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힘쎈여자 도봉순 - 지루한 병실, 급박해지는 범인의 폭주

까칠부 2017. 3. 25. 02:49

역시나 한 번은 범죄의 피해자가 되어 마왕에게 사로잡힌 공주의 역할을 하게 될 것 같았다. 도봉순(박보영 분)이 그럴 수 없으니 결국 가능한 것은 인국두(지수 분)의 여자친구이자 도봉기(안우연 분)가 이끌리고 있는 조희지(설인아 분) 한 사람밖에 없다. 누군가 일방적으로 상처받지 않으면서도 순리로써 갈등이 해결되고 모두가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그만한 충격과 계기가 필요하다. 지금껏 해결되지 않은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서도 모두가 전력을 기울일만한 동기가 있어야 한다. 범인을 잡게 될 마지막 사건으로도 어울린다.


조금은 지루했다. 남의 알콩달콩한 사랑이야기를 가만히 앉아 지켜만 보기에는 아직은 이것저것 분주한 일들이 너무 많다. 조금 더 자극적이고 조금 더 흥미로운 또다른 이야깃거리가 필요하다. 도봉순이 조직폭력배들에게 유인되고, 그들을 힘으로 모두 쓰러뜨리고, 그리고 무당의 예언처럼 누군가 뒤에서 칼로 찌르려 달려드는 순간 안민혁(박형식 분)이 도봉순을 끌어안고 대신 칼에 맞는다. 여기서 이미 모든 이야기는 끝난 것이다. 인국두가 차라리 원망할 만큼 그 한 번의 희생에 도봉순의 마음은 바로 안민혁에게로 쏠리고 만다. 계기는 충분히 있었다. 그만한 서사가 그들 사이에 그동안에도 계속 쌓여왔다. 임계점이었고 그만한 계기가 될 수 있는 사건마저 때맞춰 일어나 주었다. 조금은 치사하고 조금은 눈치없는 그러면서 지루한 줄다리기가 병실에서 펼쳐진다. 원래 드라마가 재미있는 건 이런 장면들 때문이 아니었을 텐데.


아니나 다를까 지루해질 때 쯤 또하나 드라마를 관통하는 사건인 도봉동 연쇄부녀자납치사건이 긴장감을 북돋는다. 범인이 난폭해져 있다. 어떻게든 외부의 도움을 빌리려 함께 힘을 모아 소리를 지르는 것을 보고 범인이 전보다 더 난폭하게 납치된 여성들을 대한다. 그리고 그 무렵 인국두 역시 범인에 대한 단서를 잡고 그를 의심하여 폐차장까지 찾아간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신경전이 오히려 시청자의 긴장을 고조시킨다. 인국두는 범인이 감추고 있는 단서를 찾아낼 수 있을 것인가. 범인이 가둔 피해여성들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인가. 하지만 실패했고 그러나 확신을 가지고 그를 잡으려 한다. 또다른 트릭이 확신을 가지고 범인을 감시하던 경찰들을 농락하게 된다. 또다른 피해자가 생기고 이번에는 엉뚱한 사람이 범인으로 잡혔다 말한다. 도봉순은 분명 폐차장의 사장을, 처음 살인현장을 목격했던 증인을 범인이라 지목하고 있었다.


범인이 인국두의 여자친구 조희지를 노리기 시작했다. 벌써 오래전부터 도봉기와 서로 이끌리기 시작한 조희지에게 몰래 도청기를 달아 그녀를 감시하고 있었다. 조희지가 납치되면 남자친구인 인국두와 서로 좋아하게 된 도봉기가 모두 동요하게 된다. 인국두의 친구이자 도봉기의 누나인 도봉순도 무관할 수 없다. 이미 하마트면 도봉순의 친구가 범인에헤 납치될 뻔한 적도 있었다. 범인까지 잡히고 수사권도 없는 상태에서 인국두와 강력반은 어떻게 범인을 체포하고 납치된 여성들을 구해낼 것인가. 그리고 다연히 그 과정에서 도봉순은 또다시 어떤 활약들을 보여줄까. 뜻밖에 그 부분에 있어서는 안민혁의 활약이 전혀 없다. 단지 좋아하는 사이일 뿐 사건의 해결에 있어서는 철저히 인국두에게 역할을 맡기고 만다.


반복되는 유머코드도 어느 정도 식상해지고, 그렇다고 도봉순의 활약도 처음의 싸움을 제외하고 거의 보이는 것이 없고, 하지만 역시 갈수록 난폭해지고 흉표해지는 납치범과의 신경전 만큼은 여전히 흥미와 관심을 잡아끈다. 하지만 지루하다고는 해도 병실에서 두 사람의 알콩달콩한 모습은 한 편으로 시청자가 바라는 모습이기도 했다. 그동안 그렇게 서로 얽히고 좋아하게 되었다면 보상도 있어야 한다. 다만 좀 취향이 걸리다 보니 지루함을 느끼게 되었을 뿐. 내일을 기대한다. 범인과 대결의 시작이다. 기다린 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