어째서 떠날 수밖에 없는가 먼저 이해하려 노력해야만 하는 것이다. 그나마 이호연이 건재할 때는 인간적인 의리와 정으로써 소속연예인들을 잡아둘 수 있었다. 그마저 계약기간이 끝나고 나면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다는 경우가 더 많았던 것은 이호연 방식의 한계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제는 그조차도 없이 초보자의 독단과 전횡이 회사를 지배하고 있다.
오래전부터 욕하고 싶었다. 하지만 카라사태의 내상이 너무 깊었다. 다시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을까 조심하고 있었다. 그러면서 강지영과 니콜이 사라진 카라에 대한 애정 역시 식어만 갔다. 어째서 강지영의 앞에 무릎꿇고 사정해서라도 그녀를 잡으려 하지 않은 것인가. 니콜은 여전히 카라에 대한 애정이 남아있는 상태에서 어쩔 수 없이 재계약을 거부당했었다. 자신들은 갑이다. 그래서 묻는 것이다. 무엇이 남았는가고. 강지영과 니콜이 사라진 카라와 카라마저 사라진 DSP에 어떤 이익이 있고 어떤 가치가 남아있는가.
하기는 자신들 회사를 위해 중요한 기획을 내놓고 상품을 개발했던 임원마저 쓰임이 다하면 모욕을 주어 내쫓는 것이 한국의 기업문화이기는 하다. 몇 십 배의 이익을 가져다주어도 단지 고용인이고 도구일 뿐이다. 요즘 '리멤버'에 그런 기업가의 마인드가 아주 적나라하게 보여지고 있다. 인간은 가치가 없다. 돈과 권력만이 가치를 가진다. 갑질의 이유다. 존엄위에 놓인 권력이다. 그것을 놓기 싫어 차라리 손해를 감수하려 한다. 전형적인 전근대적이고 아마추어적인 꼰대의 마인드다. 그런 기업을 전문적이라 말해서는 안된다.
카라의 재계약 거부는 현명한 선택이었다. DSP는 희망이 없다. 미래가 없다. 그래서 조언하고 싶은 것이다. 진정 자신의 가치를 알고 그것을 극대화시켜줄 수 있는 그런 회사를 찾아가라. 돈벌이를 위한 도구가 아닌 자신들의 소중한 고객으로써 체계적이고 전문적으로 관리해 줄 수 있는 그런 회사에 들어가라. 당장 내일이 아니고 10년 뒤, 20년 뒤다. 물론 각자 알아서 현명하게 잘 할 테지만.
항상 응원한다. 가장 먼저 찾아보는 이름들이다. 요즘은 데뷔하는 아이돌 이름도 다 모른다. 이름이야 어떻게 흘려들어도 멤버까지는 거의 알지 못한다. 카라에서 시작해서 카라로 끝난다. 변함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