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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 가는 길 - 아름다운 사랑의 현실과 마주한 순간

까칠부 2016. 11. 3. 05:30

사랑이 그저 아름답기만 한 것은 아니다. 예상할 수 있는 길로만 간다면 운명이라 말하지도 않는다. 나중에서야 이리저리 끼워맞추고는 그 놀라운 개연성에 감탄하며 운명이라 정의하게 된다. 예정되지 않고, 자신의 의지와도 상관없는 그 무엇이 인간의 삶을 있는대로 휘두른다.


그저 사랑이라고만 생각했다. 다른 것은 전혀 아무 상관없이 그저 한 남자와 한 여자로 만나 서로에게 이끌리는 것 뿐이라고. 그러나 남자에게는 아내가 있었다. 여자에게도 남편이 있었다. 남자의 아내와 여자의 남편을 만나는 순간 깨닫게 된다. 아름다운 사랑을 하고 있는 자신은 단지 그들에게 배우자가 저지른 부정의 상대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심지어 주위의 가장 가까운 사람들에게조차 받아들여지지 못한다. 사회의 상식과 통념을, 보편의 윤리와 도덕을 어겼다.


당시는 사랑이라고만 생각했다. 사랑했기에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반드시 결혼하고야 말겠다고 마음까지 먹었었다. 자기가 말렸어도 최수아(김하늘 분)는 결혼했을 것이라는 송미진(최여진 분)의 말에 박진석(신성록 분)과의 일로 적대적인 태도까지 보이던 최수아의 동생 최제아(김권 분)마저 바로 반박하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결혼하고 난 뒤 확인힌 박진석의 실체는 최수아와 기대한 것과는 전혀 거리가 멀었다. 그는 가족을 책임질 수 없는 유형의 남자였다. 자신이 바라는 남편이 될 수도, 남편이 바라는 아내가 될 수도 없을 것이라는 사실을 너무 늦게서야 깨달았다. 결혼을 하며 자신이 바라던 가정과 행복한 삶은 그곳에 없었다.


사랑했기 때문이다. 그만큼 박진석을 사랑했기에 송미진이든 최수아든 모두 박진석으로 인해 고민하고 괴로워하게 되는 것이다. 어째서 그때 자기를 말리지 않았느냐며 송미진에게 억지를 부릴 수 있는 것도 어차피 자신의 의지로는 결혼을 거부할 수 없었을 것임을 알기 때문이다. 자기가 아니라면 주위의 아무나라도 자기를 뜯어말렸다면 지금과 같은 고통은 없었을 것이다. 사랑을 너무 믿었다. 거꾸로 김혜원(장희진 분)은 그런 사랑을 믿지 않았다. 다만 서도우(이상윤 분)의 아내로 살고 싶다는 바람이 그녀로 하여금 서도우를 속이는 선택을 하도록 만들었다. 서도우를 사랑하지 않았다면 굳이 자신의 딸에 대해서까지 거짓말을 꾸며내지 않았을지 모른다.


확실히 어떤 반전을 벌써부터 준비하고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 송미진이 아내 최수아에게 자신과의 관계에 대해 모두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말했을 때 박석진은 예상을 넘어선 과격한 반응을 보여주고 있었다. 송미진마저 매섭게 쏘아붙이며 그가 분노한 대상은 다름아닌 아내 최수아였다. 최수아가 알아서는 안되었다. 최수아에게 알려져서는 안되었다. 박석진이 누구를 가장 두려워하고 가장 의식하고 있는가 단적으로 드러난다. 서울로 돌아간 서도우 역시 아내에게 다시 흔들리는 자신을 발견한다. 자기이기에 더 쉽게 자기를 속인다. 사랑도 미움도 결국 마음이 그리 움직인 결과다. 그 마음을 인위적으로 움직이려 한다면 감정까지 조종할 수 있다.


악역이라기도 뭣하다. 딸 애니에 대해 거짓말을 한 것은 먼 과거의 일이다. 지금은 서도우와 이혼을 앞두고 있지만 어찌되었거나 남편을 다른 여자에게 빼앗긴 입장이다. 그동안 자기가 서도우에게 했던 거짓말로 인해 최악의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었다. 많은 것들을 잃었고 포기해야만 했다. 그런데 정작 남편 서도우는 자기 아닌 다른 여자와 바람을 피고 있었다. 무엇이 당장 앞서는가는 분명하다. 김혜원이 자신의 남편 서도우를 부정의 대상인 최수아의 남편 박석진에게로 이끈다. 그녀의 계획은 분명 남편 서도우와 부정의 상대인 김혜원에게 자신의 손으로 책임을 묻는 것이다. 남편과의 관계를 원상회복시켜주기를 바란다.


김혜원이 최수아의 존재와 남편 서도우와의 관계를 알고 서도우를 최수아의 남편에게로 이끈다. 아내에게 무심하던 박석진의 거친 감정의 파편들이 아직 보지 못한 남은 것이 있음을 예감케 한다. 아직은 끝이 아니다. 서로의 배우자가 안 순간 비로소 시작이다. 벌써 여기까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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