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닥터 김사부 - 아버지로부터 거부당한 아이들...
다분히 의도적이었다. 이번 회차의 시작에 도인범(양세종 분)이 아버지 도윤완(최진호 분)에게 일방적으로 무시당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다시 강동주(유연석 분)로 하여금 김사부(한석규 분)에게 무참히 내쫓기는 장면을 보여준 것은. 도인범에게 도윤완은 생물학적 아버지였고 강동주에게도 김사부는 자신을 의사로 태어나도록 만들어준 아버지같은 존재였다. 두 아이가 모두 아버지로부터 거부당하고 있었다.
아이가 아니라는 말은 역설적으로 아직 아이라는 말처럼 들린다. 강동주가 무모할 정도로 솔직한 이유다. 서툴게 영악하고 어설프게 음험하다. 본능을 따른다. 소중한 누군가로부터 인정받고 싶다. 누군가로부터 사랑받고 싶다. 그래서 그토록 윤서정(서현진 분)에게까지 낯간지러울 정도로 적극적인 것이다. 아이는 사랑을 꿈꾸고 그 사랑을 위해 무엇이든 할 수 있다. 그래서 분노한다. 어째서 자기가 여기 이렇게 있는데 도인범에게 수술하라 시키는가. 자신이 도인범보다 더 나은데 자신더러 그를 보조하라 시키는 것인가. 정확히 도인범이 아닌 김사부에게 삐진 것이다. 그럼에도 김사부의 지시이니 수술방에 들어갔지만 다시 한 번 자신을 거부함으로써 결정적으로 상처를 주게 된다.
하필 외과장 송현철(장혁진 분)의 음해에 흔들리고 있던 참이었다. 혹시나 진짜로 그런 것은 아닐까. 그렇다면 자신은 어떻게 해야 하나. 그러는 한 편으로 믿어보고 싶었다. 그런 사람은 아닐 것이라 자기가 직접 보고 듣고 겪은 사실들만을 믿으려 했었다. 나름대로 노력한 것이다. 그런데 거부당했다. 그의 분노는 한 편으로 매우 정당하다. 그래서 김사부가 꼰대라는 것이다. 한 눈에 보기에도 강동주와 도인범의 사이가 도저히 편치 않아 보인다면 어른으로써 적당히 둘 사이를 중재하여 정리하고 난 뒤에 다음을 진행해도 했어야 한다. 그토록 자기 눈으로 보기에도 한심하고 어리석게만 보인다면 그에 맞게 행동하여 그들을 준비시켰어야 했다. 아무것도 없이 불쑥 던져준다. 받아들지 못하면 네가 잘못이다.
오히려 부추기고 있었다. 뻔히 알면서도 두 사람 사이의 갈등관계를 자극하여 그들을 일깨우려 하고 있었다. 만일 지금 상황조차 김사부가 의도한 것이라면 인정할 수 있다. 강동주가 김사부에 반발하며 그로부터 정신적으로 독립하려 하는 것이 애초의 의도였다면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다. 수술실까지 불편한 감정을 그대로 가지고 들어오도록 아무것도 않고 오히려 조장한 것이 김사부 아니던가. 그러고도 모든 책임을 강동주에게 돌리려 한다. 강동주가 완벽하지 못했다. 강동주가 의사로서 인간으로서 완성되지 못했다. 세상에 그런 사람이 어디 있는가. 그래서 원래 어른도 필요하고 리더도 필요한 것이다.
의외의 반전일 수 있다. 아마 많은 사람들이 벌써부터 오해하고 있었을 것이다.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아마도 윤서정은 도인완의 사생아겠구나. 윤서정의 기억속에 자살한 여성은 어쩌면 그와 관계된 것일지 모른다. 도인완의 캐릭터에도 반전이 있을지 모른다는 예감을 가져본다. 어째서 윤서정은 도인완을 그토록 간절히 따르며 인정받기를 바라는가. 윤서정도 인정받기를 바라는 존재로부터 거부당한 또 한 사람의 피해자다.
자기들 사정 때문에. 자기들 체면이나 입장 때문에. 자기들의 경험과 지식, 그리고 고집으로 인해서. 혼자서 자랄 수 없기에 아이들이다. 혼자서 성숙할 수 없기에 그들은 아직 미숙한 것이다. 기성세대가 만들어놓은 규칙을 쫓아가기에도 버거운 이들이다. 그럼에도 아이들은 어른의 눈치를 봐야 한다. 욕하고 때리고 괴롭혀도, 아예 집에서 내쫓아도 마치 자기 탓인 양 어른의 눈치를 살피며 죽어지내야 한다. 어른의 부속품처럼. 어른의 손발처럼. 어른의 일부가 되어서. 김사부를 위해서 강동주가 의사가 되야 하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유치한 기싸움들이 이어진다. 진짜 어린애들 같다. 다 자란 어른들인데 그러나 정작 하는 짓은 초등학교도 들어가지 않은 어린아이들의 그것마냥 한심하기까지 하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무엇인가. 어른으로서 스스로의 행동에 책임질 수 있게 된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그래도 차근차근 아이들은 어른이 되어 간다. 새로운 위기다. 폭력조직의 킬러가 병원 수술실까지 쳐들어 왔다.
사실 조금 오해하고 있었다. 너무 노골적이어서 반전이 있지는 않을까. 그저 한 번 웃고 넘어가는 헤프닝은 아닐까. 그러나 오히려 폭력조직원을 찾는 과정에서 보여준 일련의 코미디가 위기감을 일깨우고 말았다. 이건 진짜겠다. 그리고 진짜가 되었다. 그린 듯한 연출에 서현진의 연기는 천연덕스럽다. 흉기까지 든 폭력조직원의 협박에 과연 강동주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무엇을 위한 숙제가 될까.
중국인 행려환자 우연화(서은수 분)와 강동주의 사이가 아주 흥미롭다. 그야말로 그린 듯하다. 수줍고 설레고 그래서 마냥 가까이 있고 싶은. 그리고 그와의 우연들이 운명인 듯 여겨진다. 그림자처럼 때로 몰래 적극적으로 강동주를 찾아나선다. 때로 노골적인 듯 감추는 연기가 탁월하다. 아마 많은 것을 감추고 있을 것이다. 어쩌면 있을 지 모를 반전을 벌써부터 기대하게 된다. 무엇보다 예쁘다. 예뻐서 보기 좋다.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