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사회

요즘 좀비물에 꽂힌 이유...

까칠부 2016. 5. 6. 16:48

아주 어렸을 적 기억이다. 정확히 좀비는 아니고 흡혈귀였다. 꿈을 꾸는데 사람들이 흡혈귀에 물려서 하나씩 흡혈귀로 바뀌고 있었다. 바로 가족도, 바로 옆에 있던 친구도, 도망치는데 흡혈귀는 수를 늘려 계속해서 쫓아오고 있었다. 멀쩡한 사람은 나 하나만 남았다. 어떻게 해야 하는가. 딱 초등학교 2학년 때였다. 포장 안된 둑방길과 커다란 버드나무, 연탄으로 인해 검은 흙이 좁은 골목에 깔려 있던.


사실 b급 공포물로서 좀비는 그다지 취향이 아니었었다. 아니 공포물 자체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그런데 요즘 문득 좀비물에 꽂혀서 일부러 찾아서 보고 있다. 예전 보다 그만두었던 워킹데드를 다시 보기 시작한 이유도 그래서다. 문득 보게 된 것이다. 오히려 일본드라마 '아이 엠 히어로'를 통해서 진정 좀비가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가. 그런 점에서 일베놈들이 진짜 좀비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었다. 좌파좀비들이라. 원래 좀비의 시작은 2차세계대전이 끝나고 이데올로기 냉전이 시작되던 1950년 발표된 '나는 전설이다'였다.


본능적인 공포다. 타인이 타인을 잡아먹고 인간의 이성과 기억마저 마비시킨다. 더욱 인터넷을 하면서 그것을 절실히 느끼게 된다. 집단의 논리가 개인의 판단과 가치마저 무력화시킨다. 인간의 이성이란 얼마나 무력한다. 인간의 기억조차 얼마나 가치없는가. 인간이란 과연 현명하며 존엄한가. 2차세계대전 당시 대중의 광기를 느끼며, 2차세계대전이 끝나고 이데올로기에 매몰된 인간들의 잔혹한 본성을 확인하면서. 타인이 타인을 전염시키며 확산되는 그 무논리와 비이성의 광풍을 어쩌면 작가는 좀비로 구체화한 것인지 모른다.


인간이 더이상 인간이 아니게 될 때. 최악의 디스토피아다. 인간이 인간이 아닌 채 인간을 지배하게 될 때. 그런 때 인간은 무엇을 할 수 있는가. 무엇에 의지하고 무엇을 목적으로 살아야 하는가. 법도 윤리도 존재하지 않는 시대에 생존을 위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인간의 군상을 보여준다. 그럼에도 인간이 추구해야 할 본질을 가리킨다. 좀비는 의외로 인간을 위한 우화로써 많은 이야기들을 들려주는 매개가 된다.


항상 경계하는 것이다. 나 아닌 다른 누군가로 인해 나 자신을 잃는 것을. 그래서 블로그 글도 거의 읽지 않는다. 책을 읽든 방송을 보든 한 걸음 떨어져서 나를 중심으로 판단하려 노력한다. 쉽지는 않다. 실수도 많고 틀리기도 한다. 그렇다고 그것을 잘못이라 여기지 않는다. 무수한 오류가 쌓이며 인류는 발전한다. 오류는 실패가 아닌 경험이고 가능성이다. 좀비는 될 수 없다.


대중문화는 확실히 대중의 무의식이다. 대중이 대중문화를 소비하는 동기는 그 무의식을 위한 욕망의 충족이다. 무의식적으로 안다. 인간의 문제에 대해서. 인간의 공포에 대해서. 그럼에도 인간이고자 하는 당연한 본능이 있다. 대부분의 좀비물이 추구하는 주제다. 하기는 공포물이 공통적으로 추구하는 바이기도 하다. 극한의 상황이 인간의 본질을 드러나게 한다. 때로 그렇게 보아도 공포물은 재미있어진다. 특히 내게는. 아무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