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뱀파이어 탐정 - 트릭을 위한 트릭, 큰 그림만 그리다

까칠부 2016. 4. 18. 05:14

추리물을 쓰다 보면 흔히 빠지게 되는 함정이다. 추리를 위한 트릭에 너무 집착한 나머지 트릭 그 자체를 위한 트릭을 만들고 만다. 실제와는 상관없는 오로지 작가의 머릿속에서만 완결되는 트릭이다. 이를테면 욕실의 습기에 흘러내려 M자를 그리는 핏물처럼.


손가락에 아무리 피를 흥건히 묻히고 글을 써봐야 V자 두 개 모두 양쪽 끝에서 핏물이 흘러 M자를 만들 만큼이 되지 못한다. 아니 설사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핏물이 그렇게 곱게 양쪽 끝에서만 흘러서 M자를 만들지 못한다. 무엇보다 경찰이 바보가 아닌 이상 한 눈에 보기에도 한 번에 이어쓴 모양이 아닌데 그것을 M자라 단정짓는 것도 어쩐지 어색하다. 그냥 주인공이 가진 뱀파이어 능력을 놀려두기 뭣하니 억지로 집어넣은 트릭이라 할 수 있다.


추리라 할 만한 것도 거의 없었다. 그나마 살인현장에 남겨졌다는 다잉메시지마저 주인공 윤산(이준 분)이 가진 뱀파이어 능력으로 한 번 훑어보는 것만으로 모든 진실이 밝혀진다. 나머지 진실들 역시 주위사람들에 의해 우연처럼 필연처럼 하나씩 주인공들에게로 전해진다. 자신들에게 오빠 문경호의 무죄를 밝혀달라 의뢰했던 문미진은 전혀 다른 사람이었다. 자신들에게 의뢰한 그 사람은 바로 문경호의 비밀암실에서 찾은 카메라의 메모리에 저장되어 있던 누군가의 얼굴이었다. 나머지는 본색을 드러낸 의문의 여성(이청아 분)의 입을 빌려 친절하게 설명된다. 사실은 이런 의도였다.


오히려 흥미로운 것은 과정에서 마치 퍼즐조각이 모이듯 드러난 진실의 단초들이다. 윤산이 쫓고 있는 누군가와의 사이에서 매개열할을 한다. 도대체 그때 윤산이 정유진(김윤혜 분)의 총에 맞고 쓰러졌던 그 날 그곳에서는 어떤 일들이 일어났던 것일까? 어째서 정유진은 윤산을 쏘았고, 지금 윤산이 쫓고 있는 그 의문의 여성과 정유진과는 어떤 관계인가? 각각의 에피소드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는 듯 드라마를 관통하는 큰 그림을 완성해 갈 조각들을 모으는데만 집중하고 있다. 애매하다. 덕분에 매회 드라마는 제대로 된 시작도 끝도 보여주지 못한다.


주인공들의 비중이 정작 너무 없다. 화면에는 자주 비추는데 정작 하는 일이 거의 없다. 용구형(오정세 분), 한겨울(이세영 분) 모두 각자 자신만의 장점과 개성을 살려 주인공 윤산과 함께 진실에 다가가야 하는데 그 과정이 거의 생략되며 사소한 말장난이나 주고 받는 사이로 전락하고 말았다. 긴장감을 유지하기가 힘들다. 그렇다고 맞는 사건들이 긴장될 정도로 크고 대단하고 정교한 사건들인 것도 아니다. 초반만 반짝했을 뿐 후반은 요나의 일방적인 독주였다. 윤산은 단지 요나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역할에 머물고 있었다.


전체의 큰 얼개에 비해 세부의 디테일이 부족하다. 무엇보다 매 회의 에피소드는 각각이 독립된 단위여야 한다. 그 안에서 완결되는 이야기가 있어야 한다. 너무 전체의 그림에만 집중한 나머지 세부의 묘사에서 실패한 것은 아닐까. 아쉽다. 재미있을 것 같은 드라마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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