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음악

카라의 음악을 들으려면...

까칠부 2016. 8. 17. 01:23

원더걸스 덕분이 문득 오랜만에 카라의 음악을 다시 찾아듣고 싶어졌다. 물론 무대까지 함께 보고 싶었다. 그래서 찾는 것이 5인 시절의 카라...


김성희 있던 시절이야 내가 카라의 존재조차 몰랐으니 나와 전혀 상관없다. 허영지가 합류한 4인 시절은 뭐랄까 에필로그 같은 시기였다. 소설이 끝나고 주인공이 먼 훗날 전혀 상관없는 곳에서 새로운 동료와 새로운 모험을 시작하는 이야기랄까? 오래전 '요술공주 밍키'에서 밍키가 교통사고로 사망하고 난 뒤의 환상같은 이야기들이 그에 해당할지 모르겠다. 재미있지만 그러나 밍키는 아니었다.


처음부터 카라는 박규리, 한승연, 구하라, 니콜, 강지영 5명이었던 느낌이다. 그리고 그 5명이 끝이었다. 카라 멤버들에 대한 관심도 그래서 시들해진다. 카라가 아닌 카라멤버들이란 나 자신에게 어떤 의미인가. 카라가 아닌 채 혼자서 활동하는 모습이 낯설기도 하다. 아주 긴 시간이 지나쳠 추억으로라도 반갑게 지켜볼 수 있을까? 아이돌의 한계다. 무대에 선 모습이 어울리던 그들이 전혀 다른 곳에서 다른 모습으로 나타난다.


역시 5인조 카라 노래 가운데 지금 들어도 가장 좋은 것은 '숙녀가 못돼'와 'STEP'이다. '숙녀가 못돼'는 강지영을 위한 노래였다. 확실히 무대에서 강지영만 보인다. STEP은 '미스터'를 통해 보여줬던 카라의 건강한 발랄함을 극대화시킨 노래였다. 어떻게 해도 섹시컨셉이 먹히지 않는다는 것은 카라의 또다른 아쉬움이기도 했다. 그에 비해 들을수록 아쉽게 느껴지는 것은 '루팡'과 '판도라'. 판도라는 원래 활동할 당시에도 별로였었다. 루팡은 진짜 가사가...


초기 노래들은 진짜 추억보정이다. 그 나이 때만 부를 수 있는 노래들이었다. 보여줄 수 있는 모습들이었다. 음악 자체는 나쁘지 않은데 내 취향은 아니다. 그리고 확실한 것은 내 취향에 '미스터'보다 '워나'가 더 낫다는 것이다. 미스터는 뭔가 들으면 지겨운데 '워나'는 여전히 들어도 흥겹다. 가사를 크게 신경쓰지 않고 듣기 때문인지도. '락유'부터 '허니'까지는 내가 카라에 관심이 전혀 없었던 이유이기도 했다. 역시 나는 이런 컨셈들과는 맞지 않는다. 처음 카라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이 원래 '워나'의 무대를 보고 나서였으니.


다시 보기 어려운 모습이기에 그래서 더 아쉽다.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나면 베이비복스처럼 한 번 쯤 같이 무대에 서는 날이 오게 될까? 나이를 먹어 안무연습도 힘들다며 기억나지 않는 안무를 힘겹게 따라하는 모습을 보여주게 될까? 상실감이다. 한승연 혼자 나오는 드라마는 또 무슨 재미로 볼까.


다시 말하지만 DSP가 병신이다. 카라를 그런 식으로 놓쳐서는 안됐었다. 대부분 아이돌들이 이제는 떠나지 않고 소속사에 남고 있다. 아이돌 자체의 수명도 길어졌다. 눈앞의 이익만 탐하다가 정작 가장 중요한 것을 잃고 만다. 팬들로부터 가장 소중한 것을 빼앗고 만다. 화가 난다. 추억이나마 볼 수 있어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