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와 미남미녀의 법칙...
드라마를 보다 보면 가끔 등장인물들이 말도 안되는 소리를 지껄이기도 한다. 자기가 평범하다? 혹은 다른 누군가가 못생겼다? 일반인의 기준에서 충분히 평범도 한참 넘은 외모들이다.
간단하다. 대부분 아마 거울을 보면서 한 번 쯤 그런 망상에 빠져보았을 것이다.
"음, 이만하면 괜찮은데..."
거울이야 말로 겸손을 잊게 만드는 악마의 물건이다. 즉 자기가 거울을 통해 보는 자기의 외모에서 최소 한 30%쯤 빼면 남이 보는 자기의 외모가 나올 것이다. 솔직히 지금도 나는 인정할 수 없다. 내가 왜 잘생긴 게 아닌데? 늬들이 눈이 삔 거지.
다시 말해 드라마속 잘생겼는데 평범하고 평범 이상인데 못생긴 인물들이 바로 시청자 자신인 것이다. 특히 주연들. 그래서 시청자 자신 역시 드라마속 주인공들처럼 멋지고 예쁜 상대와 만나 사랑도 하고 사귀기도 할 수 있는 것이다. 부자도 되었다가, 영웅도 되었다가, 혹은 고독한 아웃사이더가 되었다가. 드라마속 인물들이야 말로 시청자 자신이다.
그래서 드라마속 주인공들은 잘생겨야 한다. 시청자 자신이 잘생겼기 때문이다. 예뻐야 한다. 시청자 자신이 예쁘기 때문이다. 그래서 시청자 자신이 동성인 배우들에게 깊이 빠져들기도 한다. 자기애다. 동성에 대한 동경은 그런 자신이고 싶은 강렬한 바람이다. 열등감이야 말로 가장 지독한 자기애의 발현이다.
남자가 잘생긴 남자를 찬양하고, 여자들이 예쁜 여자를 쫓아다니고, 하지만 그로부터 그들이 진정 찾고 있는 것은 그 안에 숨은 자기 자신의 모습이다.
어째서 드라마속 주인공들은 그처럼 잘생기고 예쁘기만 한가. 그리 잘나가는 사람들인가. 아니면 우울하지 않은가. 현실이 그렇지 않아도 우울한데. 드라마에서라도 다르기를 기대한다. 잠시 꿈이 현실이 된다.
거울앞에 서서 자신을 본다. 여러 표정도 짓고, 짐짓 머리도 쓸어올리고. 폼도 잡아본다. 역시 나는 잘생겼다. 그런 꿈을 꾼다. 드라마는 꿈이다. 아니 그래서 꿈을 드라마라 부른다. 아마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