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13 - 여포놈의 부하로 사는 것과 불장난의 쾌감...

하아아아아아아아아... 일단 한숨부터 쉬고.

사람이 없다. 무장이 없다. 기껏 진규 진등 부자까지 포함해서 내정을 맡길만한 무장이 나 진궁과 장료, 초선, 모두 5명이다. 복양에서 소패로, 그리고 이벤트를 거쳐 서주의 3개 성을 모두 다스리며 내정을 하기에는 턱없이 사람이 부족하다. 그러나 어쩌나? 하필 군주가 여포라 등용하려 하면 죄다 거절하는 것을?

준비도 안된 상태에서 무작정 조조부터 치려는 여포를 뜯어말리고 일단 유비부터 쳤다. 솔직히 조조 한 번 건드려 보기는 했다. 여포, 장료, 고순에 군사로 진궁이 따라가서 조조, 하후돈, 하후연, 서황, 조인, 우금, 이전, 악진, 곽가, 기타등등에 아주 뼛속까지 발리고 돌아왔다. 소패에서 필사적으로 방어전을 펼치지 않았다면 그대로 여포의 세력은 시작도 하기전에 사라졌을 것이다. 

그래서 조조 치자는 여포의 고집에 조조 치자고 군사를 모아서 바로 유비부터 털었다. 유비를 털고는 아래 만만한 원술까지. 유비, 미축, 손건, 간옹, 그리고... 원술도 참 문관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그런데 등용이 안된다. 등용이 되더라도 죄다 조조에게로 다시 넘어간다. 하필 군주가 여포였던 때문이다. 나중에 조조를 멸망시키고 나서도 조조, 하후돈, 하후연, 곽가, 사마의 등 진짜 쓸만한 놈들은 아예 등용이 되지 않는다. 정작 유비 털어서 조조 좋은 일 시키고, 조조 털어서는 원소 좋은 일만 시킬 뿐이다.

소패에서 조조를 상대로 방어전만 3차례, 진짜 죽을 고생 해서 막아낸 뒤 원소와 싸우는 뒤를 노려서 마침내 조조의 성을 함락하고 승세를 잡아 조조를 멸망시키는데 성공했다. 말했듯 그러나 얻은 것이라고는 거의 땅 뿐인, 땅만 넓어져서 할 일만 늘어난 상처뿐인 승리였다. 그러나 한 가지 조조를 멸망시키면서 얻은 것이 있었으니 바로 견초. 무려 화공계를 전법으로 가진 무장이다.

삼국지 시리즈는 1편부터 계략은 거의 화공을 중심으로 꾸려졌었다. 실제 삼국지연의에서도 중요한 전투를 결정지은 것은 거의 불을 이용한 화공이었었다. 견초를 맞아들이고 바로 벌어진 제북에서의 방어전, 여포가 여기저기서 닥닥 긁어모은 병력을 원소군의 황하도하를 막다가 다 말아먹은 뒤 제북에서 내가 군단장으로 모은 병력이 방어전을 펼친다. 다른 것 없다. 길목을 막고 견초로 하여금 쿨 돌아올 때마다 화공계 한 번 씩 써주면 된다. 길만 제대로 막아 움직임을 제한하면 그것으로 끝이다. 원소의 병력 24만, 동원한 무장 원소, 안량, 문추, 유비, 관우, 장비, 장합, 국의, 전풍, 사마의, 조인, 기타등등등... 그나마 쓸만한 게 장료와 고순, 그리고 진궁 뿐, 나머지는 견초가 가장 공도 지휘도 높다. 병력은 12만. 3만 남겼다.

한 가지 그러면서 흥미로운 사실을 알았는데, 삼국지 13에서 각 성에 표시된 병력은 실제 병력이 아니다. 그보다는 징병가능한 인구를 뜻하는 것이라 보는 편이 옳다. 식량이 있어야 이들을 징집해서 군을 편성할 수 있다. 그리고 한 번 싸움에서 병력을 잃으면 다시 징집은 할 수 있어도 군량이 없으므로 군을 꾸릴 수 없다. 24만을 제북에서 녹여버렸더니 원소의 군량이 그만큼 줄어든다. 업을 치자는 여포를 쫓아서 쫄래쫄래 역시 견초의 화공에 힘입어 방어전에 나선 원소의 14만을 녹여 버린다. 여포군은 벌써 시작도 하기 전에 전명이고 역시 싸움을 끝낸 것은 내가 이끌고 간 10만이다.

아주 스트레스 제대로 받았다. 준비도 안됐는데 뻑하면 군사 편성해서 쳐들어가고, 겨우 인재 좀 확보하는가 싶으면 충성도 관리를 안해놔서 죄다 뺐기고, 그나마 아예 사이가 안좋아서 등용 안되는 놈들도 산이고. 땅도 인구도 병력도 물자도 풍부한데 1급 무장은 턱없이 부족하다. 성이 14개나 되는데 통무 90 넘는 건 여전히 여포와 장료 뿐이다. 컴퓨터가 바보라 살았지 처음으로 게임오버 당할 뻔했다.

그럭저럭 꾸역꾸역 재미있게 하고 있다. 삼국지는 역시 게임성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삼국지라는 브랜드 자체를 가지고 하는 것이다. 게임이 재미있어서가 아니라 삼국지라서 어쨌거나 재미있게 할 수 있는 것이다. 새삼 깨닫는다. 나는 단지 삼국지가 좋을 뿐이란 사실을. 게임도 피곤하다. 비러먹을 여포놈. 끔찍하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