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오마이 금비 - 서툴고 상처투성이인 그들이 서로를 필요로 할 때

까칠부 2016. 12. 1. 03:05

세상을 알기도 전에 원래 그런 것이라며 자기를 내던져버린 남자가 있었다. 자신에 대해 알기도 전에 원래 자기는 이런 존재가며 자기를 가둬버린 여자가 있었다. 엄마로부터 버림받고 시간으로부터도 버림받은 아이가 있었다. 누구나 상처 하나 쯤 가지고 살아간다. 상처를 움켜쥔 채 때로 누군가에 기대고 위로받으며 그렇게 힘든 세상을 살아간다. 처음으로 그들은 자신을 위로해 줄 수 있는 존재와 만난다.


사랑보다 더 간절한 목마름이다. 사람은 사랑받기 위해 살지 않는다. 사랑받는 것만으로 사람은 행복해질 수 없다.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어야 한다. 자기가 사랑할 수 있어야 한다. 사랑하는 것도 자격이 필요하다. 아무나 사랑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자기는 과연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는가. 차마 자기가 할 수 없었던 대답을 누군가로부터 듣게 된다. 너무나 세상을 서툴게 살던 그들이 마침내 머물 곳을, 기댈 누군가를 찾아낸다.


오지호(모휘철 분)의 어눌한 연기가 오히려 도움이 되었다. 모휘철은 악한 것이 아니다. 그냥 서툰 것이다. 세상 사는 것도 사람 대하는 것도 모두 서툴러서 마냥 성질부리고 못되게 굴고는 한다. 결정적인 순간 한 걸음 앞에서 머뭇거린다. 그렇게 머뭇거린 끝에 원래의 길에서 한참 멀어지고 말았다. 하지만 아이는 모휘철의 망설임을 기다려주지 않는다. 매순간 최선을 다해야지만 비로소 아이를 붙잡을 수 있다.


모휘철은 필사적으로 아이 유금비(허정은 분)를 붙잡고, 고강희(박진희 분)는 수줍게 모휘철을 붙잡는다. 그래도 된다고 말해준다. 사랑해도 된다고. 아이 유금비를. 남자 모휘철을. 여자로서. 인간으로서. 그래서 그들은 서로 함께다. 서로의 존재 없이는 다시 예전으로 돌아갈 뿐이다. 현실은 가혹하고 자신은 답답하지만 그래도 함께 있는 순간 그들은 따뜻할 수 있다.


자끔 조금 유치하지 않은가 싶은 장면도 있다. 하지만 산다는 게 그렇게 멋있게 논리적으로 꽉 짜여 돌아가는 것이 아니니까. 유금비가 너무 되바라진 것은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그래봐야 어차피 아이는 아이였다. 간절히 온몸으로 어른의 관심과 사랑을 구한다. 그런 유금비이기에 모휘철은 어쩌면 처음으로 가치있는 존재가 될 수 있었다. 누군가를 위해 간절히 필요로 하는 무언가를 해 줄 수 있다.


극적인 사건이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단점이다. 드라마의 구조상 모휘철이 큰 사고라도 치지 않는 이상 이렇게 무덤덤하게 흘러갈 수밖에 없다. 사기도 제대로 치지 못하는 얼치기들이야 그저 토픽의 주인공이나 되고 말 뿐이다. 그렇다고 해맑지는 않고 묘하게 습하고 어두운 그늘이 드리워져 있다. 여러가지로 애매하다. 마냥 기분좋게 볼 수 있는 드라마가 아니다. 조금 더 지나면 달라질까? 아쉬운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