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고를 부탁해 - 프로그램이 우스워질 때...
하긴 웃자는 예능프로그램이다. 진지하면 지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도 웃겨야 성립하는 이야기다.
프로그램의 주제는 바로 요리다. 게스트의 냉장고를 그대로 스튜디오로 옮겨놓은 다음 냉장고의 재료들만으로 게스트가 요구하는 요리를 만들어 평가를 받는다. 한정된 재료를 가지고 제한된 시간 안에 얼마나 개성넘치는 훌륭한 요리가 나올 것인가가 프로그램을 보는 목적이다.
그런데 웃음욕심 때문일까? 반전을 주고 싶은 마음이 앞서서일까? 정작 요리사들이 만든 요리를 평가하면서 요리 말고 다른 기준을 자꾸 우겨넣으려 한다. 오히려 전혀 이길 수 없을 것 같은 요리이기에 더 손을 들어준다. 그 대표적인 예가 김풍이다.
어이가 없었다. 그냥 헛웃음만 났다. 아무리 조미료맛을 살린 요리를 내놓으랬다고 조미료가 그대로 씹히는 요리에 손을 들어주는가. 그건 요리가 아니다. 길가다 아무나 붙잡고 요리를 만들라 시켜도 그따위로 내놓지는 않는다. 서로 죽고 못사는 사이가 아니면 자칫 싸움이 날 수 있다.
밀전병 반죽도 제대로 되지 않은 구절판을 단지 가짓수가 많다는 이유만으로 손을 들어준다. 어찌되었거나 맛이 있다. 오죽하면 김풍이 되도 않는 변명을 늘어놓는다. 당황스러웠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자기가 이기게 되니까. 실력이 아니다. 그냥 예능감이다. 이기는 것이 당연하니 전문요리사가 아닌 김풍의 손을 들어준다. 그리고 그 결과 정작 더 나은 요리를 만들고서도 요리사는 굴욕을 당한다.
맛을 못봤으니 편견일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예가 한두번이 아니다. 특히 김풍의 경우 진짜 기본도 안된 되도 않는 요리를 가지고서도 덕분에 승승장구할 수 있는 것이다. 웃음욕심은 좋은데 덕분에 프로그램에 대한 신뢰도는 바닥이다. 과연 제대로 기준을 가지고 평가하는 것일까. 승패에 의미가 있을까.
갈수록 거슬리고 있다. 프로그램이 장난이다. 자신들이 프로그램을 우습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