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티드 - 시청자에게 묻다, 과연 나는? 당신은? 우리는?
처음부터 어떤 결론을 의도했던 것은 아니었다. 답을 보여주고자 했던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시청자에게 묻고 있었다.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당신이라면 어떻게 하겠는가. 법을 집행하는 경찰과 진실을 보도해야 하는 언론, 무엇보다 공동체의 구성원인 개인들에 대해서. 당신들이 무관심한 동안에도 이미 많은 사람들이 고통받고 그리고 죽어가고 있다.
완전히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결말을 보여주지 않는 것은 작가가 임의로 내린 결론이란 단지 기만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결국은 경찰이다. 결국은 언론이다. 결국은 공동체의 구성원인 개인이고 대중이다. 그들이 결정하는 것이다. 과연 모든 진실을 밝히고 관계자들을 엄단할 것인가. 관련자들에게 엄중하게 책임을 물을 것인가. 하지만 당장 경찰청장부터 SG라이프의 사장 함태섭(박호산 분)의 도움과 인정을 받아 지금의 자리에 이르게 된 인물이었다. UCN의 사장 송정호(박해준 분) 역시 언론사 사장으로서 이익이 되지 않는 진실과 같은 것에는 전혀 관심조차 없었다. 그러면 대중은 어떨까? 대중은 처음 진실을 알고 충격을 받았던 만큼 끝까지 기억하며 함께 힘이 되어 줄까?
거창한 것이 아니었다. 대단한 정의감이나 양심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런 일을 하는 사람이니까!"
형사 김상식이 모두가 외면하는 가운데 오로지 홀로 최준구(이문식 분)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그와 함께 위험을 무릅썼던 이유였다. 함정일지 모른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는 물러서거나 도망치지 않았다. 경찰이었기 때문이다. 범죄자를 체포하여 사회의 법과 질서를 지키고, 개인의 억울함을 풀어준다. 만일 모든 경찰들이 김상식 같았다면. 아니다. 차승인(지현우 분)도 결국 은인이자 선배인 김상식이 갔던 길을 똑같이 따라가려 하고 있었다. 그런 차승인의 뒤를 그의 후배인 이영관(신재하 분)이 따르고 있었다. 부패한 경찰도 물론 많지만 그만큼이나 양심적인 경찰로 많이 있다. 언젠가 이들이 경찰을 바꾸고 이 사회를 바꾼다.
신동욱(엄태웅 분) 역시 어설프게 사회의 정의나 언론인의 양심 같은 것을 읊조리지 않는다. 그저 방송인으로서 자신이 만드는 방송의 끝이 궁금한 것 뿐이었다. 자신이 만든 방송이 무엇을 어디까지 할 수 있는가 알고 싶을 따름이었다. 당연하게 시청률은 높아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보아야 한다.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만한, 반드시 봐야만 하는 주제와 내용이다. 만들만한 프로그램이고 만들어야 하는 프로그램이기에 다른 사람이 아닌 자신이 만든다. 오히려 거창하다면 개인이랄 수 있는 정혜인(김아중 분)이었다. 그녀도 피해자였다. 함태섭에 의해 사랑하는 남편을 잃은 희생자였다. 비로소 피해자들과 같은 입장에 설 수 있었다.
과연 함태섭이 체포되었다고 모든 진실이 밝혀지고 관련자에 대한 처벌 또한 이루어질 것인가. 그래서 최준구는 방송국 옥상에서 뛰어내리려 했던 것이었다. 그런 최준구를 구하면서도 차승인은 희망을 이야기하지 않았다. 결국 진실은 묻히고 관련자들 역시 처벌받지 않을 것이다. 함태섭이 끝까지 당당할 수 있었던 이유였다. 법도, 언론도, 심지어 대중마저 자신의 편이다. 진실도 정의도 오로지 자신의 편에 있다. 감히 누가 하겠는가. 누가 감히 자신을 거스르며 진실을 파헤치고 심지어 처벌까지 하려 하겠는가. 세상의 룰은 자신들이 만들고 세상의 정의 또한 자신들이 결정한다. 그렇게 만들 힘을 가지고 있다.
비관적인 결말도 예상해 본다. 경찰수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며 경찰에 의해 함태섭은 모든 혐의에 대해 무죄판결을 받게 된다. 이후 추가적인 보도는 언론사 경영진에 의해 철저히 차단되며 대중은 진실에 대해 잊어간다. 혹은 보상금이나 다른 지엽적인 개인의 문제들을 통해 피해자와 그 가족들을 공격하는 기사를 내보낼 수도 있다. 대중이 충분히 그들을 혐오할 수 있도록 근거를 제공한다. 대중의 공격은 오히려 피해자와 유가족들에게 향하게 된다. 시중에서는 이름만 바꾼 가습기살균제가 여전히 불티나게 팔린다. 전혀 지나치다고만은 말할 수 없는 이미 몇 차례나 실제로 있었던 사례들이다.
진실은 밝혀졌지만 아무것도 밝혀진 것이 없다. 생방송 도중 진범을 체포했지만 누구도 아직 처벌받지 않았다. 책임 또한 지지 않았다. 남은 것은 정혜인이다. 이것으로 끝인가. 이것으로 만족하는가. 이것으로 자신이 해야 할 일들을 모두 끝냈다 여기는 것인가. 차승인처럼, 혹은 신동욱처럼 정혜인 또한 무언가를 결심하려는 것인가. 다시는 최준구와 그의 무모한 계획에 동의한 공범들처럼 비극이 또다른 죄악을 낳는 일이 없도록. 스스로 죄를 짓지 않고서는 세상에 아무것도 알릴 수 없었다. 아무것도 바꿀 수 없었다.
과연 기자였다. 고작 3류 인터넷언론사 기자에 불과했지만 정지웅(이승준 분)이 일단 한 번 취재를 시작하자 얼마 시간이 지나지도 않았는데 벌써 중요한 증거와 증인을 확보하고 있었다. 비록 인간적으로 문제가 있는 이기적이고 속물적인 캐릭터지만 송현우를 직접 인터뷰해서 진실을 기사로 내겠다는 자세 하나는 진짜였다. 인간의 도덕도 윤리도 상관없는 오로지 진실을 취재하여 세상에 알리는 기자의 윤리를 따르는 인물이다. 드라마의 또다른 주제다. 그는 진실을 밝혀야 하는 또다른 욕망의 동기를 찾아냈다.
시작은 단순한 유괴였다. 생방송 리얼리티쇼 '원티드'는 한 번도 가 본 적 없는 미궁이었다. 너무나 선명한 진실이 7년이라는 시간의 두께에 가려 그 실체조차 보이지 않았었다. 가습기살균제는 다름아닌 현재의 이슈다. 평범하게 대중을 위한 카타르시를 제공하지 않는다. 상업드라마로서 고약하다. 불편한 질문만 남긴다. 과연 나는? 과연 우리는? 무거운 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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