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경제학...
경제학이 왜 이리 어려운가 잠시 고민했다. 물리학 이론도 정교한 수학공식이야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개념 만큼은 들으면 어느 정도 이해가 간다. 왜냐면 우리가 살아가는 이 우주 자체에 대한 연구이고 이론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경제학은 왜 이리 전제들이 많은가.
물론 나도 겉핥기로만 경제학을 공부했다. 사실 역사를 공부하면서도 항상 느끼던 의문이었다. 역사를 정의하는 것은 보편적이고 평균적인 일반인가, 아니면 특별한 개인이거나 집단인 것인가. 이를테면 어째서 아메리카의 문명에서는 바퀴와 철기가 쓰이지 않았는가. 어쩌면 철기보다 더 고도의 정교한 기술문명을 가지고 있는 듯 보이는 문명들인데 정작 너무나 흔하고 간단한 바퀴와 철기는 찾아볼 수 없다. 원래 이들 기술이 발명된 곳이 메소포타미아이기 때문이다.
인간이 있는 곳이면 어디서나 철기가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바퀴가 쓰이는 것이 아니다. 지중해에서는 이미 기원전 수세기부터 쓰이던 용골구조가 동아시아에서는 아주 최근까지 거의 쓰이지 않고 있었다. 반면 유럽에서는 탈라스전투에서 포로로 잡힌 중국인 기술자들이 이슬람에 제지기술을 전하면서 늦게서야 종이라는 것을 사용하고 있었다. 어째서 어디서는 고도의 문명이 발생하고, 어디서는 원시적인 사회인 채로 남아있는 것인가. 최초의 발명이 있었거나, 혹은 그것을 전달받을만한 통로가 있었을 경우 문명은 발달한다. 그렇지 못한 경우 문명은 정체되거나 심지어 퇴보하기도 한다.
모든 개인에게 정보가 일괄적으로 제공되는 것이 아니다. 정보의 취득과 해석에 있어 그 적극성이나 치밀함에서 개인의 차는 더욱 크게 벌어진다. 누군가는 선제적으로 정보를 획득하거나 생산하고 그를 통해 여론을 주도하기도 한다. 특정한 개인이나 집단의 의도가 시장에 작용하여 시장을 왜곡시키기도 한다. 이를테면 불과 몇 년 전 세계경제를 파탄으로 몰고갔던 금융위기가 그렇게 시작되었다. 집단이라는 흐름에 휩쓸렸을 때 개인은 자신의 판단보다는 전체의 분위기에 더 지배되는 경향을 보이기도 한다. 그것을 과연 일률적으로 계량화하여 이론화하는 것은 가능한가. 경제만을 따로 떼어 독립적으로 이론화한다는 것이 의미가 있는가.
크게 의미를 두지 말라는 것은 나 역시 경제에 대해 그다지 아는 것이 없기 때문이다. 다만 역사를 공부하면서 느낀 의문을 경제에 대해 읽으면서 같이 느끼고 있을 뿐이다. 경제는 과연 다수의 주체들에 의해 합리적으로 결정되며 조정되는가. 인간은 과연 합리적이며 예측가능한 행동만을 하는가. 그렇지 않다는 것은 수많은 경제학자들의 예측이 어이없이 틀리고 마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으로도 드러난다. 경제의 예측은 어쩌면 날씨의 예측과도 같다. 역사의 예측은 그만큼 더 어렵고 힘들다.
아이작 아시모프의 소설 '파운데이션'을 떠올린다. 적절한 변수와 그 변수들을 아우르는 최적의 공식만 있다면 얼마든지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 그러나 정작 파운데이션을 만든 당사자인 해리 셀던의 계산에 '뮬'이라는 돌연변이는 들어가 있지 않았었다. 책을 더 읽어야겠다. 새벽에는 생각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