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민, 나쁜 사람...
예전 송중기가 주연한 드라마 '착한 남자'의 리뷰를 쓰면서 그런 말을 했었을 것이다. 살아있는 것이 가장 선한 것이다. 용서도, 화해도, 반성도, 속죄도, 결국 모두 살아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살아있는 한 모든 가능성이 열려 있다. 아직 살아있다면 무엇이든 해 볼 수 있다. 죽으면 끝이다.
'남자의 자격' 초반 혼자서 좌충우돌하며 프로그램의 분위기를 이끌어가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당시는 아직 드라마를 그다지 즐겨보지 않았었다. 이전에 출연한 드라마에 대한 사전지식 없이 오로지 '남자의 자격'을 통해서 김성민이라는 배우를 처음 알게 되었다. 선하고, 활기차고, 의욕적이다. 어떤 과제가 주어지더라도 전혀 두려워하는 법 없이 거침없이 도전하던 모습에서 호감을 가졌었다. 가끔 너무 지나치다 싶을 때도 있었지만 기본적으로 선한 성품과 예의바른 태도에서 그의 진심을 읽을 수 있었다.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캐릭터로 항상 웃음을 주었고 즐거움을 주었었다.
마약복용도 아닌 밀반입으로 입건되었다는 뉴스를 들었을 때 남의 이야기인 줄 알았다. 그만큼 힘들고 아픈 일들이 있었구나. 사람이 아닌 마약을 통해 위로를 얻어야 할 정도로 외롭고 괴로웠구나. 마약이라는 것이 어떤 악의가 있어서 하는 것이 아닐 텐데. 매매를 목적으로 한 밀반입이 아닌 개인이 사용할 목적이라면 역시 이해하지 못할 것도 아니다. 많은 나라들에서 단지 마약사용만을 이유로 처벌하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기본적으로 마약이란 자기파괴의 행위다. 치료의 대상이고 이해의 대상이다. 원래 약한 사람이었다. 그 약하고 섬세한 정신과 마음이 그만 마약이라는 흉칙한 물건을 불러들이고 말았다.
과연 마약이라는 것이 한 인간의 삶을 결정지을 만큼 중대한 범죄인가. 재기하지 못한 시간들만큼 고통도 괴로움도 그만큼 쌓여갔을 것이다. 다시 보여주었으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성민이라는 배우의 가치와, 김성민이라는 인간의 매력을. 다시 한 번 사람들이 그를 사랑할 수 있도록.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를 용서하고 그를 인정할 수 있도록. 그러기에는 너무 약했고 그는 끝내 견디지 못했다.
어느 드라마의 대사다. 약한 것이 죄는 아니지 않은가. 남들만큼 강하지 못한 것이 죄는 아니지 않은가. 그렇더라도 원망하게 되는 것은 그가 강했으면 바라는 이들이 이렇게 많다는 것이다. 마약으로 잡혀간 것을 알면서도,한 번 더 그런 일이 있었고 또 다른 불미스러운 일로 연루된 것을 보았으면서도. 그러나 인간에 대한 신뢰와 기대는 그렇게 쉽게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약한 것은 죄가 아닌데 버리고 가는 것은 죄다. 마지막까지 자신을 기대하고 믿어주던 사람들을 저버리고 떠나는 것은 죄다. 그래도 살았다면. 그래도 살아있었다면. 아주 먼 훗날에라도 지금을 웃으며 회상할 수 있었더라면. 그곳에 자신도 함께 있었더라면.
그가 외롭고 힘들 때 아무것도 해주지 못한 것이 미안하고, 그러면서 그렇게 무심하게 모두를 버리고 떠나간 냉정함에 서운하다. 닿을 수 없는 것을 알면서도 혹시라도 무어라도 내가 해 줄 수 있는 것은 없었을까. 그곳에서 혼자서 행복하다면 어쩐지 억울할 것도 같다. 아직도 놀란 마음은 사실을 받아들이기도 버거운데.
잘 살았으면 싶었다. 어떤 일이 있어도 꿋꿋이 살아주었으면 싶었다. 선한 만큼. 성실한 만큼. 좋은 사람으로서. 좋은 남편이자, 좋은 아버지이자, 그저 좋은 사람으로서. 그래도 여전히 행복할 수 있기를. 제멋대로 그렇게 가버렸으니 그곳에서는 행복할 수 있기를. 마음이 무겁다. 우울한 소식이다. 아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