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솔로몬의 위증 - 우리가 밝혀내겠어요!

까칠부 2016. 12. 19. 01:20

그래서 아이다. 그래서 미성년자다. 성인이 되지 못했다. 한 사람 몫을 할 만큼 자라지 못했다. 그러므로 어른의 보호 아래 있어야 한다. 어른으로부터 배우고 익히며 조금씩 어른이 되어간다. 하지만 그렇다고 자신들이 아직 인간이 아닌 것은 아니다.


충분히 스스로 생각할 수 있다. 느끼고 판단할 수 있다. 행동할 수도 있다. 결국 아이들 사이에 일어난 모든 일들은 아이들 자신들로부터 비롯된 것이다. 사장인 아버지를 둔 탓에 마음대로 설치고 다니는 최우혁(백철민 분) 역시 결국 자기가 그런 행동을 하는 것이다. 누구로 인한 것이든, 무엇으로 인한 것이든, 그러나 결국 마지막에 행동으로 옮기는 것은 자기 자신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 진실을 밝히는 것도 자기 자신일 수 있다.


물론 완전하지는 않다. 하지만 어차피 어른도 완전하지는 않다. 어떻게 자신들의 미숙함을 채워가는가. 자신들의 부족한 경험과 지식들을 보완해가는가. 그럴 자신도 의지도 없었기에 침묵하고 있었다. 어차피 어른들이 알아서 다 해 줄 것이라며 고개돌려 외면하고 있었다. 자기일 하기도 바쁘다. 공부하기 바쁘고, 이성사귀기 바쁘고, 취미생활하기 바쁘고. 하지만 더이상 어른들에게만 맡겨놓을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아이들고 결심하지 않으면 안된다. 어른이 없으면 아이들끼리도 살아야 한다.


학교는 아이들의 세계다. 학교의 주인공은 학생인 아이들이다. 드러나 그 학교를 지배하는 것은 바로 어른들이다. 어른들 사이에서 큰 영향력을 가지는 최우혁의 아버지 최사장으로부터, 학생들 사이에서 갓서연이라 불리는 고서연(김현수 분)지만 선생님 앞에서는 그저 1등이라는 성적에 취해 제 주제도 모르고 겉넘는 맹랑한 아이에 지나지 않는다. 감히 어른들의 세계에 도전할 수 없기에 최우혁은 폭군일 수 있었다. 어른들의 세계에서 결정된 것이기에 누구도 최우혁에게 덤벼들 수 없었다. 그 모순을 적나라하게 압축해서 보여준다. 그런 현실에 저항조차 못하고 순응해 버리는 아이들의 나약함도 보여준다. 그래서 더 큰 반전을 이룬다. 그런 아이들이 어른들을 배제한 채 자기들끼리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


사실 아역들이 많이 등장하는 드라마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아무래도 나이가 어릴수록 연기가 어설프기 쉽게 때문이다. 어설픈 연기를 단지 기성연기자들에 비해 어린 나이를 무기삼아 눈가림하며 인기를 끄는경우가 적지 않다. 뜻밖에 연기들이 탄탄하다. 자기들 이야기라서일까. 어른들의 이야기에 장식처럼 놓여진 역할이 아닌 실제 자신들의 이야기이기도 했을 것이다. 너무 자연스러워서 드라마인 것을 잠시 잊을 뻔했다.어쩌면 전형적이고 어쩌면 뻔해보이지만 그래서 더 익숙한 것이기도 하다. 그들 또래의 미숙함이나 어설픔마저 가감없이 보여준다. 연기력은 여기까지 오면 단지 사족에 불과하다.


처음부터 기대하고 있었다. 예고편을 볼 때부터 과연 어떤 드라마일까. 원작에 대해서는 풍문으로만 들어 알고 있다. 그것을 또 한국의 현실에 맞게 어떻게 각색할 것인가. 이제 겨우 시작에 불과하다. 시작도 하기 전인 프롤로그다. 그래서 기대는 커진다. 진짜를 기대하게 된다. 지금 상황에 딱 어울리는 소재고 주제라 생각된다. 어른들의 한심한 모습에 대비해 그들만의 때묻지 않은 의지와 용기를 보여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른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결국 그럼에도 아이들은 아이들이다. 어른들의 보호와 도움이 있어야 한다. 얼마나 아이들의 세계를 지켜주며 그러면서도 어른으로서의 역할도 충실히 하는가. 성인연기자들의 면면도 기대를 높이는 이유 가운데 하나다. 기다리며 보는 보람이 생겼다. 괜찮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