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학교 쿠오레
오늘은 이라고 쓰고서
나는 잠깐 생각한다
어떤 하루였나 하고
점수를 주게 되면 몇 점일까
새하얀 일기장은 나의 마음
사랑의 학교 길따라서
한 발 또 한 발 걷다보면
언젠가 나의 꿈과 만날거야
사랑의 학교 우리 학교
새하얀 알프스가 보이는 곳
사랑의 학교 우리 학교
랄랄라 재미있는 우리 학교
이야 찾아보니 이게 벌써 1982년도 방영이다. 하긴 아주 오래된 기억들은 순서까지 제멋대로다. 하롤보다 먼저인가 싶었는데 TBC가 아니라 KBS였다. 하긴 TBC였으면 우리 단칸방에서 이것을 보고 있지 못했을 것이다. 분명 남의 집이 아닌 우리집이었다. 그러니 맞을까?
다른 많은 세계명작들이 그러하듯 이 작품도 만화영화로 먼저 봤다. 사실 만화영화보다는 주제가가 더 기억에 남는다. 이 만화영화로 인해 - 확실히 오래전 만화영화들은 애니보다는 만화영화라 부르는 편이 더 친숙하다. 애니라 하면 뭔가 느낌이 오지 않는달까. 추억을 통해 흐르는 끈끈한 정과 같은 것이다. - 한동안 일기를 쓴다며 난리를 쳤던 기억도 난다. 하지만 항상 그렇듯 일기장 한 권을 끝까지 다 써 본 적이 없다.
아무튼 덕분에 학교와 선생님들에 대한 환상만 커지고 있었다. 원작에서는 배경이 초등학교였는데 어째서인지 초등학교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내가 경험한 학교와 만화영화속 학교가 그만큼 많이 달랐기 때문이다. 더불어 원작이 쓰여진 19세기 유럽의 어린이들의 삶이 국민학교 다니던 시절의 나와는 크게 달랐던 탓이다. 아니 나 때까지도 중학교도 가지 못하고 국민학교만 졸업하고 바로 취업전선에 나가는 아이들이 적지 않았었다. 당장 생활비를 벌기 위해 벌써부터 일을 하는 아이들도 꼭 반에 두엇은 있었던 것 같다. 당연히 그런 아이들은 또래보다 훨씬 좋은 의미이든 나쁜 의미이든 성숙해 있었다. 아마 그 차이 아니었을까.
주인공 엔리코가 겪는 일상의 이야기도 흥미롭지만 그보다는 역시 담임선생님이 들려주는 이야기들이 더 재미있었을 것이다. 이를테면 아예 독립된 이야기로 더 많이 알려진 '엄마찾아 삼만리' 같은. 아마 내 기억이 정확하다면 원작 안에서도 몇 번에 걸쳐 나눠서 해주어야 했을 만큼 긴 이야기였을 것이다. 그밖에 포위된 군대를 위해 스스로 구원군을 요청하는 전령이 되어 적진을 누볐던 북치는 소년이나, 매일같이 밤을 새워가며 아버지를 돕던 어느 소년의 이야기까지. 더 많이 있었을 테지만 안타깝게도 내 기억은 바로 여기까지가 전부다. 그나마 보편적이면서 교훈을 강요하지 않는 그 자체로 재미있는 말 그대로 '이야기'였을 것이다.
만화영화를 먼저 보고 책은 나중에 읽었다. 물론 완역은 아니었다. 완역이 아닌 것도 한참 나중에야 알았다. 언젠가 한 번은 꼭 완역된 걸 봐야지 했으면서 벌써 이렇게 나이만 먹고 말았다. 흥얼흥얼흥얼 그래도 노래가사를 조금은 틀리기도 했을 테지만 대충 거의 기억하고 있다는 사실에 스스로 경의를 표하고 만다. 이야 이 노래도 아직 다 기억하고 있다. 원작과는 별개로.
아마 만화영화 방영시간으로는 꽤 변칙적이던 7시 방영이었을 텐데. 맞다. 사랑의 학교 방영될 무렵 아마 TV방송시간이 5시 30분으로 당겨졌을 것이다. 그리고 바로 이 시간대에 하록이 방영되었을 것이고. 7시던가. 아니면 7시에 끝나는 것이었던가. 그냥 생각났다. 노래가 흥겹다. 기억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