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힘쎈여자 도봉순 - 뻔뻠함, 유쾌함, 황당하지만 현실적인...

까칠부 2017. 3. 4. 05:00

첫인상은 황당하다였다. 이건 뭐 만화도 아니고... 하지만 공식을 충실히 지킨다. 비일상은 일상으로 보완한다. 일상을 보완하는 것은 그래서 비일상이다. 이를테면 막장드라마가 그런 예다. 지나치게 익숙한 일상의 이야기를 결국 지독하게 비틀린 설정과 구성, 전개로 보완한다.


꽤나 흥미로운 커플이다. 딱 그린 듯 멍청하면서 힘만 센 여자 도봉순(박보영 분)과 나름 비밀스런 사연을 간직한 재수없으면서 머리좋은 남자 안민혁(박형식 분)의 조화란. 그래서 기대도 있었다. 반복해서 여성을 습격하는 범인을 두 사람의 힘으로 잡게 되는 것은 아닐까. 하지만 그 사이에서 평범한 이야기들이 더 중요하다. 안민혁의 개인적인 사정이나, 도봉순의 안타까운 사랑이야기, 그리고 두 사람이 아옹다옹하는 에피소드까지. 끔찍한 연쇄범죄조차 그를 위한 수단으로 쓰이고는 한다.


아무데서나 흔히 볼 수 있을 것 같은 속물적인 어머니와 소심하지만 평범한 아버지, 그리고 부모님들의 자랑인 동생의 사랑이야기까지. 그래서 도봉순의 비정상적인 힘을 현실이라는 공간에 안착할 수 있다. 도저히 말이 안되는 설정인데 주변인들의 평범함이 그마저 현실로 바꾸어 놓는다. 때로 바보같고, 때로 우스꽝스럽고, 때로 안쓰럽기까지 한 그런 일상의 이야기들속에 도봉순의 힘까지 평범해지는 듯하다. 그러나 평범하지 않다. 무엇보다 평범하지 않은 사건이 그들의 주위에서 일어나고 있다.


과연 연쇄범죄의 범인은 누구일 것인가. 어쩌면 시청자도 이미 알고 있는 사람 가운데 하나일지도 모른다. 전혀 의외의 반전과 만날 수도 있다. 결국 거기까지 시청자를 안내하는 것은 안민혁과 도봉순 두 커플이다. 그 과정에서 보여줄 것들 역시 두 커플이 보여주는 대수롭지 않은 이야기들이다. 일상과 비일상이 섞인다. 잔혹할 수 있는 연쇄범죄마저 일상의 우스꽝스러움에 묻혀 버린다. 설탕을 잔뜩 넣은 캡사이신 같다. 지나가면 매운데 당시는 꽤 달달하다. 아주 달아 입맛이 당기는데 지나고 보니 불이 난 듯 맵다.


JTBC가 간만에 분발한 듯하다. 그동안 많은 드라마들을 말아먹었었다. 괜찮은 드라마들도 있었지만 솔직히 성적은 그다지 좋지 못했다. 시청률이나 화제성면에서 상당히 선방하는 듯하다. 딱 하나 아쉬운 부분이었다. 한 번은 기회가 찾아온다. 박보영의 천연덕스러움은 드라마의 보물이다.


기대하지 않았다. 처음에는 실망도 했었다. 보고 있을수록 맛이 난다. 적당한 달달함과 적당한 잔혹함, 그리고 일상과 비일상을 오가는 절묘한 균형감각까지. 박보영이 드라마의 핵심이다. 이제 아주 여우가 다 됐다. 지능적으로 아주 교묘하게 드라마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 줄 안다. 대단하다. 사랑하게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