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와 여성...
사실 전체 범죄피해자 가운데 여성의 비율이 얼마나 되는가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여성에 비해 남성이 사회적으로 왕성한 활동을 하고 범죄에 노출되는 빈도도 높다. 사회의 자원도 상대적으로 남성에 더 편중되어 있다. 대신 여성에게는 여성이라는 성이 있다.
딱 한 가지만 보면 된다. 전체 범죄 가운데 남성, 혹은 여성이라는 이유로 저질러지는 범죄가 얼마나 되는가. 남성이었다면 쌍방폭행까지도 갈 수 있는 상황이지만 여성이기에 일방적인 폭행으로 심지어 그 이상의 결과로까지 이어진다. 그럼에도 여성은 범죄로부터 자유로운가.
전체범죄통계 가운데 성범죄를 빼라. 절도는 돈을 빼앗는 것이다. 살인은 목숨을 빼앗는 것이다. 납치와 감금은 개인의 자유를 빼앗는 것이다. 성범죄는 여성이 가진 성을 약탈하는 것이다. 그것도 아주 잔인한 방법으로. 하기는 남자놈들이 성범죄에 노출된 여성이 겪는 고통따위 공감하기는 어렵겠지.
전에도 썼다. 문명사회에서 남성과 여성은 대등할 수 있다. 이성과 논리가 지배하는 사회에서 남성과 여성은 동등한 존재로 여겨질 수 있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그같은 문명적 질서가 흐트러진다면 여성은 일방적인 야만 앞에 무방비하게 노출된다. 여성의 인권이 보장되는 선진국에서도 여성은 범죄에 취약하다.
여성들이 막연히 남성에 대한 공포와 혐오감을 가지는 이유다. 아니 그 전에 남자라도 자기 딸이고 동생이면 그렇게 가르쳐야 한다. 남성을 조심하라. 남성과 함부로 가까이 가지 마라. 남성과 단 둘만 있지 마라. 그것이 현실이다. 외부의 감시와 통제가 사라졌을 때 남성의 야만은 여성을 피해자로 만들 수 있다.
외면한다. 애써 거부한다. 여성에게는 생존의 문제이지만 단지 자기가 기분나쁘다. 자기게 그에 대해 미안해하고 책임감을 느껴야 하는 사실이 부당하다. 하지만 공동체다. 남성과 여성이 함께 사는 사회다. 메갈리아가 자신의 무책임을 정당화해주지는 않는다. 위마드가 자신의 비겁함을 정당화해주지는 않는다.
이번 사건으로 여성들이 느끼는 본능적 공포를 먼저 이해해야 한다. 감당할 수 없으면 차라리 한 발 물러선다. 아무도 없는 곳에서 마음껏 무서워할 수 있도록. 그마저 통제하려 든다. 마치 광주의 비극을 겪은 피해자들이 슬퍼하지조차 못하게 감시하던 계엄군처럼. 그래, 사회는 여전히 남성이 지배하고 있다.
자존감이 약해서다. 자존감이 강한 남성은 의외로 여성에게 자신을 양보하기를 꺼리지 않는다. 오히려 그러는 것이 자신의 가치를 높이는 것이다. 10억 가진 사람에게 1천만원 정도는 자신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내던질 수 있는 돈이다. 100만원 벌먼 10원도 그리 양보하며 쓰기가 어렵다. 현실이 우울하다. 이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