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궁견환전 - 후궁의 암투가 살벌한 이유...
당연한 것이 한 번 후궁이 되어 들어가면 시체나 되어야 나올 수 있다. 왕이 먼저 죽으면 강제로 출가하거나, 심지어 순장까지 강요당해야 한다. 아무리 크다 해도 좁은 궁궐에 갇힌 채 오로지 왕만 바라보며 살아야 하는 여자 여럿이서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이 있겠는가.
그나마 조정에서 권력을 다투다 패하면 고향으로 내려가 제자들이나 가르치면 된다. 도저히 마음에 안드는 것이 있으면 아예 자기가 먼저 벼슬을 내려놓고 고향에 가서 다른 하고 싶은 일 하며 살아도 된다. 왕만 바라보며 사는 것이 아니다. 그저 벼슬만 하며 살아야 하는 것도 아니다.
하긴 그래서 중국과 조선에서 권력을 두고 그리 아귀다툼을 벌인 것이기도 했다. 입신양명은 사대부가 가져야 할 목표였다. 나라의 관리가 되어 뜻을 펼치는 것은 사대부의 의무이기도 했다. 죽으면 이름 앞에 자기가 받았던 벼슬 이름이 붙게 된다. 오로지 벼슬만을 위해 살아간다. 벼슬 한 자리 하려 모든 노력을 기울이게 된다. 그 자체로 이미 사회는 많은 낭비를 하고 있는 것이다. 뛰어난 인재들이 벼슬만 바라고 평생을 낭비하며 살아가게 된다.
아무튼 밖으로 나가지도 못하고, 왕의 사랑을 받는 것 말고는 다른 무엇도 꿈꾸지 못하며, 자신의 지위나 신분까지 오로지 왕의 사랑에 의해 결정된다. 그렇다고 혜귀인 심미장처럼 아예 모든 것을 포기한 채 손놓고 살 수는 없는 것 아닌가. 사람으로 태어난 이상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고 싶은 것은 누구나 같다. 그리고 그 유일한 방법은 어찌되었든 후궁에서 왕의 사랑을 받는 것이다. 내가 사랑받지 못하면 사랑받는 다른 누군가를 죽여서라도 자신만이 유일한 존재가 되어야 한다.
폐쇄된 사회에서의 경쟁이란 얼마나 참혹하고 지독한가. 그래서 그런 소설이나 영화도 많았다. 폐쇄된 공간에서 서로 권력을 가지고자 아귀다툼을 벌이는 우화들이었다. 그곳이 하필 중국 전제왕조의 후궁이 되었던 것이다. 모든 인간의 군상이 나타난다. 권력을 향한 추악한 욕망들이 드러난다.
현시대에 대한 우화이기도 할 것이다. 중국이라고 우리와 다르지 않다. 무한경쟁 가운데 서로 더 많은 것을 가지려 아귀다툼을 벌이는 군상들을 보여준다. 서로 속이고 비난하며 속으로 음모를 꾸민다. 발목을 잡고 거꾸러뜨리기를 바란다. 그 안에서 인간으로 성장하게 된다.
처음에는 못났더니 견환이 갈수록 예뻐진다. 화비는 의외로 메이크업만 바꾸면 아주 - 아니다. 의외도 아니다. 그냥 미인이다. 가장 눈에 띄는 두 사람이다. 화비와 견환. 그 밖에는 뭐... 모든 악의 근원은 유일한 남자이다시피 한 옹정제다. 모든 여성들은 피해자일 뿐이다. 아직 다 못봤지만 재미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