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오해영 - 남자들에 대한 경고, 사랑은 함께 하는 것이다
사랑은 받는 것이 아니라 하는 것이다. 사람은 사랑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사랑하기 위해서 살아간다. 한태진(이재윤 분)이 실패한 이유다. 박도경(에릭 분)이 처음 실수했던 이유였다. 자기만 사랑하려 했다. 자기만 사랑을 베풀려 했다. 사랑할 기회를 주지 않았다. 결국 포기하고 떠나더라도 그 판단은 오로지 오해영(서현진 분)의 몫이다. 그래서 사랑은 함께 하는 것이다.
어머니(김미경 분)은 딸을 위해 박도경에게 사촌의 결혼식에 오지 말라고 이야기한다. 끝까지 책임질 자신이 없다면. 결혼까지 갈 생각이 없다면. 한 편으로는 박도경이 오해영을 위해 사촌의 결혼식에 나타나는 것을 바랐을 것이다. 그만큼 박도경 역시 오해영을 사랑하고 있다. 끔찍하게 생각하고 있다. 딸 역시 자신과 박도경을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못난 딸로 인해 주위의 입방아에 시달릴 어머니를 위해 박도경을 사촌의 결혼식장에 데려가려 한다. 오해영이 서러운 것은 그런 자신의 의도를 어머니가 전혀 몰라주어서였다.
나의 사랑이 부족한 것인가. 나의 사랑이 잘못된 것인가. 때로 회의한다. 때로 의심하며 불안해한다. 확인하고 싶어한다. 정확히 사랑받고 싶다기보다는 자기가 틀리지 않았다는 확신을 가지고 싶은 것이다. 굳이 결혼까지 바라는 것은 아니다. 단지 내가 사랑하는 만큼 상대도 자신을 사랑해주기를. 그래도 역시 사랑은 주는 만큼 받기도 하는 것이다. 그것은 자신의 사랑에 대한 보답이다. 더 사랑하기 위해서. 최소한 오해영의 사랑법은 그랬다. 예쁜오해영(전혜빈 분)의 말이 맞다. 부모로부터 듬뿍 사랑받고 자란 오해영이기에 누구보다 자신을 사랑할 줄 안다. 자신에 당당할 줄 안다.
결혼이라는 단어 앞에서 어쩔 수 없이 주저하고 만다. 그냥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사는 것이 아니다. 자신이 지켜야 할 가족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지금까지와는 달리 가장으로서 자신의 이름이 가족의 맨 앞에 놓이게 된다. 누구나 가지는 두려움이다. 자신의 아이이니 자신이 책임져야 하는데. 그러므로 자신의 아이를 가진 박수경(예지원 분) 역시 남자로서 자신이 책임져야 하는데. 막상 결혼이라는 단어 앞에 서면 어쩔 수 없이 작아지고 만다. 과연 자신은 가장으로서 남편으로서 한 가정을, 한 여자를 책임질 수 있을 것인가.
박도경의 고민은 그보다 더 실체적이다. 자신은 죽어가고 있다. 가까운 미래의 언젠가 자신은 죽어가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도 오해영을 사랑해야 하는가. 오해영을 사랑한 채로 홀로 남겨두어야만 하는 것인가. 차라리 감정이 더 깊어지기 전에 먼저 떠나보내는 것이 낫지 않을까. 아무것도 아닌 채로 아무것도 남기지 않은 채 그렇게 떠나가는 것이 낫지 않을까. 여전히 박도경은 오해영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판단하는 것도 선택하는 것도 결정하는 것도 모두 오해영 자신의 몫이다. 책임도 오해영 자신이 지게 될 것이다. 후회도 오해영 자신이 하게 될 것이다. 미리 오해영이 해야 할 일들을 그녀를 위한다고 빼앗을 필요는 없다.
만일 한태진도 그때 그랬었더라면. 사업이 망했다. 구속되어 처벌받을 처지에 놓였다. 그런데도 자신과 끝까지 함께 할 것인가. 그래서 도저히 함께하지 못하겠다며 먼저 떠나간다면 그대로 보내주면 되는 것이다. 보내줄 수 없다면 마지막까지 붙잡고 애원해 보는 것도 하나의 선택일 수 있다. 함께 한다면 그때는 자기가 더 잘하면 된다. 어떻게든 최대한 빨리 죄값을 치르고 나와서 오해영을 위해 나머지 시간을 바치면 된다. 오해영이 분노한 이유였다. 한태진의 선택에는 오해영이 없었다. 한태진의 판단과 결정에는 오해영이 빠져 있었다.
그래서 박도경은 한태진에게 맞아 엉망이 된 얼굴로 오해영을 찾아간다. 오해하지 않도록. 똑바로 알고 바르게 판단할 수 있도록. 그러나 자신은 괜찮다. 어차피 당연히 치러야 할 과정들이다. 오해영의 걱정스런 눈빛마저 묵묵히 받아들인다. 안타까워하는 표정마저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려 한다. 여전히 마음은 그녀가 몰랐으면 싶다. 그녀가 아무것도 모른 채 자기 혼자 모든 것을 끝내버리고 싶다. 하지만 남겨질 그녀의 마음을 우선한다. 그녀가 과연 자신이 이제 곧 죽게 될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어떤 눈빛 어떤 얼굴을 하게 될까.
어쩌면 남성들에 대한 경고일지 모른다. 너희들만 잘났다고 생각하지 마라. 너희들만 멋있어 보이려 폼잡지 마라. 하나도 안 멋있다. 하나도 안 잘났다. 진짜 잘난 남자는 어떤 순간에도 자신이 사랑하는 여자를 홀로 남겨두지 않는다. 여성이 스스로 선택할 수 있도록 기회를 준다. 남자가 아무리 멋있고 잘났어도 그것을 판단하는 것은 여성 자신이다. 자신이 선택하고 자신이 결정한다. 핏멍이 든 채로 엉망이 되어 나타난 박도경을 오해영은 끌어안고 함께 울어준다. 너희들이 혼자서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착각하지 마라.
예지에서 보았던 이진상(김지석 분)의 대사를 오해영이 대신한다. 시간이 다가온다. 위기가 깊어진다. 오해영을 향한 박도경의 마음 역시 더욱 강해진다. 열쇠는 오해영에게 있다. 앞으로 바뀌게 될 미래이든, 아니면 이미 바뀐 미래이든 오해영에게 모든 것은 달려있다. 구원이다. 단지 사랑한다. 단지 믿는다. 사랑은 혼자서 하는 것이 아니다. 당연한 사실이다.
http://www.stardaily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1009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