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후궁견환전을 보면서 문득 후시녹음과 일본식 연기에 대해...

까칠부 2016. 10. 11. 01:21

원래 중국에서 표의문자인 한자를 쓰게 된 이유가 워낙 지방마다 언어가 다르기 때문이었다. 표음문자로는 해결이 안된다. 읽는 발음은 달라도 어디서다 같은 의미로 쓰일 수 있는 표의문자가 필수다. 그나마도 춘추전국시대에는 나라마다 문자가 달라서 진이 전국을 통일하고 다시 한자를 정리해야 했었다. 드라마를 볼 때도 그냥 북경어로 녹음한 뒤 TV로 내보내면 어떤 지방에서는 아예 알아듣지 못할 외국 드라마가 된다. 중국 드라마에서 아직도 후시녹음을 쓰는 이유다.


그런데 이 후시녹음이라는 것이 실제 연기 없이 성우들이 오로지 목소리로만 상황을 연기해야 하는 고난이도 작업이다. 차라리 비틀거리며 어딘가 기대는 동작이라도 하면 그에 맞는 감정이라도 생길 텐데 그런 장면들을 영상으로 보며 뻣뻣이 서서 연기해야 한다. 그럼에도 배우의 연기에 어색하지 않게 감정을 실어 연기하려니 뻣뻣한 몸에 조금 지나치게 감정을 불어넣어야 한다. 인위적으로 감정을 고양시켜 배우가 실제 연기하는 것과 비슷한 감정상태를 만들어낸다. 하지만 결국 목소리로만 감정을 표현해야 한다는 한계가 감정이 혹은 모자르거나 혹은 넘치는 극단의 부작용은 만들어낸다.


후시녹음이 어색한 이유다. 의도적으로 감정을 고양시켜 표현하다 보니 감정이 영상과 맞지 않게 지나치게 고조되었거나 혹은 가라앉아 있다. 대사만으로 캐릭터의 성격이나 드러나지 않은 속내까지 모두 표현하려니 지나치게 성우의 의도가 들어가며 가끔 전형적인 톤이 만들어지기도 한다. 딱 그런 캐릭터라고 목소리로 들려주게 된다. 드라마를 보면서도 어떻게 캐릭터에 그렇게 딱딱 맞게 목소리며 연기가 나오고 있는 것인지. 나중에는 그것이 오히려 어색하고 위화감을 느끼게 된다.


일본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 - 하긴 아예 만화나 애니메이션이 원작이라 지나치게 원작을 따라가다 보니 어쩔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지나치게 과장되어 있다. 아예 딱 이런 캐릭터라 온몸으로 보여주려 한다. 애니메이션의 표정이나 몸짓은 어쩔 수 없이 전형적이다. 다수의 서로 다른 개성을 가진 애니메이터들이 공동으로 작업하기 위해 모두가 납득하고 이해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모든 것이 이루어진다. 대신 그것들만으로 다양한 감정들을 표현하려니 그만큼 더 전형적이면서도 과장된 연출을 필요로 하게 된다. 드라마와 영화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연기를 잘하는데 지금 나 연기하는 중이다.


원래 중국인들 자체가 상당히 요란스런 것을 좋아하기도 한다. 예전 홍콩영화만 보더라도 표정이나 몸짓들이 상당히 전형적이면서 과장되어 있었다. 연기가 절제되어 있어도 목소리가 과잉되니 괜히 보는 사람까지 감정이 들뜨고 만다. 신파가 아주 제대로 먹힌다. 마치 70년대 한국영화를 보는 것 같다. 과장된 성우의 연기에 감정을 버터를 녹여 들이붓듯 잔뜩 우겨넣어 질릴 때까지 잡아늘린다. 한국드라마의 신파는 여기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별 의미도 없는 장면... 아, 그보다 더 심한 한국드라마도 있기는 하다. 아무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