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짬뽕 - 해물을 넣어 먹고...
마트에 가면 해물 짜투리를 모아 '모듬해물'이라고 판다. 오징어, 새우, 조개, 기타등등등, 아무튼 짬뽕에 들어갈만한 재료는 거의 다 들어 있다. 가쓰오부시로 국물을 내고 그냥 때려넣으면 맛있는 우동이 된다. 찌개에 넣으면 맛있는 해물찌개가 된다. 짬뽕에 넣으면 훌륭한 국물이 된다.
진짬뽕을 맛있게 먹어 보고 싶었다. 그래서 일부러 마트에서 모듬해물을 사서 프라이팬에 볶았다. 진짬뽕 기름을 따로 모아서 그것으로 해물을 볶고 그 위에 물을 붓고 스프를 넣었다. 분명 맛있을 것이다. 오징어짬뽕도, 너구리도 그렇게 맛있어졌다. 고추가루와 양파를 더한다. 그런데...
짠 맛만 난다. 해물맛은 전혀 없이 그저 짠맛만 난다. 어느 만화방 자판기 커피를 초콜릿과 함께 먹었던 기억을 떠올리게 한다. 단 맛조차 없었다. 무지하게 달던 커피가 초콜릿의 단맛이 더해지자 그냥 밍밍한 맹물이 되었다. 오히려 해물의 향이 더해지자 그나마 진짬뽕 특유의 맛과 향마저 지워진다.
다시 진짬뽕만 따로 끓여 보았다. 아무것도 넣지 않고 안에 들어있는 스프와 건더기만으로 레시피대로 끓여보았다. 맛있었다. 분명 진짬뽕만 끓였을 때는 만족스런 맛이었다. 단지 해물이 추가되면 더 맛있어지는 것이 아니라 맛이 사라진다. 아니면 내가 그때 몸이 안좋아서 맛을 느끼지 못한 것인가.
맛짬뽕은 모르겠다. 하지만 맛짬뽕이라고 그리 다를 것이라 생각되지 않는다. 어느날 문득 소고기면이 먹고 싶어졌다. 순하다. 그런데 소고기맛이 진하게 난다. 원래 라면이란 이런 맛이었을지도. 오히려 더 맛이 강해지면서 여지가 사라진 것은 아닐까. 재료를 추가할수록 새로운 맛을 즐긴다. 아쉽다. 맛있긴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