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도깨비 - 그 저승사자 이름 있거든요, 김우빈!

까칠부 2017. 1. 8. 04:18

그래서 그게 지금와서 무슨 상관인가. 전생에 내가 누구였든. 어떤 사람이고 어떻게 살았든. 어떻게 누구에게 죽었든. 지금은 지금의 삶이 있지 않은가. 지금의 내가 있지 않은가.


그런 점에서 아주 대수롭지 않게 핵심을 찌르고 있었을 것이다.


"그 저승사자는 이름이 있어, 김우빈!"


전생이야 무엇이든 지은탁(김고은 분)에게 그는 단지 김우빈일 뿐이었다. 왕이 아니었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그는 단지 저승사자였다. 자기를 기타누락자라 부르며 호시탐탐 데려가려 기회를 노리는, 그러다가 언제부터인가 도깨비 김신(공유 분)을 죽일 수단으로 여기는, 이제는 그마저 없이 가족처럼 함께 어울리고 있다. 그리고 그 무렵 저승사자가 써니(유인나 분)에게 들려줄 자신의 이름으로 정한 것이 김우빈이었다. 그 이상 무엇이 있겠는가. 왕여란 그저 자기가 알지 못하는 먼 전생의 이야기일 뿐.


그래서 과연 전생의 기억을 떠올리고 써니에게 무엇이 좋아졌는가. 전생의 기억을 떠올릴 수 있게 되었다 해서 무엇이 그리 달라졌는가. 여전히 치킨집 사장이고, 지은탁의 고용주이며, 어디가서 하소연도 못할 저승사자와의 관계로 인해 고민하고 있다. 괜한 고민만 더해진다. 사실은 저승사자가 전생에 자기를 죽게 만든 어린왕 왕여였다. 바로 그 전생으로 인해 자신은 물론 오라비 김신마저 목숨을 잃고 말았다. 그렇다고 이제와서 전생에 자기를 죽게 만들었다고 저승사자를 미워하기라도 할까? 저승사자를 원망하고 복수라도 해야 하는 것일까? 아마 그래서 김선이라는 이름이 있는데도 굳이 써니라 불리기를 바랐던 것인지 모른다. 무의식 가운데 더이상 전생에 기억에 얽매이지 않겠다.


살아서야 다음이 있으니 복수라는 것도 한다. 분노와 원한을 가슴에 품고 견디며 살아가야 할 시간들 때문에라도 복수라는 것을 하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죽었지 않은가. 죽은 영혼이 복수를 한다고 뭐가 그렇게 크게 달라지는가. 무려 900년이라는 시간을 죽음의 안식마저 거부한 채 떠도는 영혼이 있었다. 박중헌(김병철 분)이나 김신이나 그런 점에서 닮았다. 하나는 죽은 귀신이 되어 떠돌았고, 하나는 도깨비가 되어 떠돌았다. 이제는 기억하는 사람마저 하나 없는 먼 옛날일에 지나지 않건만 여전히 어제 일처럼 얽매인 채 긴 세월을 견디며 살아가고 있었다. 그래서 만일 복수라는 것을 하게 된다면 그들에게 무엇이 좋은가. 그들 자신에게 무엇이 남는가. 비로소 지은탁과 만나고 도깨비 김신은 사람다운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그래서 김신의 불멸은 형벌인 동시에 기회인 것이다. 신이 유덕화(육성재 분)의 입을 빌어 말한 운명이란 질문이며 답인 것이다. 과연 죽는 순간에조차 자신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신을 원망하고 있던 그 김신이 영원이라는 시간 속에서 어떤 답을 찾아낼 것인가. 죽음이 외면한 불멸의 삶 속에서 어떤 자신의 존재와 삶을 찾아내게 될 것인가. 지은탁에게 내려진 저주는 어서 빨리 답을 찾으라는 재촉과 같다. 과연 자신은 무엇을 선택하려 하는가. 어떤 운명을 살려 하는가. 삶이란, 그리고 존재란, 자신의 의지란 어디에 있는가. 그것은 단지 자신의 억울함에 대한 분노이고 복수이기만 한 것인가. 그래서 미안하고 안타까운 마음만 다 풀어주면 그것으로 좋은 것인가. 과거에만 산다. 과거에만 갇혀 존재하고 있다.


저승사자란 존재 역시 지금 자신의 삶이다. 저승사자로서 도깨비 김신을 만났고 지은탁을 만났으며 써니와 만나 사랑에 빠졌다. 형벌같은 것이 아니다. 망각이 자신의 선택이었듯이. 누구도 망각을 강제하지 않았다. 애써 봉인을 찢고 원래 잊었던 전생의 기억을 끄집어내려 한다. 그것을 주도하는 것이 바로 죽은 박중헌의 망령이다. 그것은 역시 질문이었다. 지금까지 보았던 도깨비와 저승사자와 도깨비신부의 삶에 대한 물음이다. 무엇이 진짜이고 무엇이 가짜인가? 무엇이 가장 진실하고 소중한가. 복수를 위해 도깨비 김신이 전생의 동생마저 내팽개친 채 저승사자를 찾아간다. 지금 도깨비에게는 신부마저 안중에 없다.


한 편의 우화라 생각한다. 전생이란 과거다. 인간은 현재를 살아간다. 현재를 지나 미래로 나간다. 그러나 대부분 사람들은 항상 과거에 얽매여 멈춰있고는 한다. 세상은 빠르게 지나가는데. 사람들은 모두 바쁘게 나만 남기고 저만큼 가버렸는데. 그래서 애써 없는 원한을 만드는 경우마저 있다. 막연히 누군가를 원망하고 분노하며 그런 자신을 위한 의지로 삼는다. 누가 자신을 도깨비로 만들었는가. 도깨비로 살게 했는가. 망령이 되어 죽음마저 거부하고 구천을 떠돌게 했는가.


진짜 이동욱은 잘생겼다. 잘생긴 건 알고 있었지만 사극분장을 하니 더 확실해진다. 김소현은 순간 설렜다. 사람이 이렇게 예쁘게 생겨도 되는 것인가. 역시나 사극의 머리며 복장이 어울린다. 무협드라마의 주인공도 한 번 쯤 해볼만 하지 않을까. 보는 눈이 즐거워진다. 김고은은 벌써 성숙해 버렸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