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사회

안철수와 국민의 당, 그리고 친노의 도덕적 우월성...

까칠부 2016. 2. 4. 16:20

아마 전에도 지나가듯 이야기한 바 있을 것이다. 지난 2012년 한명숙이 대표가 되고 친노가 당권을 잡았을 때도 공천학살을 저지르면서도 정작 친노계의 주요인사들은 사지라 할 수 있는 영남으로 행보를 잡고 있었다. 아마 당시 영남으로 향했던 후보들 가운데 조경태와 문재인만 겨우 살아돌아왔을 것이다. 그리고 같은 해 대선에서 문재인은 부산에서 노무현을 뛰어넘는 38%의 지지를 얻는데 성공하고 있었다.


바로 안철수와 그를 따라 당을 나선 비주류 인사들이 그토록 비판하는 친노패권주의, 영남패권주의의 실체다. 물론 호남지지자들이나 정치인들이 주장하는 남의집론은 상당부분 옳다. 1987년 김대중이 평민당을 창당하면서 이어진 제 1야당의 전통은 분명 호남에 뿌리를 두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제 1야당의 한계였다. 민주당이 3당합당으로 민자당으로 가버리며 호남은 고립되어 있었다. 더이상의 외연의 확장 없이 심지어 수도권에서마저 지지부진하며 1996년에는 80석도 얻지 못하는 처참한 수준으로 전락하고 말았었다. 김대중이 그토록 동진정책에 목을 맸던 이유였다. 노무현이 아니다. 김대중 때부터 동진정책은 제 1야당의 오랜 숙제였다.


2002년 광주가 노무현을 선택했던 이유였다. 노무현의 말처럼 노무현이 좋아서가 아니었다.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호남 뿐만 아니라 영남에서도 표를 얻을 수 있는 후보가 필요했다. 제 1야당이 외연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그래서 대선과 총선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호남 이외의 지역에서 표를 얻을 수 있는 후보들이 필요했었다. 바로 호남홀대론이 나오게 된 이유였다. 정작 호남에 기반해 선거에서 승리했음에도 심지어 김대중조차 호남을 위한 정치는 하지 못했었다. 다른 지역을 의식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해서 겨우겨우 끌어올린 지지율이 지난 대선에서 38%, 그나마 그 덕분에 김두관이 경남의 도지사까지 될 수 있었다. 온전히 친노만의 노력은 아니겠지지만 그 지분에 영남의 지역주의를 무너뜨리기 위해 자신의 정치생명을 내던졌던 수많은 인사들의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었다.


그런데 보라. 친노패권주의와 영남패권주의를 비판하며 당을 깨고 나간 인사들이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 지지자들조차 말한다. 왜 안철수더러 위험한 곳으로 가라고 말하는가. 어째서 안철수더러 떨어질지도 모르는 불확실한 곳으로 가서 희생하라고 말하는가. 이제는 아예 비례대표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호남에서 출마하면 문제없이 당선된다. 하기는 김한길은 수도권이기는 하지만 전혜숙이 이미 터를 닦아 놓은 광진갑에 낙하산으로 전략공천받아 어렵게 당선된 바 있었다. 그러고서도 이제 다시 안전한 호남으로 돌아가서 확실한 호남의 유권자들에게만 기대려 한다. 심지어 창당을 부산에서 하면서 당의 주요인사들이 절반도 부산으로 가지 않았었다. 그러면서 외연을 말한다. 그런 작자들이 과연 패권주의를 말할 수 있는 것인가.


호남이라는 확실한 야권의 기반에서도, 국고보조를 받을 수 있는 교섭단체를 위해 20석의 의석을 채우기 위해 안달하며, 그리고 더민주를 공격하기 위해 새누리당과의 공조마저 서슴지 않는다. 굳이 어려운 길을 가려 했던 김대중이나 노무현과 비교되는 행보다. 최소한 안철수가 당을 깨고 나와 적지라 할 수 있는 대구경북을 먼저 찾아갔다면 그동안 안철수를 비난한 것을 미안하다 사과라도 했을 것이다. 그만한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 2012년의 사퇴가 양보가 아니었을 것이라 확신하게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쉽고 안전한 길을 통해 그저 기존의 제 1야당을 부수고 자기가 그 자리를 차지할 궁리만 하고 있다. 어떻게든 유력대선후보를 끌어내리고 자신이 그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서만 골몰하고 있다. 희생도 하지 않고, 도전도 하지 않고, 비겁하더라도 확실한 길만을 골라간다. 그런 인간이 말하는 야권의 심판이다. 최소한 도덕적으로 심판받은 인사들도 그보다 더 어렵게 정치를 해 온 이들이었다. 혐오스러운 이유다. 끔찍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