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과장 - 서율의 개과천선, 두 남자의 전설적 등장!!!
모든 인간이 악하게 태어나는 것은 아니다. 당연히 선하게 태어나는 것도 아니다. 선하게 행동하며 선하게 살기 위해서는 그만한 계기가 필요하다. 악하게 행동하며 악하게 살기 위해서도 그만한 계기가 필요하다. 아주 우연한 계기가 김성룡(남궁민 분)을 의인으로 만들었고 정의의 투사로 만들었다. 그렇다면 서율(준호 분)에게도 그런 계기가 필요하지 않을까.
그리 싸가지없이 보이던 박현도(박영규 분)의 아들 박명석(동하 분)만 하더라도 결국 김성룡과 만나고 경리부 직원들과 어울리면서 전혀 뜻밖의 반전을 보여주고 있지 않던가. 아버지의 잘못된 행동들을 부끄러워하고 그로 인해 억울하게 고통받고 희생당하는 다른 사람들의 입장에서 그들을 동정할 줄도 안다. 그래서 결국 아버지에게 해가 되는 것을 알면서도 김성룡의 계획에 동참하기까지 한다. 적극적으로 나서서 아예 아버지의 대화를 엿듣고 그 사실을 김성룡에게 전해 반격의 계기를 만들기도 한다. 결국 누구와 어울리고 어떤 환경에서 사는가. 그것은 박명석에게도 새로운 삶을 살기 위한 중요한 '계기'가 되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드라마에서는 보여주지 않았지만 서율에 대해서도 그렇게 행동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따로 설정되어 있지 않았을까 생각하게 된다. 음식을 먹을 때 남들보다 빨리 서둘러 먹는다. 검사라는 전력과 대기업 이사라는 화려한 이력과 어울리지 않게 게걸스럽다는 표현이 더 어울릴 정도다. 심지어 서율 자신도 윤하경(남상미 분)에게 지나가듯 그리 털어놓은 바 있었다. 누군가 뺐어먹을까봐 그리 급하게 먹는 것이라고. 끈떨어진 연 신세가 되어 버린 서율을 위해서 박계장(이황의 분)이 그토록 마지막까지 충성을 다하는 것도 그냥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역시 그런 것을 보여주기 위한 드라마가 아니다. 악을 동정하고 악을 연민하며 어느새 악의 편에서 생각하게 된다. 어찌되었거나 그동안 서율이 한 행동들은 법을 어기는 범죄들이었다.
결국 불필요한 과거의 이야기들은 생략하고 현재의 이야기에 집중한다. 어쩌다 이렇게 되었는가는 지나간 사변이 아닌 앞으로 해야 할 필요와 당위에 대해 이야기한다. 잠시 잘못된 길을 갔어도 다시 원래의 길로 돌아가야 한다. 다시 원래의 자신으로 돌아가 원래 자신이 하던 일들을 마저 해야만 한다. 한 편으로는 자신의 억울함에 대한 복수이기도 하다. 하지만 김성룡은 애써 그것을 복수라 말하지 않는다. 다시 한 번 사명이 투철하던 검사 시절로 돌아가 옳은 일을 해보자. 잠깐의 실수로 자기 말처럼 그런 양아치가 되었던 것처럼 한 순간의 계기로 다시 예전의 영웅으로 돌아가 보자. 영웅이 되자. 복수가 아닌 것도 참으로 탁월하고 현명하다. 마지막까지 드라마가 가지는 뻥 뚫리는 듯한 시원함을 유지한다.
하필 시절이 이런 탓이다. 돈과 권력을 가진 이른바 사회고위층에 대한 검찰의 비굴하고 무력한 모습을 낱낱이 보여준다. 범죄를 밝히고 수사하기보다 오히려 그것을 더 큰 부와 권력을 가지기 위한 기회로 여긴다. 물론 아닌 검찰들도 있다. 하지만 그들은 소수이고 주류에서 밀려나 있는 상태다. 검찰을 지배하는 것은 그런 타락한 검사들이다. 언론까지 장악한 이상 이 사회의 모든 법과 정의는 검찰의 결탁에 의해 그들이 의도한대로 결정된다. 경제공동체라는 단어가 참 선명하게 귀에 들어온다. 검찰과도 싸워야 한다. 아니 싸워야 하는데 수사권과 기소권을 독점하고 있는 것이 검찰이다 보니 방법에 한계가 있다. 역시 여기서 또하나 통쾌함을 느끼게 된다. 거짓과 기만, 모략, 협잡으로 검찰을 속여 검찰이 잘못된 이를 희생양으로 삼는 것을 막는다.
원래 부정한 결탁이란 그런 것이다. 대개는 이익 아니면 공포로써 결합된 부정한 집단인 것이다. 이익이 사라지거나 공포가 사라지면, 혹은 더 큰 이익이 눈앞에 있거나 공포가 다가오게 되면 언제 그랬느냐는 듯 바로 등돌리고 뿔뿔이 흩어지게 된다. 서로에 대한 신뢰같은 것은 없었다. 당연히 아랫사람으로써 충성심같은 것도 없었다. 괜한 헛소문에도 마음이 흔들리고 별 것 아닌 협박에도 괜히 마음을 졸이면서 그저 자기가 살 길만을 찾아 행동에 옮긴다. 분명 박현도에게 해가 될 것을 알면서도 자기가 살기 위해서. 서율로 인해 자기가 공범으로 함께 죽는 것만은 막고자. 더구나 서율이 박현도의 비리를 수사하기 위해 의도하여 TQ로 들어왔다고 한다. 당장 내가 처벌받게 생겼는데 박회장따위 알 게 무엇인가.
그 한심하고 비루한 관계를 폭로한다. 하기는 어느 분들께서도 그리 죽고 못살더니만 법적인 처벌이 눈앞에 다가오자 언제 그랬냐는 듯 모르는 사이라며 책임을 떠넘기기 급급하다. 악은 강한 듯 보여도 결국 약하다. 하지만 자신의 양심과 신념에 의해 행동하는, 서로에 대한 인정과 유대, 기대, 책임을 함부로 저버리지 않는 선은 약한 듯 보여도 마지막까지 살아남는다. 가장 어렵고 곤란한 처지가 되었을 때 경리부 직원들은 식구라는 말 그대로 서로를 위해 발벗고 나서고 있었다. 진심으로 서로를 걱정하고 있었다. 무엇이 그들을 강하게 하는가. 인간 본연의 양심이, 그를 위한 정의가 그들을 강하게 한다.
통쾌한 마지막이다. 김성룡의 함정에 빠져 양심선언을 하게 된 고만근(정석용 분)과 이강식(김민상 분)으로 인해 결정적인 증거를 잡고 박현도를 TQ그룹 이사회에서 민사상 고소를 하게 된다. 검찰이 아니다. 민간법조법인의 힘을 빈 민사소송이다. 그리고 그 소송을 돕기 위해 나서는 것이 서로 앙숙이던 김성룡과 서율이다. 마침내 두 앙숙이 박현도의 악을 밝히기 위해 하나가 되어 나타난다. 매번 김성룡에 의해 곤란한 상황에 몰리곤 하던 서율이지만 그의 실력 만큼은 의심할 바가 없다. 이제 어떻게 박현도는 도다시 이 위기에서 벗어나게 될까?
악은 악일 뿐이다. 어떤 이유가 있어도 죄는 죄일 뿐이다. 악은 응징해야 하고 죄는 처벌받아야 한다. 하지만 스스로 악을 버리고 죄를 반성한다면 그 또한 선이 되어 응징하는 편에 설 수 있다. 과거를 따로 묻지 않는다. 원래 이유도 굳이 캐묻지 않았다. 저지른 것이 악이었고 죄였다. 지금 하는 것이 선이고 정의였다. 그것이면 충분하다. 어쩌면 세상이란 생각하는 것보다 더 단순한지 모른다. 벌써부터 마지막 다음주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