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쭈그리 죽었네요...
까칠부
2016. 10. 29. 17:47
딱 마지막 사진 그대로였네요.
밥 달라 해서 손바닥에 덜어주니까 그거 먹다가 갑자기 발광하더니 그냥 그대로 떠났어요.
바로 병원에 데려갔는데 솔직히 어쩐지 그럴 것 같은 확신같은 게 들더라구요.
녀석을 이동장에 넣는데 바닥에 오줌을 흘렸는지 흥건한 걸 보고 아 늦었구나...
사람이든 고양이든 방광이 풀리면 위험한 거거든요.
그래도 나 있을 때 또 바로 가까이 있있었을 때 밥까지 먹고 가서 그나마 다행이라 생각되네요.
그나마 거의 아픈 적 없었기에 그래도 편히 잘 살다 갔다 위안도 들구요.
슬픈 건 남은 사람이지 떠난 누군가는 아니잖아요. 어쩌면 그쪽이 더 좋을 수도 있고.
잘 해준 게 없어서 서운해요. 뭐라도 더 많이 해 줄 수 있었을 것 같아서 더 서럽고.
아직도 멍하네요. 실감도 안나요. 너무 갑작스런 일이라. 녀석이 떠나긴 떠난 건가.
마지막으로 보내면서 녀석을 쓰다듬어 봤어요. 아직 온기도 남았고 보드랍더라구요.
한 이틀 아무렇지 않게 지나고 나면 펑펑 울게 될 듯. 너무 갑작스런 일이라.
바로 조금 전까지 함께 뒹굴고 같이 밥먹고 그냥 그렇게 지냈는데.
그냥 그렇네요. 슬프지도 않고. 먼 길 잘 갔기를.
꼬맹이가 쭈그리 찾아요. 가까이 오지도 않음. ㅠㅠ
하드 두 개 날아가며 그동안 찍은 사진이 하나도 안 남았어요.
저런 사진 밖에 없음. 그래서 더 서러움. 사진이나 많이 찍어 놓을 걸. 사진 찍는 걸 싫어해서.
언젠가 잊게 될 그 날을 기다리며. 잊혀질 때야 온전히 떠날 수 있을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