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사회

바둑과 알파고 - 사람이 컴퓨터에게 질 수밖에 없는 이유

까칠부 2016. 3. 11. 09:29

간단한 거다. 바둑을 두는데 어느 한 쪽에서 100여명이 팀을 이루어 시간제한없이 무제한으로 복기하며 최선의 수를 찾아 둔다. 최선의 수를 찾을 때까지 다른 한 쪽이 기다려야 한다면 과연 이긴다는 것이 가능한가.


알파고의 바둑이 그런 방식이다. 압도적인 연산능력을 이용하여 수백수천수만번 복기하며 그 가운데 최선의 수를 찾는다. 사람의 바둑은 직관으로 당장 앞에 놓인 수 가운데 최선의 수를 찾아내는 것이다. 더구나 최근의 대국은 거의 속기로 이루어진다. 아마 알파고와 이세돌의 대국 역시 속기룰을 따를 것이다.


복수의 프로세서가 실제 바둑을 두듯 복기하며 최선의 수를 찾아 반상에 놓는다. 그것을 사람은 정해진 시간 안에 최선의 수를 찾아내어 맞상대해야 한다. 불공평한 싸움이다. 컴퓨터의 장점은 직관이나 창의력이 아닌 연산능력에 있다. 마치 컴퓨터가 무작위로 만들어낸 무한에 가까운 디자인 가운데 인간의 디자인보다 더 나은 디자인을 찾아내는 과정과 닮았다. 생각해보니 무섭다. 무한의 무작위가 인간의 창의력을 대신한다.


새삼 알파고와의 대국을 보며 떠올린 생각이다. 설마 이세돌이 지겠나 생각했었지만 그러나 알파고의 연산원리를 알고 나니 질 수도 있겠구나. 불공평한 게임이다. 이해가 된다. 컴퓨터는 사람이 아니다. 그것을 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