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환락송 - 넌 그만한 가치가 있는 여자니까!

까칠부 2017. 2. 28. 02:03

어느 오래된 판타지소설이 떠오른다. 그럭저럭 여관에서 몸팔며 연명하는 삶에 나름대로 체념하며 익숙해 있던 어린 소녀가 어느날 찾아온 손님으로 인해 희망이라는 것을 가지게 되면서 오히려 그때문에 고통속에 죽어가는 내용이었다. 바로 어제까지 아무렇지 않던 몸파는 일이 더이상 참을 수 없이 수치와 굴욕과 절망으로만 다가온 탓에 그렇지 않아도 난폭한 손님에게 저항하다 매맞아 죽음에 까지 이르고 만다.


대개는 그렇게 주어진 현실에 만족하며 그것을 운명처럼 받아들이며 살아간다. 그것이 자신을 위한 최선이고 자기가 할 수 있는 최고다. 그러니 더이상 욕심부리지 말자. 그런데 누군가 찾아와서 원래 너는 그런 사람이 아니었다며 애써 잊고 있던 꿈과 희망을 다시 떠올리게 만든다. 이제는 아예 잊고 있던 지금보다 훨씬 잘났고 더 대단했던 자신을 돌이키도록 만든다. 하긴 그러기에도 판성메이는 너무 나이들어 버렸다. 육체의 나이가 아니라 정신의 나이다. 하지만 그런 꿈 자체는 소중히 여긴다.


판성메이가 주위에 자기보다 나이어린 동생들을 보면서 느끼는 감정 같은 것이다. 질투와 체념이다. 다시 그들처럼 돌아가고 싶다는 욕망과 그럼에도 그러지 못할 것이라는 자조다. 어차피 현실은 상상처럼 아름답지만 않다. 앞으로 자신들이 마주하게 될 현실은 그보다 더 끔찍하고 더 비참할지도 모른다. 그런 점에서 판성메이는 비관적 낙관론자다. 어차피 지금보다 더 나빠질 수 있다는 것을 알기에 지금에 만족하며 충실할 수 있다. 상당히 슬픈 성격인데 거기에 또 스스로가 익숙해져 버렸다.


오래전 자신을 좋아하던 남자친구를 다시 만났다. 그때는 자신 역시 그 남자친구에 비해 그다지 꿇리지 않았다. 어차피 모두가 같은 학생이었기에 집안사정이야 어떻든 학교에서의 성적이나 재능, 외모 등으로 오히려 상대에 비해 우위에 설 수도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어쩔 수 없이 현실에 떠밀려버린 자신을 발견하고 만다. 애써 무시하고 있었는데 훨씬 더 훌륭해져서 돌아온 남자친구 왕바이촨으로 인해 더욱 확실하게 떠올려버리고 말았다. 이제 자신은 그와 같지 않다. 그와 같은 위치에 설 수 없다. 그럼에도 사람이란 꿈을 꾸며 사는 존재이기에 오랜만에 만난 남자친구가 주는 꿈을 충실히 즐기려 한다.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까는 모르겠다. 다만 판성메이와 왕바이촨이 서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지금으로서는 많은 장애가 존재한다. 그 가운데 가장 큰 것이 판성메이의 아주 지독한 자격지심이다. 자학에 가까운 절망과 좌절을 넘어서는 것이다. 대등한 존재로 나란히 서지 못하는데 어떻게 서로 사랑하는 것이 가능할까. 단지 상대의 장점에 기대는 것은 종속이고 기생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 것으로 만족하기에는 상하이의 마천루가 아깝지 않은가 말이다. 그 정글 속을 혼자서 헤쳐온 여자다.


확실히 때때로 장흔은 놀랄 정도로 아름답다. 몸이 커 보이는 것은 나잇살일지도 모르겠다. 류타오와 함께 '천룡팔부2003년'에도 출연했었는데, 그래도 아주였던 류타오에 비해 목완청이면 비중도 상당했다. 잉잉은 왜 자꾸 자기가 못생겼다 그러는 것인지. 관관은 안경 벗은 모습을 보고 싶다. 확실히 늙은 탓인게 유독 등장인물 가운데 판성메이에 집중하게 된다. 원래 장흔 때문에 보기 시작한 드라마이기도 하지만 가장 진하게 사람냄새가 난다. 어쩌면 모든 또래들이 생각할 만한 고민들을 느낀다. 아무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