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 아내가 바람을 핍니다 - 문득 느끼는 호시사토 모치루의 냄세...
오랜만에 '루나하이츠'를 읽었다. 여전히 찌질하다. 찌질한 남자의 전형이다.
처음 시작은 '굿모닝고스트'였다. 아니, 그 전에 '리빙게임'을 먼저 읽었을 것이다. '리빙게임'을 읽고 강한 인상을 받아서 일부러 작가 이름을 보고 찾아읽은 것이 '굿모닝고스트'였다.
한 마디로 찌질한 남자의 이야기다. 삶에 지치고 사랑에 지친 기성남자들의 이야기다. 그런 일상들을 당연하게 여기던 남자들에게 문득 변화와 함께 사랑이 찾아온다. 사랑과 함께 변화가 찾아오던가.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무엇이 문제였는지, 무엇을 잊고 잃고 있었는지, 그래서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지. 그러나 결국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고 만다. 하지만 전과는 다른 새로운 일상이다.
드라마 '이번주 아내가 바람을 핍니다'를 보면서 내내 떠오른 이름이었다. 어쩌면 이 인간이 원작일지 모른다. 그만큼 주인공이 처한 현실은 찌질했고, 주위는 만화처럼 우스꽝스러웠다. 한순간에 부숴져버린 평범한 일상 가운데 문득 돌아보게 되는 진실이 있다. 그리고 여전히 주인공은 찌질하고 한심하고.
물론 그냥 인상이다. '리빙게임'은 마냥 찌질하지만은 않았던 것 같다. 한심하고 비겁하고 그런 주제에 자기합리화에 능하고. 나이먹고 보니 참 보기 불편한 만화다. 저렇게는 살지 말아야지 다짐했었는데. 그래도 어른은 어른이다. 남자는 남자다. 그런 점에서 결론은 항상 보수적이었다. 그래서 더 마음놓을 수 있었는지 모른다. 아무리 멀리 떠났어도 다시 원래의 자리로 돌아가고 만다.
그림체가 상당히 넉넉하다. 두꺼운 펜선 위주로 디테일 없이 간략하게 묘사한다. 그러면서도 배경을 꽉꽉 눌러채우는 아다치 미츠루와도 다르다. 물론 그렇다고 그림이 허술하지는 않다.
조금 인내심이 필요하다. 이눔 인간 또 뭔 소리인가 답답할 때가 많다. 꼭 왜 그래야 하는가 열불도 터진다. 어릴 때는 차라리 그냥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진짜 어렸을 때는 재미있게만 읽을 수 있었는데.
오랫동안 이름만으로 찾아 읽어온 몇 안 되는 작가다. 지금도 이름만으로 찾아 읽으려 애쓰는 작가기도 하다. 실망은 세월이 시킨다. 나 자신이 얼마나 한심한 어른이 되었는가 깨닫게 만든다.
'리빙게임'을 다시 읽어볼까. 그리 유명하지 않은 작가라 국내서는 찾아보기 힘들다. 생각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