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옥중화 - 무력한 옥녀, 대비의 앞에서 진실을 털어놓다

까칠부 2016. 5. 30. 04:51

원래 한국에서는 귀신도 한을 풀려면 원님을 찾아가야 한다. 원님이 들어주기까지 몇 번이고 원님을 찾아가 하소연한다. 일찌감치 중앙집권이 완성된 탓에 중앙정부의 행정력이 사회의 말단에까지 미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어떤 개인도 사회의 공적인 구조와 제도를 넘어서 존재할 수 없었다. 법과 공적인 기구와 정부의 관리들에 의해 모든 일은 처리된다. 아마 그래서 역사시대를 배경으로 액션물을 만들려 할 때 한계와 제약이 많은 것이기도 하다.


하여튼 시시콜콜한 것들까지 모두 공식사서에 기록되어 있다. 먼 지방에서 일어난 사소한 사건들마저 조정에 보고가 되었다면 조선왕조실록에 간략하게나마 기록으로 남아 있다. 임진왜란 이후로는 조선왕조실록보다 몇 배나 방대한 승정원일기가 아직 다 번역되지 않은 채 연구자들을 기다리고 있다. 상상의 여지가 사라진다. 시대적 배경이 조선명종 때다. 어떤 인물들이 살았고 어떤 사건들이 있었는지 조금만 역사에 관심을 가져도 대강을 알게 된다. 개인이 무엇을 어떻게 하든 실제 역사의 흐름까지 바꾸지는 못한다. 때로 등장인물과 관련해서 민폐논란이 불거지고 마는 이유다. 무언가 열심히 해보려 하는데 단지 주위만 피곤하게 할 뿐 정작 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이루어지는 것도 아무것도 없다.


기껏 조선최고수라 할 수 있는 전설적인 채탐인 박태수(전광렬 분)에게서 무술과 학문까지 배웠는데 정작 그것을 가지고 할 수 있는 일이란 거의 없다. 더구나 한양이 배경이다. 왕과 조정이 있는 나라의 도성이다. 지배력이 직접 미치는 공간이다. 그런데 감히 함부로 실력을 뽐내다가는 조선이라는 나라 전체와 싸우게 될지도 모른다. 조정의 권력을 한 손에 틀어뒤고 있는 권신 윤원형(정준호 분)이 자신의 뒤를 쫓는데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역시 역사에 기록되지 않은 채탐인의 수장 강선호(임호 분)를 찾아가는 수밖에 없다. 쫓기고 쫓기고 그리고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대비 문정왕후 윤씨(김미숙 분)에게 불려가 그녀에게 의지한다. 사는 것도 죽는 것도 오로지 문정왕후 윤씨의 손에 달려 있다.


한양의 왈패들을 배경으로 실력을 키워 정난정(박주미 분)에게 복수하려 한다. 하지만 벌써부터 정난정이 공권력을 움직여 대행수인 공재명(이희도 분)을 잡아가두고 있었다. 아무리 왈패를 끌어모으고 상단을 키우더라도 정난정은 당대의 권신 윤원형의 첩이며 스포일러일 것도 없이 역사에 기록된 대로 정부인이 죽고 난 뒤 정부인의 자리를 차지하고 정경부인의 자리에까지 오르게 된다. 역시 윤태원(고수 분) 또한 아무리 발버둥쳐도 도저히 어쩔 수 없는 역사라는 큰 흐름 가운데 있는 것이다. 아예 역사적 사실을 배제하고 재미만을 추구할 것이었다면 차라리 가상의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편이 나았다. 어떻게 역사라는 큰 흐름과 그 구체적인 장면에서의 인물들의 활약을 조화시킬 것인가.


참 무력하다. 쫓기고 도망치고 숨고. 하다못해 정난정에 의해 독살당했다 전해지는 윤원형의 정부인도 지키지 못한다. 하녀가 감춰둔 약을 찾아낸 순간 포도청에서 들이닥쳐 옥녀를 잡아간다. 주인공에 이입해 보려 하면 답답해 미칠 정도다. 결국 울 수밖에 없다. 엉엉 소리내어 울고 만다. 우는 연기가 어색한 것이 그래서 더욱 눈에 들어온다. 간절함도 처절함도 애절함도 없이 그저 목으로만 소리내어 울고 있었다. 그전까지는 딱히 주인공으로서 아쉽다거나 하는 느낌은 받지 못했었다. 그렇게 치밀하거나 정교한 드라마는 아니다.


드라마의 주인공은 옥녀일지 몰라도 역사의 주인공은 문정왕후이고 윤원형이고 정난정이다. 어쩌면 기록에만 없을 뿐 당시에도 옥녀가 있었고 윤태원이 살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결국 역사에 기록된 이들이 당시의 시대를 만들어간다. 그렇게 만들어간 시대가 문자로 기록되면 역사가 된다. 그 모순을 어떻게 해결하는가가 많은 역사드라마에 있어 숙제라 할 수 있다. 아직은 주변이다. 아직은 객체다. 드라마의 중심에도 있지 못한다.


결국 옥녀가 문정왕후의 앞에 불려간다. 숨가쁜 상황이 지나간다. 대비의 명을 받든 내금위 종사관이 윤태원을 찾은 그 시각 윤원형의 정처인 안국동의 하녀가 옥녀의 정체를 알아채고 정난정의 시누이 민동주(김윤경 분)에게 고해바치고 있었다. 윤태원이 아직 확신을 가지지 못하고 망설이고 있던 바로 그때도 정난정은 포도청 종사관인 성지헌(최태준 분)을 시켜서 옥녀의 신병을 확보하려 했었다. 그야말로 간발의 차이였다. 옥녀를 체포한 성지헌이 안국동의 문을 나서는 순간 내금위 종사관이 그의 앞을 막아섰다. 과연 대비에게 모든 사실을 고하고 나서 옥녀는 윤원형으로부터 자신을 지킬 수 있을 것인가. 하기는 이제 겨우 시작이다.


옥녀를 잡아들이라는 윤원형의 명령에 따라 성지헌은 옥녀의 양아버지인 지천득(정은표 분)과 소매치기 천둥(쇼리 분)을 옥녀가 숨어있던 폐가에서 잡아 포도청으로 압송한다. 뻔히 양동구(이봉원 분)가 이들을 제대로 심문하지 않는 것이 보이는데도 일부러 무시한다. 등뒤에서 들려오는 거짓 비명소리에 잠시 멈추었다가 그냥 갈 길을 간다. 모두의 목적이 같지는 않다. 이유 역시 같지 않다. 여전히 많은 비밀들이 감춰져 있다. 풀어갈 실타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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