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옥중화 - 너무 이른 임무의 버거움, 불길속을 달리다

까칠부 2016. 5. 16. 05:56

어쩐지 무겁다. 코스요리를 주문했는데 다짜고짜 메인디시부터 받은 느낌이다. 단품요리로 즐기는 것도 크게 나쁘지 않지만 그러나 아직 많은 시간이 남아 있다. 과연 이처럼 진하고 기름진 요리를 전채로 내놓고 나머지 코스는 무엇으로 채우려는 것일까.


하기는 그래서 지난회부터 드라마의 중심이 박태수(전광렬 분)에게로 옮겨갔다. 아직 충분히 서사가 축적되지 않은 옥녀(진세연 분)로서는 도저히 무리다. 국경을 넘어 명의 사신을 암살해야 한다. 수많은 호위병사들에 둘러싸인 사신을 살해하고 그가 가진 편지를 훔쳐내야 한다. 이제 갓 채탐인이 된 어린 소녀에 불과한 옥녀가 그것을 감당할 수 있을까?


하지만 그럼에도 드라마의 주인공은 어디까지나 옥녀였다. 결과야 어떻든 임무가 끝나고 나면 드라마의 중심은 다시 옥녀에게로 옮겨 올 터였다. 이미 국경을 넘어 외국사신을 살해하는 위험한 임무를 수행하고 돌아온 뒤다. 다시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려 해도 갓 채탐인이 된 앳띤 소녀의 모습은 어디에도 없다. 사신암살만한 주목도있는 임무를 맡게 될 가능성도 그다지 없다. 잔뜩 텐션만 높여놓고 뒷심을 이어가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대개 선대의 인물을 통해 강한 인상을 남기며 시작한 경우 퇴장한 이후의 초기화가 무척 중요하다.


윤태원(고수 분)과의 인연이 이어진다. 인연인지 악연인지는 모른다. 하필 옥녀가 처음 맡게 된 음모가 윤태원의 운명과도 관계되어 있다. 명나라 사신을 죽여야 하는데 명나라 사신이 죽으면 그를 뒷배로 명나라와의 무역길에 나선 윤태원은 곤란한 상황에 빠지고 만다. 곤란한 정도가 아니라 자신을 믿고 전재산을 투자한 대행수 공재명(이희도 분)과 함께 아예 망하게 될지도 모른다. 박태수가 사신을 살해하려 활을 쏘아 화약에 불을 지를 때 옥녀는 사신이 가진 편지를 찾았고 윤태원은 사신을 찾아 그를 지키려 했었다. 윤태원이 성공하면 옥녀가 속한 채탐인의 계획이 실패한 것이고, 옥녀가 성공한다면 윤태원의 의도는 좌절된다. 어떻게 풀어갈지도 걱정이다. 그들의 인연은 이번이 끝이 아니다.


너무나 큰 첫임무를 맡아 긴장한 옥녀의 모습이 어설프다. 괜히 신경을 곤두세우고 눈에 힘까지 준다. 임무가 끝나고 난 뒤에도 그렇게 힘을 준 채 지내게 될까. 50부작이 예정되어 있다. 이제 겨우 6회가 지났을 뿐이다. 그렇지 않아도 그토록 간절히 바라는 생모의 죽음과 관련한 진실까지의 거리가 매우 촘촘하다. 이미 죽음을 배후에서 지시한 윤원형(정준호 분)과 만났다. 이번 임무 역시 윤원형과 그의 배후인 문정왕후(김미숙 분)가 관계되어 있다. 주변의 이야기로 풍경을 늘린다. 보이는 것을 늘려 걸음을 늦추고자 한다. 시간을 채우려 한다.


굳이 편전까지 써서 불화살을 쏴야 할 이유가 없었다. 심지어 병사들이 지키는 숙영지 안으로 몰래 잠입해서 편전의 표적이 되도록 일부러 감추기까지 하고 있었다. 조선에는 신기전이 있었다. 신기전의 화통은 화약으로 채워져 있었고 심지의 길이를 이용해서 폭발시간까지 정할 수 있었다. 어차피 화약을 빼돌린 것만으로도 조선과 명의 중요한 전략물자가 유출된 혐의를 잡을 수 있었다. 그냥 배경이었다. 윤태원은 명나라 사신인 오장현 태감을 몸을 던져 구해야 했고 옥이는 처음으로 맡은 임무를 성공시켜야 했었다. 불길속에 분주하기만 하면 되었다.


강선호가 윤원형으로부터 비밀스런 지시를 받으며 박태수의 퇴장은 예고된다. 옥녀가 박태수로부터 배운 사실이 강선호에게도 알려진다. 옥녀의 설득으로 임무는 계속된다. 불길속을 옥녀와 윤태원이 달린다. 윤태원이 태감을 구한다. 옥녀는 편지를 훔쳐냈다. 한 주가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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