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으로 돌아가고픈 평양시민...
아마 도저히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사람이 거의 다수일 것이다. 가난하고, 못살고, 무엇보다 자유가 없다. 어떻게 비교해도 대한민국이 더 나은데 어째서 그 사람은 북한으로 돌아가고 싶어하는 것일까?
하지만 그러지 않는가. 아무리 악법이라도 거스르지 않고 충실히 지키며 살면 일상을 누리는데 전혀 아무런 지장도 없다. 정부 비판하지 말라면 비판하지 말고, 시위나 파업 하지 말라면 역시 하지 말고, 그렇게 정부가 하라는대로 충실히 따르기만 하면 전혀 문제없이 풍요와 자유를 누리며 잘 살 수 있다. 이번 테러방지법과 관련해서 지지자들이 한 목소리로 하는 말이다. 딱 그대로다.
그냥 북한 정부가 하지 말라는 것은 하지 않으면 된다. 하라는 것은 충실히 따르면 된다. 그러면 문제없이 살 수 있다. 가난하고 없이 살아도 살려면 다 사는 것이 사람이다. 그 사람에게는 대한민국보다 가난하고 억압적이어도 북한의 체제가 더 낫게 느껴졌을 뿐이다. 탈북자 가운데 한국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북으로 돌아가고 싶어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마찬가지다. 그래서 또 가난한 이들이 개혁을 싫어한다.
북한이라는 가난하고 억압적인 사회에서 대한민국이라는 풍요롭고 자유로운 사회로 이동해 온 것도 적응하지 못해 곤란해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당장 가난하고 고단해도 어차피 지금껏 그렇게 적응해 살아왔는데 새삼 새로운 삶의 방식에 적응하려면 너무 두렵고 불안하기만 하다. 어디서 어떻게 시작해야 하는가. 어떤 식으로 새로운 세상에서는 살아야 하는 것일까. 못살고 힘들어도 기존의 삶이 더 편할 수 있다.
인간에게 과연 존엄과 자유가 필요한가. 민주주의는 과연 절대선인가. 나같은 비관주의자에게는 회의적인 물음이다. 인간은 존엄하지도 않고 자유롭지도 않다. 민주주의란 인간에게 도저히 불가능한 제도다. 단지 그것이 옳기에 인간은 끊임없이 그것을 추구하려 할 뿐이다. 옳다 여기지 않는다면 포기해도 상관없다. 어떻게도 사람은 산다. 인간이 지성이라는 것을 가지고 거의 수만년 이상 존엄도 자유도 풍요도 없이 억압 속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살아왔다. 인간의 본성을 거스르지 않는다.
군사독재에 익숙해지다 보니 민주주의가 오히려 거슬린다. 그저 시키면 시키는대로 아무말없이 일방적으로 따르던 사회에서 각자 자기목소리를 내기 시작하니 시끄럽고 성가시다. 번거롭다. 군사독재시절로 돌아가려 한다. 그런 국민이 대한민국에도 절반 이상이다. 최소한 절반 가까이다. 북한으로 돌아가고 싶은 평양시민과 다를 것이 무엇이 있는가. 경제가 더 악화되는 상황에서조차 그런 정부를 지지하며 정책에 만족한다. 경제적 풍요 역시 중요한 것이 아니다. 사람이 사는 곳은 어디나 크게 다르지 않다.
자유와 인권, 존엄과 다양성, 그리고 민주주의... 그러나 어떤 사람들에게는 그다지 중요한 가치가 아니다. 경제적 풍요도 마찬가지다. 가끔 잊는다. 그렇다고 그들을 존중할 생각은 전혀 없지만 말이다. 어차피 싫어해도 함께 살아가야 할 공동체이기도 할 것이다. 어쩌면 그래서 더 마음껏 그들을 싫어할 수 있다.
북한으로 돌아가고 싶어한다. 풍요롭고 자유로운 대한민국을 뒤로 하고 북한에 있는 가족의 곁으로 돌아가려 한다. 만일 그곳에 자신의 행복이 있다면. 체제보다 항상 인간이 먼저여야 한다. 당연한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