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의 양보...?
아마 이번 총선기간에도 안철수 지지자들은 그리 말하고 있었을 것이다. 당과 아무런 협의 없이 임의로 단잃화를 추진하려는 지역구 후보들에 대해 당이 공천을 준 것인데 어째서 당신들이 마음대로 하려 하느냐고. 당이 공천을 주었다면 당의 뜻을 따르는 것이 맞지 않는가고. 말 그대로다.
하다못해 합의추대로 선출된 후보라 해도 마찬가지다. 거기에는 그 한 사람을 선출직으로 올리고자 하는 당과 당원, 그리도 다수 지지자의 의지가 결집된 결과인 것이다. 경선이라도 치르게 되면 막대한 인력과 수고와 시간과 비용이 추가된다. 함께 경선을 치른 경쟁자들의 몫까지 추가된다. 만일 자기가 포기했다면 다른 경쟁자가 후보로 선출될 수도 있었는데 경선을 통해 후보까지 되어 놓고서 마음대로 후보직을 내놓는다?
그래서 단일화에는 그만한 합리적인 절차와 과정이 필요한 것이다. 어느 한 쪽히 자신의 권리를 내려놓으려 할 때 당과 당원, 지지자, 혹은 다른 경쟁자들까지 모두 납득할 수 있는 이유와 명분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그래야 비로소 당원과 지지자, 경쟁자들도 기꺼이 결과에 승복하고 선출된 단일후보에 지지를 모아줄 수 있다. 실제 멋대로 중간에 사퇴하는 바람에 지지자는 물론 경쟁상대이던 문재인의 지지자들도 얼마나 당황스럽고 혼란스러워했었는가. 도대체 이러면 어쩌자는 거지?
당장 안철수 지지자들도 말하고 있었다. 그런 식으로 안철수가 사퇴하며 차라리 기권하거나 상대후보에 투표했다. 이건 단일화가 아니다. 정작 사퇴를 말했지만 그것을 굳이 문재인을 향한 양보라 말하기 어려운 이유가 여기 있다. 사퇴하면서 문재인에 대한 지지를 명확히하지 않았는데 그렇다면 또다른 대선후보인 박근혜를 위한 양보일 수도 있는 것이다. 최소한 박근혜의 당선에 일조했던 당시 안철수 지지자의 입장에서 보면 안철수의 사퇴는 박근혜에게 투표하는 이유이자 명분으로 작용하고 있었다.
자기들이 한 말을 자기들이 부정한다. 총선기간 동안 임의로 자의적으로 단일화에 나서려 했던 자기당 후보들을 비판하던 논리 그대로 적용한다. 더불어 자기들 가운데 문재인이 싫어 기권하거나 상대후보에 투표했다는 다수 지지자들의 입장도 그대로 인용한다. 그마저도 문재인의 탓이라 한다. 그렇게 하지 말자고 단일화 절차를 거치자 하는 것이었다. 문재인이 만일 당시 마음대로 대선후보 사퇴했다면 그 지지는 온전히 안철수에게로 갔을 것인가. 감정이 논리가 될 수 없고 사실이 될 수 없다. 진실은 더더욱 될 수 없다.
아직까지 저런 헛소리 지껄이는 지지자들을 보게 된다. 아마 안철수의 생각도 그와 비슷한 모양이다. 더민주와 문재인, 나아가 친노와 운동권에 대한 저토록 극렬한 혐오감과 적개심을 보이는 것을 보면. 자기가 피해자다. 자기가 희생자다. 자기가 지레 자기 성질에 못이겨 사퇴해 놓고는 그것이 양보다. 지지자들이 정작 양보의 결과 이탈하거나 반대편에 합류했다. 웃기는 것이다.
안철수에 굳이 기대하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아직까지 지난 대선에서 양보한 것을 우려먹는다. 지난 총선에서 양보한 것도 기껏 우려먹으려 하고 있다. 손해를 보지 않는다. 가만 있었으면 그냥 양보했거니 여기고 말았을 것이다. 결국 본전생각이 들게끔 하고야 만다. 정치가 작다. 사람들의 평가를 이해한다. 재미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