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감자탕의 유래...

까칠부 2017. 3. 29. 03:26

아니 원래는 감자국이었다. 그래서 헷갈렸었다. 집에서도 간단히 소금과 간장만으로 간해서 끓여먹는 감자국이 있었기 때문이다. 도대체 그런 걸 왜 돈까지 주고 사먹으려는 거지? 술은 또 왜 마시고?


아무튼 감자탕의 유래에 대해 이런저런 설들이 많은 모양이다. 무엇보다 이름이 감자탕인데 정작 감자가 주재료가 아니다. 내가 굳이 오래전 나의 오해를 말머리에 꺼낸 이유가 여기에 있다. 감자탕이라면 감자가 주재료여야 하는데 정작 돼지 등뼈가 주재료다. 오죽하면 감자탕의 감자가 원래 돼지 등뼈를 가리키는 말이었다는 허튼 가정까지 나왔겠는가.


그런데 가만 보면 음식 이름이라는 것이 반드시 재료나 조리법만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다. 당장 광주에서 먹는다는 상추튀김만 하더라도 상추가 주재료가 아니다. 튀김을 주재료로 그것을 상추에 싸먹는 요리다. 정확히는 튀김상추쌈이라 해야 옳을 지 모른다. 술국이라는 말도 원래는 술과 함께 먹는 국이라는 뜻에서 지어졌다. 해장국이 아니다. 새벽같이 일하고 탁배기 한 사람을 곁들여 값싸면서도 영양이 풍부해 속이 든든해지는 주로 선짓국등을 사먹으며 붙은 이름인 것이다. 그렇다면 감자탕은 어떨까?


일단 여러 증언에 따르면 감자탕은 원래 감자국이었고 커다란 삶은 감자를 덩어리째 넣어 먹는 국물음식이었다고 한다. 여기서부터 상상의 나래를 펴기 시작한다. 감자는 아다시피 구황식품이다. 밥보다 더 싸게 한 끼 열량을 채워 줄 수 있는 음식이다. 그런데 감자만 먹으면 퍽퍽하니 여기에 간단한 국물을 곁들여 먹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우거지에 된장을 풀어 국을 끓이다가 그래도 기름은 있어야 할 것 같아서 구할 수 있는 가장 값싼 재료인 아무도 먹지 않는 돼지 등뼈를 그 위에 얹기 시작했다. 돼지 등뼈의 노린내를 제거하는데는 역시 칼칼한 고추가루가 제격이었다. 그리고 감자는 감자탕과 함께 그릇에 담기게 되었다.


말 그대로 감자탕이란 - 정확히 감자국이란 감자로 만든 국이 아닌 감자와 함께 먹는 국이란 뜻이었을지 모른다는 것이다. 확실히 어릴 적 - 혹은 최근에도 감자로 식사를 대신 하려면 고구마 만큼은 아니어도 꽤나 목이 매인다. 더구나 알이 큰 감자는 퍽퍽하고 잘 부스러진다. 국물이 필요하다. 그리고 우거지와 돼지뼈는 당시에는 그냥 버리던 값싼 식재료였다. 감자로 한 끼 배를 채우면서 국물을 곁들이던 것이 어느새 국물이 더 주가 되면서 감자는 이름만 남게 되어 버린 셈. 그래서 헷갈린다. 어째서 감자탕인데 감자가 주가 아닌 것일까. 더이상 감자로 배채울 일이 없어졌으니 어쩔 수 없다.


돼지 등뼈를 잔뜩 사놓았다. 우거지도 잔뜩. 그런데 정작 감자탕에 감자는 그다지 필요가 없다. 참 우습다. 이름은 감자탕인데 감자가 감자탕에서 전혀 역할을 하지 못한다. 그래서 문득 상상해 보는 것이다. 소주 두 병에 맥주 두 병, 며칠 두고 먹으려고 만들어 놓은 산같은 감자탕을 한 번에 끝장내며 비운 술들이다. 그리고 태블릿 하나. 고작 그것 먹는데 들어간 부대비용이다. 액정 깨먹었다. 지금 수리 마치고 오는 중.


그래서 그냥 생각났다. 감자탕인데 정작 감자가 들어가지 않는다. 아예 감자를 사지 않는다. 돼지고기를 더 썰어넣어 고기만 늘린다. 술은 그렇게 먹는다. 또 먹어야지. 감자탕은 술귀신이다. 이제는.