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쭈그리 보냈습니다...

까칠부 2016. 10. 30. 01:19







어쩌면 죽은 사체 사진이라 불편한 분들도 계실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따뜻했어요. 보드라웠고. 그래도 쭈그리는 쭈그리죠.


한 무더기의 뼈가 한 줌의 재가 되었습니다.


부디 소원이 있다면 혹시 내가 죽고 역시 재가 되었을 때 나머지 시간을 함께하는 것입니다.


그걸 위헌 거에요. 고이 간직했다가 같은 곳에서 다시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나머지 녀석들도 예외는 아니겠죠. 그 날을 기다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무튼 그래도 고마운 것이,


솔직히 쭈그리가 많이 아파서 그 모습을 내내 지켜봐야 했다면 결국 못 견뎠을 것 같습니다.


마지막 순간까지 기약없는 기다림을 녀석이 고통받는 모습과 함께해야 했다면 정말 끔찍했을 거에요.


그냥 밥먹다 갔습니다. 


여느때처럼 자는 옆에서 웅크리고 자다가 깨어나서 꼬맹이랑 엉켜 있다가


화장실 갔다 와서 밥 달라 냥냥거리고는 밥 먹다가 한 순간에 그렇게 가버렸죠. 슬퍼할 틈도 없이.


그래서 또 다행인 것이 꼬맹이와 쭈꾸미가 있어서입니다.


만일 녀석들마저 없었으면 역시 그 허전함을 못 견뎠을 듯.


괜히 꼬맹이 한 번 더 끌어안고 쭈꾸미 한 번 더 쓰다듬어주네요.


가장 정많은 녀석이었는데. 원조 무릎냥이였고, 꼬맹이의 지킴이였고, 그리고 우리집 왕초였고.


어딜 가서도 적응 잘해서 사랑받았던 놈이구요.


보고 싶을 거에요. 아주 많이. 사진도 얼마 없어서. 


잘가란 말은 않습니다. 나도 갈 거라서. 언젠가는. 만나는 그날까지.


편히 쉬었으면. 많이 괴롭힐 거에요. 지금까지보다 더. 아주 못되게. 이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