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공항 가는 길 - 헤어짐과 만남을 위한 의식, 공항을 향해 달려가다

까칠부 2016. 11. 11. 02:48

조금은 허무하기도 했다. 박진석(신성록 분)으로 하여금 스스로 물러나게 만든 것은 다른 무엇도 아니었다. 박진석 자신이었다. 소중한 사람으로부터 버려질지 모른다는 두려움. 그리고 어쩌면 권위적이던 아버지를 닮았을지 모른다는 불안. 박진석이 그동안 애써 아내 최수아(김하늘 분)와 거리를 두려 애써온 이유이기도 했다. 진지해질수록 그런 자신과 상대가 무서워진다.


잔뜩 긴장하던 것과 달리 박진석이 스스로 물러나며 두 사람의 사이는 순조롭게 풀려가고 있었다. 헤어짐에도 과정이 필요하다. 10년 넘게 부부로써 함께 살아온 사람과 헤어지는 것이다. 그래도 한때 사랑했던 사람이었고 자신의 남편이었는데 그런 사람에게 상처를 입히고서 자기 혼자서만 행복할 수는 없다. 그래서 묻는다. 그 사람은 괜찮은가. 이제 그 사람도 상처를 딛고 원래의 일상으로 돌아갔는가. 그래야 자신도 괜찮아질 수 있을 것 같다.


비로소 안도한다. 자기가 한 행동이 그렇게 아주 나쁜 짓은 아니었던 것 같다. 결코 옳은 행동은 아니었지만 다행이 더이상 큰 상처는 없는 것 같다. 의외로 강한 사람인지도 모르겠다. 그동안 드라마를 통해 보았던 박진석의 캐릭터로 비추어 한참을 더 자학하며 방황할 것을 기대했었다. 하긴 상처주기도 상처입기도 싫어서 자기가 먼저 뒤로 물러선 경우였다. 도망치는 데 익숙하다. 그것이 결국 그토록 최수아를 사랑하고 소중하게 여겼음에도 정작 최수아를 잃고 마는 결과로 이어지고 말았다. 조금만 더 자신의 두려움과 당당히 맞설 수 있었다면.


김혜원(장희진 분)도 늦게나마 자신의 딸이 살았던 흔적을 따라가려 한다. 이제는 자신의 전부이다시피한 일이었다. 자신의 일을 위해 유학을 떠났던 터였다. 하지만 그마저 뒤로 하고 딸이 홈스테이하던 집으로 들어가 뒤늦게 딸의 체온을 느껴보려 한다. 민석(손종학 분)이 건넨 사진은 그녀에게 확실히 구원이 되어 주고 있었다. 엄마로 돌아갈 수 있었다. 딸은 세상에 없지만 엄마인 자신은 남아 있다. 비로소 그녀는 자신의 길을 찾은 것 같다. 왜 이리 늦게 멀리 돌아서 오게 되었는가.


그동안의 헤어짐은 말 그대로 의식이었다. 서도우(이상윤 분)가 말했던 자신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한 부분을 부정하며 떠나보내기 위한 시간이었다. 혼자인 시간들을 즐긴다. 아무도 없는 혼자의 일상들을 감당한다. 그리움이 더 깊어질수록. 시련이다. 지난 시간들에 대한 미련이나 미안함을 지우고 새로운 삶에 대한 기대와 그리움을 키워가는 시간이다. 그 정도 시간도 견딜 수 없다면 그것대로 거기까지인 것이다. 정해진 수순처럼 최수아는 서도우를 만나러 달려간다.


그냥 로맨스 드라마였다. 자신의 삶이나 자아를 찾아나서는 주제의식은 박진석이 스스로 자신에 대한 두려움으로 물러나면서 의미를 잃었다. 싸우지 않아도 되었다. 그래야만 했던 자신의 이유를 애써 들려주지 않아도 되었다. 박진석은 물러났고 부부라는 관계에 대한 미안함으로 잠시의 시간을 흘려보낸다. 그리고 남는 그리움을 쫓아 공항으로 달려간다. 사랑하는 사람과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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