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의 정치와 문재인의 정치...
김종인 정치 잘한다. 문재인 정치 못한다. 그때 한 가지 전제가 앞에 붙는다. 정치란 속이는 것이다. 감추고 이용하는 것이다. 때로 윽박지르고 때로 유인하여 세력을 모은다. 그런데 아무리 봐도 문재인은 그런 것과는 거리가 멀다. 그저 숙고하고 인내하고 대화로서 설득하고 그리고 한 길로만 걸어간다.
이번 더민주 비례대표 사태를 보면서도 느낀다. 욕했었다. 도대체 뭐하는 것인가. 김종인이 저리 당을 엉망으로 만드는데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는가. 하지만 그리 약속했으니까. 김종인에게 전권을 맡기겠다 선언했다. 그러므로 지지한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는 여러가지 노력들을 해보기도 하지만 정작 보이는 곳에서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문재인식 정치다. 대신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무산된 야권연대를 되살리고, 컷오프로 잘려나간 정치인들을 다독여 다시 붙잡아 앉힌다.
역시 문빠가 맞는 모양이다. 인간적인 호감이었다. 그리고 궁금해졌다. 노무현과도 다르다. 노무현은 정치인이었다. 그러나 문재인은 아무래도 정치인과는 거리가 멀다. 그런 문재인이 대통령이 된다면 어떤 정치를 하게 될까. 일단 약속한 것은 지키려 할 태고, 반대자들에 대해서도 인내하며 대화로서 풀어가려 할 테고, 국민에게도 진심으로 다가가며 설득하려 노력할 것이다. 실질만이 정치다. 진짜만이 정치다. 김종인과 다르며 김종인이 잘하는 정치는 못한다. 그런 문재인의 정치를 보고 싶어졌다.
더민주는 믿지 않는다. 그러나 문재인은 믿어보고 싶어졌다. 나중에서야 알게 된다. 다 끝나고 나서야 그 진가를 깨닫게 된다. 김종인마저 저리 마음대로 날뛸 수 있는 것은 문재인의 인내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자기보다 당이 우선이다. 자신의 입장이나 생각보다 당의 승리가 우선이다. 지켜본다. 다시 혼란에 빠졌다. 이번 총선에서 어느 당의 누구를 찍어야 하는지.
진심만큼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없다. 술수가 없다. 그래서 바보같다. 그래서 정치인으로서 무능해 보인다. 하지만 새로운 정치가 필요하다. 지금처럼 그저 남을 속이고 짓밟는 정치는 끝내야 할 때가 되었다. 꿈을 꾸어보련다. 노무현 때도 감히 꾸지 않았던 꿈이다. 부디. 마음이 움직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