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사회

손학규의 한계...

까칠부 2016. 4. 20. 01:46

역사상 크게 이름을 남긴 리더 가운데 보면 똑똑한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오히려 똑똑한 사람은 리더 아래에 있다. 너무 똑똑해서다. 너무 똑똑해서 유리하고 불리한 판단이 빠르다. 이익이 되고 손해가 되는 계산이 빠르다. 그래서 항상 안전한 곳에 있으려 하고 그래서 정작 중요한 순간에 승부를 걸지 못하고 아쉬운 결정을 하는 경우가 많다. 리더는 불리한 순간에도 어리석어야 하고, 손해를 보면서도 무조할 수 있어야 한다.


만일 손학규가 진짜 큰 정치인이 되려 했다면 대통령경선에서 떨어졌다고 한나라당을 탈당해서는 안되었다. 아무리 만만해 보인다고 성급하게 어제까지 적이었던 야당에 몸담는 것이 아니었다. 한나라당에서라면 당시 이명박과 박근혜 이후가 보이지 않았었다. 잘만 준비했다면 고만고만한 차기대선주자 가운데 가장 돋보이는 한 사람으로 남았을지도 모른다. 어차피 적이었다. 손학규라는 이름값만으로 반겨주는 이들도 적지 않겠지만 어제까지 적이었던 기억을 간직한 이들도 역시 적지 않다. 무엇보다 이미 그동안 야당 안에서 뿌리를 내리고 있던 기존의 조직들이 있었다. 손학규를 처음 좌절시킨 바로 그것이었다.


물론 문재인도 정치적 술수나 승부수 같은 것에는 취약하다. 하지만 문재인에게는 옳다고 여기는 일에 대해서는 타협하지 않고 정면으로 부딪히는 뚝심같은 것이 있다. 스스로 승부를 걸지는 않지만 승부를 걸어야 하는 순간을 견디는 능력은 탁월하다. 어제까지 적진이던 야당에서 대표까지 하면서 손학규가 보여준 모습이란 어떤 것이었는가. 그런 손학규의 모습에서 과연 어떤 야당의 미래를 그려 볼 수 있었겠는가. 이번 총선은 손학규에게도 기회였다. 총선에서 야당이 패배한다면 손학규에게도 기회는 돌아온다. 그러나 만에 하나 그야말로 기적처럼 야당이 총선에서 승리한다면 어떻게 하겠는가. 그리고 야당이 승리한 그 순간 손학규가 야당에 함께 있었다면 그 지분의 상당부분을 손학규가 가져갈 수 있다. 하지만 가장 확실한 한 가지 가능성에 걸었다가 그나마 마지막 남은 밑천까지 모두 털리고 만다.


당이 가장 위태로울 때 정계은퇴를 명분으로 안전한 곳에 물러나 있었다. 아니 심지어 가깝다는 이유만으로 경쟁관계에 있는 상대당의 후보를 지원하는 모습까지 보이고 있었다. 그렇다고 상대당에 가기에는 이미 총선에서의 기대를 넘어선 성과로 차기 대선주자이기도 한 당대표의 주가가 상한을 넘어 하늘을 뚫고 치솟고 있다. 그래서 기껏 한다는 것이 4.19 기념식에서 자신의 계파 국회의원들을 모아서 세과시하는 것 뿐이다. 면면이 꽤나 화려하다. 그러나 정작 계파의 수장인 손학규가 저리 외로운 처지로 전락했는데 그들에게 과연 미래라는 것이 있을 것인가. 그래서 더 외롭고 쓸쓸하게만 보인다.


치세에는 양군이 될 수 있을지 모르지만 난세에 명군이 되기는 어렵다. 무난하게 제법 잘한다 소리를 들을 정도는 되지만 역사에 이름을 남길 정도는 되지 못한다. 나쁘지는 않다. 지금이라도 어디 지자체장이나 야당이 정권을 잡으면 장관자리 하나 정도는 맡아 볼 만하다. 딱 거기까지. 당 하나도 제대로 아우르지 못하는 인물이 과연 한 나라를 이끌 그릇이 될 수 있을까. 안철수에게도 마찬가지로 적용되는 문제다. 자신을 반대한다고 더민주조차 제대로 아우르지 못한 한심한 그릇으로 과연 국정인들 제대로 해나갈 수 있을 것인가.


그야말로 용이 떨어지는 선거였다. 직접적으로 지역구에 출마했다가 낙마한 김문수, 오세훈에 더해, 새누리당 패배의 책임을 져야 할 김무성, 여기에 나서야 하는 순간을 파악하지 못한 손학규까지. 넓게는 유승민 또한 탈당까지의 과정에서 여당에서 상당히 비판적인 여론을 짊어질 가능성이 높다. 과연 새누리당이 다음 대선에서 앞세울 후보는 누구인가. 손학규의 끝을 본다. 언젠가는 끝나는 순간이 온다. 아쉽지는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