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 아내가 바람을 핍니다 - 의심은 셀프, 오해와 진실의 경계에서
원래 의심이란 불확실한 확신이다. 모순형용이다. 의심이란 자체가 매우 모순된 것이기 때문이다. 단지 가능성이다. 그러나 가능성을 사실로 확정하면 구체적인 사실들이 연이어 확인되기 시작한다. 어쩌면 아내가 바람을 폈을 수 있다. 내연남과 만나려 하는 것일 수 있다. 그러므로 아내가 바람을 피는 상황을 전제한다. 내연남과 만나는 상황을 구체화한다. 사실확인 같은 것은 필요없다. 그 자체만으로도 얼마든지 사고와 행동을 이어갈 수 있다.
그래서 흥미롭다. 마치 모노드라마같다. 주인공 도현우(이선균 분)를 제외한 나머지 캐릭터는 단지 평면으로서만 존재한다. 오로지 주인공 도현우 혼자서만 입체적으로 사고하고 판단한다. 거의 상상한다. 주변인물들은 단지 도현우가 혼자서 상상하기 위한 단서들을 제공하는 역할만을 한다. 당장 눈에 보이는 것이 죄다 바람난 남녀들이다. 아내 정수연(송지효 분)의 말 한 마디 행동 하나가 바람난 아내들의 그것이다. 시청자의 시야마저 주인공 도현우의 시야에 갇힌다. 시청자의 사고마저 도현우의 사고와 일치한다. 과연 정수연은 진짜 다른 남자와 바람을 피고 있는 것일까. 도현우의 뒤를 쫓으며 그와 함께 아내 정수연을 의심하는 과정에 동참한다. 만일 정수연이 진짜 바람을 피고 있다면 그때 자신은 무엇을 어찌해야 하는 것인가.
한 마디로 그냥 의심이다. 진실 아닌 사실이다. 당장 확인할 수 있는 단편적인 사실들이다. 다른 형태의 몽타쥬다. 해석의 여지를 남긴다. 바람난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아니 바람난 것이 맞을지도 모른다. 시청자의 반응마저 도현우의 반응에 갇힌다. 어쩌면 한심하기도 하다. 시쳇말로 찌질하다. 하지만 한 편으로 남자의 자존심과 관계된 것이다. 설사 아내가 진짜 다른 남자와 바람을 피고 있다 하더라도 사실을 인정하기가 쉽지 않다. 당장 아내가 바람이 났을지 모른다는 상상이 구체화되자 어쩌면 자기에게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닐까 불안해하기 시작한다. 자기에게 심각한 문제가 있어서 아내가 다른 남자를 찾게 된 것이다. 차마 당당하게 나서서 묻지도 못하고 혼자서만 속으로 상상만을 키운다. 정수연이 진짜 바람을 폈는가의 여부와 별개로 그 상상을 쫓아가는 재미가 쏠쏠하다.
확실히 가정을 가지고 있다면 한 번 쯤 품어볼만한 의심이다. 그리고 때로 상당히 심각한 수준까지 오해가 자라나기도 한다. 실제 사실로 밝혀지는 경우도 적지 않을 것이다. 하필 아내를 의심하기 시작한 도현우의 눈에도 사방에 배우자를 두고 바람을 피우는 남녀들 투성이다. 그만큼 가능성이 높기에 흥미롭다. 한 편으로 드라마인 이상 가능성이 낮을 것이기에 도현우의 상상이 무모해 보이기도 한다. 어느쪽이든 충분히 현실에서 일어날 수 있는 상황들이다. 현실적인 남편 도현우의 반응들이 그 실감을 높인다.
적당히 의심할 만큼만. 그러면서도 오해라 여기기에 충분하도록. 쉽지 않다. 대본도, 연출도, 연기도. 차라리 이선균은 솔직하게 할 말 다 하고 자기 생각도 모두 노출할 수 있으니 그나마 상대적으로 쉬울 수 있다. 송지효에게 달렸다. 그만큼 남편 도현우처럼 시청자를 유혹하고 미혹할 수 있어야 한다. 앞으로 드라마에서 남은 날짜는 3일, 과연 그 과정에서 어떤 재미있는 일들이 벌어질 것인가. 자기 일만 아니면 유쾌하게 웃을 수 있다. 드라마니까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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