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보이스 - 소리와 목소리, 쉽지 않은 선택을 하다

까칠부 2017. 1. 22. 04:25

그동안 무진혁(장혁 분)이 경찰로서 어떤 식으로 사건들을 수사해왔는지 알 수 있을 것 같다. 한 번 그렇다 결론지으면 다른 가능성은 전혀 돌아보지 않는다. 한 번 범인이라 진실이라 단정짓고 나면 전혀 다른 가능성같은 건 생각하지 않는다. 그런데 과연 그런 경찰이 무진혁 한 사람일까.


쉽지 않은 선택을 했다. 112신고센터에 수많은 경찰들이 있지만 결국 신고자와 직접 대화하며 사건을 해결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센터장인 강권주(장하나 분) 한 사람이다. 헤드폰으로 들리는 소리에 반응하며 대화를 통해 피해자를 위로하고 진실을 추적한다. 주변의 사소한 소리 하나까지 놓치지 않고 단서를 모아 마침내 사건을 해결한다. 상대역없이 혼자서 대화를 이어나간다는 자체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런데 단순히 표정과 목소리만으로 스릴러에 어울리는 긴박감까지 느끼게 해야 한다. 장하나에게 짐이 너무 무겁다.


결국 몇 개의 고리다. 눈이 아닌 귀로 듣고 알 수 있는 사실이란 그렇게 모호하고 불완전하다. 실로폰 소리같다. 어디선가 들어본 것 같다. 그것만으로 어떻게 그것이 풍경인 것을 알 수 있을까. 거의 그림이 그려졌는데 몇 가지 빠진 부분들이 사람을 안달나게 만든다. 이것 하나만. 더도말고 이것 하나만 확실하게 알 수 있으면. 그 과정을 강권주 혼자 이끌어간다. 무진혁은 단지 그런 강권주를 보조하는 역할이다. 정작 무진혁이 범인을 잡는 과정은 크게 다를 것 없이 평범하고 전형적이다. 그런데도 전혀 특별하게 다르게 느껴지는 것은 강권주의 존재 때문이다. 배우 장혁의 욕심을 느낀다. 비중의 차이가 너무 크다.


솔직히 불안하다. 언제까지 지금의 컨셉을 유지할 수 있을까. 귀로 듣고 단서를 쫓고 진실을 추적하는 과정을 장하나라는 배우가, 아니 그보다 작가와 제작진이 끝까지 감당하며 그려낼 수 있을까. 많이 봐왔다. 정작 시작은 새롭고 흥미로운데 결국 제반여건이나 역량의 부족으로 그저그런 흔한 이야기로 마무리된다. 사건 자체는 이미 장르에서 흔하게 보아온 유형이다. 경찰 내부에 증거마저 바꿔치고 수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협력자가 있었다. 당장 옷차림만 봐도 평범한 사람은 아니다. 상당한 위치에 있는 엘리트이기 쉽다. 얼마나 마지막까지 힘을 잃지 않고 끝까지 밀고 나갈 수 있을 것인가.


굳이 일주일이나 끌었던 이유를 알 것 같다. 주제를 나누려는 것이다. 단순한 아동학대에서 그런 비극이 일어나기까지 원인을 쫓는다. 범인에 대한 분노나 미움이 조금이나마 희석되고 객관적으로 사실관계를 이해할 수 있게끔 배려한다. 역시나 여기서도 경찰의 잘못은 드러난다. 어쩌면 경찰의 속죄록이기도 하다. 2년 전 무진혁의 아내가 살해당했을 때처럼 경찰의 안이함이 더 큰 비극을 불러왔다. 역시나 촬영에 협조한 경찰에 대한 배려인지 그 부분은 가볍게 지나가고 만다.


감춰왔던 진실이 드러난다. 범인의 윤곽도 드러난다. 강권주의 예언대로 진범에 의해 진범이라 여겼던 유력한 용의자가 살해당한다. 진짜 진범은 따로 있다. 도저히 믿기 힘든 사실들이 무진혁을 혼란으로 내몬다. 범인은 그보다 더 흉악하고 잔인하고 냉정하고 그리고 강한 힘을 가지고 있다. 괴물이다.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