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그대와 - 예쁘지만 지루한, 풍경화같은
마치 배우 신민아(송마린 역)의 CF를 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물론 주인공의 매력을 강조하려는 것은 결코 나쁜 선택이라 할 수 없다. 오히려 주인공의 매력을 극대화함으로써 드라마에 대한 대중의 호감이나 기대를 극대화하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이라 할 수 있다. 실제 드라마의 완성도와 상관없이 주인공의 매력만으로 성공을 거둔 경우가 적지 않다. 하지만 그것도 어느 정도껏이어야 한다.
안타깝게도 신민아는 전지현이 될 수 없었다. 너무 많은 이야기를 우겨녛은 탓에 정작 정신만 사나웠지 남는 것도 하나 없었다. 이제훈(유소준 역)은 철저히 구경꾼으로 남아 있었다. 송마린이라는 강한 개성을 가진캐릭터를 시청자에게 중개하는 역할이다. 그런데 지나치게 무미건조한 탓에 송마린이라는 캐릭터에 대한 감상까지 모두 시청자들에 떠넘기고 만다. 아마 그렇제 않아도 지나치게 작위적인 송마린의 개성들이 시청자와 동떨어져 홀로 붕 떠있는 듯 여겨지는 것은 유소준의 방관에도 어느 정도 책임이 있을 것이다. 조금 더적극적으로 송마린의 개성을 직접적으로 받으며 반응하면 모습을 보였어야 했다.
설정 자체는 무척 흥미롭다. 가까운 미래를 오갈 수 있는 시간여행자다. 아직 오지 않은 미래의 일을 시간여행을 통해 지금의 일처럼 직접 보고 듣고 경험할 수 있다. 그것을 이용해 회사를 세우고 상당한 돈꺼지 벌고있다. 그런 주인공이 어느날 자기가 갈 수 있는 가장 먼 미래에 죽어가는 자신을 보게 된다. 그리고 사고로 죽어가는 자신과 함께 있는 어떤 여자를 보게 된다. 어쩌면 미래에 자기가 사고를 당한 것이 그 여자와 관계있을지 모른다. 미래의 자기를 구하기 위해 현재의 그 여자를 찾아나선다. 이름도 알지 못하는 그 여자가 미래의 인연으로 오늘 자신과 만나게 된다. 그리고 심지어 결혼까지 하게 된다. 이것은 운명일까?
전혀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그러나 예지를 통해 예정된 운명을 향해 나아가는 과정이 최대의 재미요소다. 처음 보는 여자다. 이름도 알지 못하는 여자다. 미래 사고로 죽어가는 자신과 함께 있었다는 이유로 오늘 그여자를 만나 인사를 나눈다. 오해도 받고 사고난 것도 구해주고 함께 술을 마시고 엉망으로 취해도 본다. 인연이 만들어진다. 그리고 비오는 날 우연히 찾아간 3개월 뒤의 미래에는 그 여자와 결혼까지 했다. 어떻게 두 사람이 결혼까지 하게 되었을까. 만난지 고작 3개월만에 결혼까지 하게 되었던 것일까. 평범한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답을 미리 아는 풀이과정도 때때로 흥미로울 수 있다. 흥미롭게 만들어야 하겠지만.
역시 중요한 것은 여주인공인 송마린이다. 유소준은 방관자다. 현재에도 미래에도 방관자로 남는다. 역할이 그렇다. 유소준 자신이 먼저 주도하여 사건을 일으키지는 않는다. 그렇다면 그만한 매력이 송마린에게서 느껴져야겠지만... 하지만 그러기에는 당장 송마린이 너무 뻣뻣하다. 너무 예쁘고 너무 멋져보이려 한다. 술마시고 취하는 연기마저 딱 보기좋게 취해서 망가지는 연기다. 안타깝게도 지금까지 드라마에서 배우 신민아의 매력을 느낀 적이 그다지 많지 않다. 신민아에게는 너무 버거운 짐은 아니었을까.
송마린 혼자서 자기가 가진 매력과 개성을 온전히 시청자에게 전하고 느끼게 하지 못할 것이면 유소준이 그 사이에서 매개해주었어야 한다. 그런데 워낙 캐릭터 자체가 방관자이다 보니 드라마에서도 방관자로 남는다. 시청자와 같은 거리에서 송마린을 지켜보게 된다. 첫째는 송마린이 가지는 매력이나 개성이 그다지 끌리지 않는다는 것이고, 둘째는 그럼에도 그것을 시청자와 밀착시키는 역할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 결과 여러가지 흥미로운 점들에도 불구하고 전혀 상관없는 남의 이야기처럼 지루하기만 하다.
캐스팅의 문제인지, 아니면 연기의 문제인지, 그도 아니면 연출의 문제인지. 지나고 곰곰히 곱씹어보면 나쁘지는 않다. 그냥 대충 훑어 넘기면 제법 재미있는 이야기다. 단지 보고 있는 동안에는 그런 것을 전혀 느끼지 못한다. 좋게 말하면 잔잔하고 나쁘게 말하면 잠잠하다. 너무 조용하다. 그리 좋지는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