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이번주 아내가 바람을 핍니다 - 개인의 불행과 드라마의 재미, 절묘한 거리

까칠부 2016. 11. 5. 05:19

찰리 채플린이 말한 바 있다. 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고 멀리서 보면 희극이다. 자기의 일이면 공포이고, 한 발짝 떨어지면 비극이며, 멀찍이서 그저 보기만 한다면 희극이 된다. 새삼 드라마가 특별하게 여겨지는 이유다. 개인에게는 단지 불행이지만 시청자의 입장에서 철저히 재미로만 즐길 수 있도록 배려한다. 아니 정확히 추구한다.


시청자가 주인공 도현우(이선균 분)의 상황이나 입장에 이입하도록 내버려두지 않는다. 아내가 바람을 필지도 모른다는 답답한 상상을 철저히 시청자 자신과 상관없는 도현우 개인의 사정으로 한정시켜 버린다. 하필 도현우가 일하는 회사에서 시기도 공교롭게 불륜을 주제로 새로운 프로그램을 제작하려 하는 이유가 그것이다. 아내의 부정을 의심해서 호텔까지 찾아간 도현우의 넋두리가 프로그램을 위해 섭외한 일반인 의뢰인의 대사와 맞물린다. 어떠면 자신만의 특별한 경험이 아닌 어디서나 누구나 겪는 보편적인 일상으로 일반화한다. 


그러니까 자신에게만 일어난 일이 아니다. 같은 시간 다른 장소에서 자신과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프로그램의 소재로써 불륜이라고 하는 자체가 객관화되고 있었다. 전혀 특별하지 않은 사건이 시청자에게 특별한 의미로 받아들여질 리 없다. 더구나 아예 드러내놓고 마치 곡예처럼 모든 방법을 동원해 아내의 눈을 피해서 바람을 피우는 친구 최윤기(김희원 분)의 존재가 바람 그 자체를 가볍게 우습게 만들고 있었다. 괜히 같이 심각해질 필요 없는 그저 구경하며 즐기면 되는 철저히 남의 일이며 단지 헤프닝이다. 주인공 도현우는 무척이나 심각한 상황인데 보고 있으면 절로 웃음부터 나오게 되는 이유다.


역시나 찌질한 연기의 권위자답다. 정작 자신의 일이면 그보다 더 한심하고 비루한 모습을 보일 테지만 남의 일이기에 그저 그런 모습이 우습기만 하다. 하필 호텔에서 아내를 기다리는 그의 모습과 교차해 보여주는 의뢰인의 모습 역시 그래서 전혀 우습지 않다. 대개는 그렇다. 사랑해서 결혼했고, 짧지 않은 세월을 함께 부부로서 믿고 의지하며 살아왔었다. 그런데 하루아침애 그런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되어버린다면 태연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하지만 그렇다고 지나치게 진지하게 상대의 처지를 헤아린다면 오히려 자신이 불편해지기 십상이다. 최소한 드라마가 추구하는 것은 그런 것이 아니었다. 


아내의 부정을 의심하는 남자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묘사하면서도 한 편으로 제 3자의 입장에서 아무렇지 않게 그저 웃으며 즐길 수 있도록 그 정확한 지점을 절묘하게 찾아내어 연기로 보여주고 있었다. 분명 자기가 그런 처지였어도 그와 같이 행동했을 것 같지만, 그럼에도 전혀 남의 일이기에 그런 주인공 도현우의 모습에 거리낌없이 웃음을 터뜨릴 수 있다. 어찌보면 악취미다. 타인의 불행을 철저히 한 점 그늘도 없이 그저 유쾌한 한 바탕 웃음거리로 만들어 버린다. 하지만 그런 것이 결국 코미디 아니겠는가. 어떤 슬픔도, 분노도, 공포도, 원망도 결국에 웃음으로 바꿀 수 있다. 그저 웃고 즐기게끔 만들 수 있다. 웃음이 정의고 보람이고 가치다.


그냥 코미디드라마다. 그런데 또 한 편으로 무척 진지하기도 하다. 배우자의 불륜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들을 매우 사실적으로 세밀하게 다루고 있다. 배우자의 부정에 대한 주인공 도현우와 그의 친구 최윤기, 최윤기의 아내 은아라(예지원 분), 후배 안준영(이상엽 분), 작가 권보영(보아 분) 등 등장인물 거의가 각자 서로 다른 고민과 해법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심각해져야 하는데 오히려 그래서 더 부담없이 웃을 수 있다. 역시 작가와 감독의 절묘한 균형감각이다. 불륜이라는 사실 자체를 외면하지 않으면서 그 안에 매몰되지도 않는다. 불륜 그 자체를 정면으로 마주하며 철저히 재미의 소재로써 사용한다. 


한 편으로 고개를 끄덕이면서 한 편에서는 마음껏 거리낌없이 웃음을 터뜨리고 있었다. 오히려 사실들에 대해 충분히 이해할 것 같기에 굳이 앙금을 남기는 법 없이 그저 즐겁게 웃으며 즐길 수 있었다. 시청자 자신도 떠들기 좋아하는 수많은 네티즌의 하나가 되어 버린다. 의미없이 달리는 수많은 댓글 가운데 하나가 되어 버린다. 그래도 좋지 않은가. 분주한 일상에 너무 깊이 남의 이야기에 빠져드는 것도 피곤한 노릇이다. 즐길 것은 철저히 즐겨야 한다. 가장 큰 미덕이다. 드라마의 가장 큰 존재목적은 시청자의 웃음과 재미에 있다.


불륜을 소재로 했으면서 가장 무례하지 않고 불편함도 없었다. 그렇다고 사실에 소홀하지도 않았다. 단지 사실을 사실로써 두고 시청자로 하여금 부담없이 웃으며 볼 수 있도록 정교하게 배려했을 뿐이다. 드라마를 다 보고 나서야 비로소 주인공의 처지에 대해 떠올리게 된다. 공감하기에는 이미 한 발 늦었다. 시간이 벌써 지나갔다. 재미있다. 오직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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